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리스크에 신음하는 산업계] ①올해도 이어지는 추투 전운…파업 강행 분위기 확산

시간 입력 2023-09-11 07:00:01 시간 수정 2023-09-12 07: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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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노조 13~14일 부분파업 예정…기아 노조도 파업 찬성
포스코, 쟁의대책위원회 출범…현대제철도 파업 수순
HD현대중공업, 전면 파업 하루 전 가까스로 임단협 마무리

자동차, 철강 등 산업계 내에 파업 전운이 드리우고 있다. 올해 임금 및 단체협상에서 노사 간 합의점을 찾지 못하자 노조의 협상 결렬을 선언하면서 파업까지 강행하겠다는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것이다. 매년 노조의 이러한 움직임은 이어져 왔지만 특히 올해는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해 산업계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는 점에서 기업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에 현재 노사 관계에서 나타나고 있는 문제점을 진단해보고 해외 사례 등을 통해 우리나라 산업계 노사가 어떠한 방향으로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야 할지 짚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올해도 자동차, 철강 등 산업계에서 어김없이 추투가 이어지고 있다. 현대자동차, 포스코 등 주요 기업들의 노조들은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에서 연이어 협상 결렬을 선언하고 파업 수순을 밟고 있다.

◇현대차·기아 모두 파업 분위기 고조

11일 산업게에 따르면 자동차업계 내에서는 현대자동차와 기아 모두 파업에 돌입하는 분위기다. 현대자동차는 부분파업 계획을 확정했으며, 기아도 파업 찬반투표가 가결됐다.

먼저 현대차 노조는 지난달 18일 임단협 교섭 결렬을 선언했다. 현대차 노조는 임단협에서 기본급 18만4900원 인상(호봉승급분 제외), 전년도 순이익의 30%(주식 포함) 성과급 지급, 상여금 900% 지급 등을 요구했지만 사측에서 올해 임단협에 대한 제시안을 내놓지 않자 교섭 결렬을 선언한 것이다.

이후 파업 찬반투표에서 88.9%가 파업에 찬성했으며, 중앙노동위원회 조정 중지 결정을 받아 파업권을 확보했다.

이후 사측의 요청으로 협상은 재개한 상태다. 이후 사측은 기본급 10만6000원 인상(호봉승급분 포함), 성과급 350%와 850만원 지급 등이 담긴 제시안을 내놨지만 노조는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며 추가 제시안을 요구했다.

현대차 노조는 사측을 압박하기 위해 부분 파업 카드도 꺼냈다. 노조는 먼저 지난 4일부터 토요일 특근 거부한 데 이어 13일과 14일 각 조 4시간 부분파업 계획을 확정했다. 노조가 파업에 돌입하게 되면 지난 2018년 이후 5년 만이다.

기아 노조도 파업에 나설 분위기다. 기아 노조는 지난달 31일 9차 교섭을 마친 후 협상 결렬을 선언했다. 이에 대해 노조 측은 사측의 계속되는 수용 불가와 불성실한 태도로 인해 교섭이 결렬됐다는 입장이다.

기아 노조는 올해 기본급 18만4900원 인상, 영업이익 30% 성과금, 국민연금 수령 전년도까지 정년 연장 등을 요구하고 있다.

기아 노조 관계자는 “사측이 조합원 요구에 대해 전향적인 안을 제시한다면 교섭에 임할 것”이라며 “어설픈 제시안으로 조합원을 기만한다면 이후 모든 책임은 사측에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포스코노조가 6일 광양제철소 앞에서 쟁의대책위원회 출범식을 개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포스코노조가 6일 광양제철소 앞에서 쟁의대책위원회 출범식을 개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포스코, 55년만에 사상 첫 파업 위기

철강업계 내에서는 포스코가 사상 첫 파업 위기에 처했다. 현대제철 노조도 협상 결렬을 선언한 데 이어 파업 찬반투표에서 90%에 가까운 높은 찬성률로 파업 절차를 진행 중이다.

