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금융의 역할]⑤ 보험업계, ‘인지산업’ 넘어 ‘녹색금융’ 전환 속도

시간 입력 2023-07-25 07:00:00 시간 수정 2023-08-24 15:2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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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업계, 종이 없앤 ‘페이퍼리스’ 움직임 확대
ESG 투자 규모↑…“ESG 경영 강화 계속될 것”
전문가 “ESG 경영, 보험사 수익성 증대에 기여”

기후문제가 전 지구적 과제로 부상하면서 전 세계 생산활동과 무역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글로벌 사회에 던져진 탄소중립 요구는 새로운 생산설비·발전 투자를 요구하고 있으며, 해를 거듭할 수록 더욱 강력한 이행의무를 강제하고 있다. 이 과정 중 ‘Re100’과 ‘넷제로’ 등 기업활동을 위해 설정해야 할 목표를 지원하고 장려하는 것에서 금융의 역할은 더욱 부각되고 있다. 기후위기는 규제와 동시에 혁신기술의 출현을 앞당기고 있다. 위기 속 새로운 발전을 도모하는 움직임 속에서 금융권의 투자 역시 빨라지고 있다. 본지는 창간 11주년을 맞아 기후위기 속 국내 금융권의 투자동향과 각사 CEO의 사회적 책임 강화 움직임에 대해 조명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지구온난화가 초래한 기후변화 리스크를 완화하고자 제시된 경제활동이 ‘저탄소 경제’이다. 사회 전반적인 흐름이 저탄소 경제로 이어지면서 보험업계도 변화의 움직임을 따르고 있다. 거래 기업에 물적 피해가 발생할 경우 지급해야 하는 보험금이 커질 수 있는 만큼 보험업계 역시 기후 변화를 하나의 리스크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내부에서 친환경 활동에 대한 인센티브를 늘리거나 투자를 강화하고, 업무에 있어 반환경 요소가 담긴 소비를 억제하는 프로세서를 구축하는 추세다. 사람과 종이만 있으면 영업이 가능하다는 의미를 담아 과거 ‘인지(人紙)산업’이라 불리던 보험업계도 녹색 변화를 선택한 것이다.  

보험업계 수장들은 매년 신년사를 통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과 관련한 경영 방침을 내놓는가 하면, ESG 투자 규모를 늘리는 등 녹색금융에 이바지하고 있다.

◇ 종이로 이뤄졌던 보험업계, ‘페이퍼리스’ 움직임 확산

통상적으로 보험 계약을 1건 체결하는 데 필요한 서류는 A4용지로 약 130장에 달한다. 이를 전자서명으로 대체하면 연간 1억5600만장의 A4용지를 절약할 수 있다. 보험 계약을 전자서명으로 진행할 경우 1만5600그루에 달하는 숲을 조성하는 것과 같은 효과가 있다는 것이 업계 설명이다.

이에 따라 보험업계에서는 페이퍼리스 움직임이 속속 확대되고 있다. 우선 한화생명은 지난 2015년부터 생명보험사 최초로 전자 청약시스템인 ‘스마트플래너’를 오픈했다.

디지털 영업시스템 ‘H.OP(Hanwha Onestop Platform)’를 도입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소비자가 실제 가입한 보험상품의 약관만 선별해 구성한 ‘맞춤형 약관’ 제작 시스템을 구축해 페어피리스 영업 환경 조성에도 힘쓰고 있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올해 들어서는 태블릿 PC 기반의 전자 대출약정시스템인 ‘한화 론 플래너(Loan Planner)’ 서비스를 오픈했다. 이를 바탕으로 태블릿 PC기반의 페이퍼리스 대출시스템으로 대출 전과정을 디지털 기반으로 처리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해당 시스템을 통해 서류 작성 및 처리시간을 단축할 뿐 아니라 종이 문서 폐지를 통한 비용 절감 및 환경 영향 저감 효과를 창출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삼성생명은 올해 환경경영 캐치프라이즈를 ‘ESG 워너비, 삼성 라이프! 그린라이프!’로 정하고 본격적인 페이퍼리스 환경 조성을 위한 전사 차원의 친환경 캠페인을 추진하고 있다.

