‘최대 60조원’ 대형 프로젝트에 한국과 독일 격돌
‘사업 주체’ 한화오션·HD현대, 수주 총력전 돌입
변수는 절충교역…‘경제적 기여’ 가능성은 미지수

최대 60조원 규모에 달하는 캐나다 초계 잠수함 프로젝트(CPSP) 수주전에서 절충교역(ITB)이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 우리나라의 한화오션·HD현대가 독일 티센크루프마린시스템(TKMS)과 최종 경쟁을 펼치는 가운데 정부의 수주 참여 요청에 현대차와 대한항공도 지원 방안 검토에 나섰다.
다만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위한 최종 제안서 제출까지 남은 시간이 많지 않아 현대차와 대한항공이 산업·경제적 기여 방안을 확정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방산 특사단, 다음 주 캐나다 방문…한화오션·HD현대 총력전
23일 재계에 따르면 한화와 HD현대·현대차·대한항공은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을 필두로 한 방산 특사단의 참여 요청을 받고, 이를 검토 중이다. 방산 특사단은 CPSP 수주 지원을 위해 다음 주 캐나다 방문을 준비하고 있다.
CPSP는 3000톤급 디젤 잠수함을 최대 12척 건조하는 대형 프로젝트로, 단일 방산 수출 계약으론 사상 최대 규모다. 잠수함 건조 비용 약 20조원과 도입 후 30년간 유지·보수·운영(MRO) 비용 약 40조원을 합치면 사업 규모는 최대 60조원에 육박한다. 현재 한화오션·HD현대중공업 컨소시엄이 TKMS와 숏리스트에 올라 오는 3월 최종 제안서 제출과 6월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앞두고 있다.
CPSP의 사업 주체인 한화오션과 HD현대는 우위를 점하기 위해 전사적 역량을 쏟는 총력전에 들어갔다.
한화오션은 사업 수주를 위해 설립한 캐나다 지사(Hanwha Defence Canada)의 지사장으로 현지 국방 전문가인 글렌 코플랜드 사장을 영입했다. 코플랜드 신임 지사장은 캐나다 해군 장교로 임관해 작전 전술 장교, 초계함 부함장 등 22년간 임무 수행 후 중령으로 전역했다. 이후 록히드 마틴 캐나다에서 할리팩스 초계함 현대화 사업의 책임자로 근무했다. 당시 그는 재무, 엔지니어링 프로세스, 소프트웨어 개발 등의 전 과정을 맡았다.
또 그는 전투 관리 시스템인 CMS-330의 사업 개발부터 수출까지 다양한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지역 방산 기업 협회장을 지내면서 지방정부와의 협상과 교류를 통해 구축한 탄탄한 네트워크를 보유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한화오션이 최근 캐나다 에너지 개발사인 퍼뮤즈 에너지와 캐나다 뉴펀들랜드·래브라도 지역의 액화천연가스(LNG) 개발 프로젝트 공동 추진을 위한 전략적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점도 눈에 띈다. 한화오션은 LNG 밸류체인 전반에 걸친 통합 역량을 제공할 방침이다.
이는 한화오션의 캐나다 방산·산업 생태계 참여를 위한 공격적 전략으로 볼 수 있다. 한화오션은 잠수함 사업 제안을 통해 캐나다의 북극·다해역 방위 전략 지원뿐만 아니라 현지 MRO, 교역·훈련, 공급망 구축까지 나설 계획이다. LNG 분야 협력을 CPSP의 절충교역과 연계하며 캐나다의 자주적 산업 기반 강화를 돕는다는 메시지도 줄 수 있다.
HD현대도 캐나다 정부에 디지털 트윈 기반 현지 조선소 생산 혁신, 친환경 에너지, 자율운항 기술 등을 제안하며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방한한 멜라니 졸리 캐나다 산업부 장관은 HD현대의 인공지능(AI) 기반 함정 솔루션, 하이브리드 전기추진 선박, 디지털 트윈 가상 시운전 등에 큰 관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물망 오른 현대차·대한항공…경제적 기여 방안 내놓을까
캐나다 정부의 절충교역 제안에 따라 현대차와 대한항공도 협력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절충교역은 해외 무기·장비를 구매할 때 계약 상대방으로부터 기술 이전이나 부품 수출 등 반대급부를 받는 교역 방식을 말한다.
캐나다 정부는 잠수함 성능뿐 아니라 현지 유지보수 체계 구축, 군수 지원, 산업 참여, 고용 창출 등 경제적 파급 효과에 높은 비중을 두고 있다. 추가로 한국에는 현대차의 현지 공장 설립을, 독일에는 폭스바겐 추가 시설 건립 등을 입찰 조건으로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LNG 시설, 희토류 광산 개발, 소형모듈원전(SMR), 고속철도 등 캐나다 기간산업 전반에 걸친 투자에도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차그룹은 CPSP 수주를 위한 지원 방안을 신중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그러나 캐나다가 요구한 것으로 알려진 완성차 공장 설립에는 난감해하는 모양새다. 현대차가 1989년 캐나다 부르몽에 연간 10만대 규모의 생산공장을 세웠지만, 불과 4년 만에 공장을 철수한 경험이 있어서다.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등 미국과 멕시코를 중심으로 구축된 북미 생산 네트워크를 볼 때 캐나다에 완성차 생산공장을 새로 짓기에는 여력이 제한적이란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가 캐나다에 공장을 새로 짓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라며 “완성차보다는 수소와 로봇 같은 신사업 관련 투자를 제안하는 방식으로 협력이 이뤄질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대한항공도 캐나다 정부가 제안한 절충교역과 관련한 당사자로 지목된다. 대한항공은 LIG넥스원과 컨소시엄을 꾸려 방위사업청이 발주한 전자전기(4대), 항공통제기(4대)를 모두 수주했다. 기본 플랫폼으로 캐나다 항공기 제조사인 봄바디어의 비즈니스 제트기(글로벌 6500)를 사용할 예정이다. 구매 예상 대수는 총 8대로, 군용기 추가 구매 가능성 등이 거론된다.
대한항공은 군용기 정비, 민항기 구조물 제작, 무인기 개발 등 방산 부문에서 기술력과 노하우를 갖추고 있다. 회사가 보유한 공중 감시·지휘통제 체계 구축·운용 경험을 캐나다에서 관심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대한항공 측은 “당사가 기여할 수 있는 부분 등 관련 검토 중으로, 아직 확정된 사안은 없다”고 밝혔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병훈 기자 / andrew45@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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