내부 보고는 사내 이메일로, 회의는 별도 자료 없이 빔 프로젝터를 통해 진행한다. 보험 계약 역시 청약 및 안내장을 종이 없이 진행하는 ‘고객·현장 페이퍼리스+(플러스)’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앞서 삼성생명은 지난 2019년부터 ‘스마트 안내 서비스’를 도입해 연간 1861만건에 달하는 고객 안내장을 디지털 형태로 전환했다. 이렇게 절감한 A4 용지는 연간 5769만장에 달한다.

미래에셋생명은 지난 2020년부터 문서 편철을 모두 폐지하고 실물 서류를 전자적 방식으로 전환 하고 보관하는 페이퍼리스 환경을 구축했다. 종이 없는 프라자 실현을 목표로 지속적으로 노력한 결과 현재에는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보험과 대출 등 대부분의 업무를 모두 전자문서로 전환하는 데 성공해 쉽고 편하게 전자서식을 작성하고 고객의 핸드폰으로 모바일 확인서와 영수증을 바로 전송받을 수 있게 됐다.

아울러 교보생명은 보험 가입부터 유지, 보험금 지급 과정에 이르기까지 페이퍼리스 환경을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가입 시 전자청약 시스템을 활용하고 있으며 고객 안내문을 우편에서 전자매체로 전환했다.

KB손해보험은 보험 서비스 전 과정에 걸쳐 페이퍼리스 체계를 구축했다. 보험 계약 체결부터 사후 관리·보험금 청구까지 모든 단계에서 종이를 없앴다. 또 배송 과정에서 분실 위험이 큰 종이 우편물 대신 모바일로 고객이 보험 관련 안내문을 받아볼 수 있도록 하기도 했다.

◇ “ESG 부합 자산에 투자”…보험업계, 친환경 투자 속도

보험사의 ESG 투자 규모도 늘어나고 있다. ESG채권 투자란 신재생 에너지 사업 및 학교·문화시설·공공주택을 건설하는 공기업, 일반기업이 발행하는 ESG채권 투자를 말한다.

사회책임투자(SRI) 채권으로도 불리는 ESG채권은 발행자금이 친환경 또는 사회적 이득을 창출하는 프로젝트에 사용되는 채권을 뜻한다. ESG 프로젝트와의 연관성을 확보해야만 ESG 인증을 받을 수 있다.

ESG채권의 경우 일반 회사채 대비 낮은 금리로 대규모 재원을 조달할 수 있다. 발행 목적에 따라 △녹색채권 △사회적채권 △지속가능채권으로 구분된다. 대외적으로 ESG 경영 방침을 알릴 수 있는 만큼 보험사에서도 해당 채권 발행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내 보험사 가운데 ESG 투자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곳은 삼성생명이다. 삼성생명의 지난해 2021년 기준 ESG 투자 규모는 6조 5000억원에 달한다. 삼성생명은 오는 2030년까지 ESG 누적 투자 약정 규모를 10조5000억원까지 늘린다는 설명이다.

구체적으로 2025년까지 태양광, 풍력발전 등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연 3000억원을 투자한다는 방침이다. 뿐만 아니라 우량 기업 ESG채권을 중심으로 연 2000억원을 투자하는 등 총 5000억원의 신규 투자를 약정하고 있다. 이어 2030년까지 신규 투자 규모를 연 1조원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교보생명은 생명보험사 가운데 지속가능채권을 가장 먼저 시도하며 업계를 선도했다. 지난 2021년 9월 교보생명은 4700억 규모의 ‘ESG 인증 신종자본증권(지속가능채권)’을 발행했다.

이에 따라 지난 2021년 12월까지 발행자금 108%에 해당하는 5091억원을 ESG 인증을 받은 녹색 사회적 사업 분야에 투자했다. 그 결과 총 9만7032톤의 탄소 배출량을 감소하는 데 기여했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교보생명은 지난해와 올해 각각 5억 달러(한화 약 6250억원)와 50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ESG채권의 하나인 지속가능채권 형태로 발행했다. 조달된 자금은 친환경 및 사회적 가치 창출을 위한 사업에 사용하고 있다.

교보생명은 신재생 에너지, 하수처리시설, 폐기물처리시설 등에 대한 친환경 투자도 아끼지 않고 있다. 교보생명의 친환경 투자 규모는 2019년 3조2084억원에서 2021년 3조7099억원까지 늘었다. 교보생명은 친환경 투자 규모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ESG 중심의 투자 문화를 이어가겠다는 설명이다.

또 한화생명의 친환경 투자 규모는 지난 2021년 1조6347억원에 달한다. 한화생명은 태양광과 풍력발전, 연료 전지 등 신재생에너지 투자는 물론 수자원 및 하수관리 등의 친환경 투자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한화생명은 학교 및 문화시설과 같은 공공성과 사회성을 지닌 친사회적 투자 또한 강화하고 있다. 다양한 ESG 투자를 전개해 사회 전반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이밖에 신한라이프는 ESG 부합 자산의 선제적 투자를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운용사를 통한 간접형 블라인드 펀드는 물론, 개별 친환경 자산을 대상으로 한 프로젝트성 직접 투자 또한 적극적으로 진행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지난 2022년 10월 말 기준 ESG 연관 자산 규모는 7926만원에 달한다. 2017년 말 대비 연평균 약 22% 이상의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신한라이프의 전체 대체투자 자산 대비 ESG 자산 비중은 현재 약 10% 수준이다. 매년 ESG 투자비중을 점진 적으로 확대해 나가고 있다. 특히 신재생/친환경 관련 투자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힘쓰고 있다. 태양광 위주로 구성됐던 포트폴리오는 최근 들어 △풍력 △폐기물 처리시설 △수처리시설 △바이오매스발전 등으로 투자분야를 확대하며 투자 저변을 지속 강화하고 있다.

동양생명 역시 ESG 투자를 지속 늘리고 있다. 동양생명의 녹색/친환경투자금액 총액은 2019년 2370억원에서 2020년 3822억원, 2021년 4139억원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보험업계의 한 관계자는 “ESG경영이 글로벌 트렌드로 자리잡히면서 기업의 환경, 사회의 지속가능발전에 미치는 영향이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현재 ESG 경영 강화는 보험업계를 비롯해 금융업 전체의 경영 화두”라면서 “보험사들이 ESG채권 발행에 있어서 주요 발행자로 참여하고 있는 것도 글로벌 경제 주체들이 투자처 찾기에 있어 ESG 요소를 가장 중요한 요소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는 ESG 요소가 가미되지 않으면 채권 발행이 흥행하지 못하는 등 관련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면서 “ESG 경영 강화 움직임은 계속된 트렌드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 “보험업계의 ESG 경영향후 수익성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어”

전문가들 역시 보험업계의 ESG 경영을 강조하고 있다. 지금 당장은 수익성을 기대할 수 없으나 향후 수익성 및 기업가치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 골자다.

한국금융연구원이 발간한 ‘보험회사의 ESG 활동이 수익성 및 기업가치에 미치는 영향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보험회사를 대상으로 한 실증 분석 결과 ESG 평가등급이 높은 보험회사일수록 수익성 및 기업가치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 산업은 위험의 인수 및 분산을 통해 불확실한 위험에 대한 경제적 손실을 억제하고 사회의 재해방지와 손실에 대한 복원력 제고를 핵심 사업으로 수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각종 환경, 사회적 문제와 지배구조와 관련된 위험에 대처하는 ESG 경영은 보험 산업의 존재 이유와 부합한다는 설명이다.

한상용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보험 산업은 사회환경의 변화로 인해 발생하는 다양한 위험을 보장하는 본연의 기능과 자본시장에서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투자 활동을 수행한다”며 “기관투자자로서의 역할 수행을 통해 사회적 가치 창출에 공헌한다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ESG 측면을 가진 산업이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보험회사에서 ESG 경영은 이를 추진하기 위한 조직의 구성 및 관리에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비용의 지출 등으로 인해 단기적으로 바로 수익성 증대로 연결되지 않을 수 있다”면서도 “다만 시차를 두고 수익성 및 기업가치 향상과 같은 혜택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제언했다.

그러면서 “현재 보험 산업 내외적으로 ESG 경영에 대한 요구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보험회사들은 ESG 경영을 위한 노력이 단순히 소모되는 비용이 아니라 기업의 지속가능성과 가치 창출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의미 있는 활동임을 인식하고 향후 적극적으로 ESG 경영에 참여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CEO스코어데일리 / 이지원 기자 / easy910@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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