포스코는 지난달 23일 임단협 교섭 결렬을 선언했다. 이어 6일에는 광양에서, 7일에는 포항에서 쟁의대책위원회 출범식을 열면서 파업 수순을 밟고 있다. 실제 파업까지 가게 된다면서 1968년 포스코가 설립한 이후 첫 파업이다.

포스코 노조는 올해 임단협에서 △기본급 13.1% 인상 △자사주 100주 지급 △임금피크제 없는 정년 연장(60세→61세) △성과 인센티브(PI) 신설 △중식비 인상 △휴가비 신설 등을 요구했다. 하지만 사측에서는 기본급 인상과 자사주 지급에 대한 내용을 빼놓은 채 제시안을 내놓으면서 노조는 교섭 결렬을 선언한 것이다.

파업에 대한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포스코도 노조 측에 교섭 결렬 철회와 협상 복귀를 요청했으나 아직 협상은 재개되지 않은 상태다. 김학동 포스코 부회장도 파업은 회사의 위기라며 전 직원에게 메일을 보내 사태 진전에 나섰다.

그러나 노조는 중앙노동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하고 파업에 대한 조합원 찬반투표를 진행할 예정이다.

김성호 포스코노조 위원장은 투쟁결의문을 통해 “경영진의 연봉이 오를 때 조합원의 연봉은 하락했다”면서 “성의 있는 제시안을 갖고 올 때까지 단결해 대응할 것을 결의한다”고 말했다.

포스코 관계자는 “회사는 원만하게 교섭을 진행하고자 지난 4일 노사안정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새로운 50년의 지속 발전을 위해 노사간 서로 소통하자는 내용의 부회장 명의 서한을 전직원에게 발송했으며, 노조에 교섭결렬을 철회하고 교섭에 복귀할 것을 계속 요청하고 있다”며 “향후에도 성실하게 교섭에 임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현대제철 노조도 파업 준비에 돌입했다. 현대제철은 최근 실시한 파업 찬반투표에서 87.33% 찬성률로 가결됐다.

현대제철 노조는 지난 4일 교섭 결렬을 선언했는데 △기본급 18만4900원(호봉승급분 제외) 인상 △영업이익 25% 특별성과급 지급 △각종 수당 인상 △하기 휴가 및 산정 휴일 확대 등을 요구하고 있다. 현대제철 노조는 지난해에도 9월부터 11월까지 62일간 게릴라 파업을 진행한 바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포스코 노조 내에서도 파업이라는 것에 대해 일부 우려를 표하는 의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지만 전체적으로 투쟁을 통해 원하는 바를 얻겠다는 의지가 큰 것으로 보인다”며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모두 파업에 돌입하게 되면 협력사와 고객사 등 피해가 확산될 수 있다”고 말했다.

HD현대중공업 노조가 7일 울산 본사에서 2차 잠정합의안 찬반투표 개표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공=HD현대중공업 노조>
HD현대중공업 노조가 7일 울산 본사에서 2차 잠정합의안 찬반투표 개표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공=HD현대중공업 노조>

◇HD현대중공업, 무기한 파업 하루 전 협상 마무리

그나마 조선업계 내에서는 전면 파업을 앞두고 임단협이 마무리됐다. HD현대중공업은 지난달 22일 1차 잠정합의안을 도출했지만 찬반투표에서 반대가 68.78%로 높아 부결됐다. 이어 노조 에서는 사측을 압박하기 위해 부분파업에 돌입했다.

노조는 사흘동안 부분파업을 진행하면서, 6일부터는 무기한 전면 파업에 돌입하겠다는 압박 수위를 높여갔다. 결국 파업을 하루 앞둔 5일 기본급 12만7000원(호봉승급분 포함) 인상, 격려금 450만원(상품권 50만원 포함), 휴양시설 운영 특별 예산 20억원 확보 등이 담긴 2차 잠정합의안을 마련했다. 노조 찬반투표에서도 찬성률 58.52%로 가결되면서 올해 HD현대중공업의 임단협은 마무리됐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올해는 조선업계 호황을 맞이하면서 부분파업에 그치고 임단협을 마무리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그동안 조선업계가 불황으로 인해 임금인상폭이 다른 직종에 비해 낮았던 점을 고려하면 노조는 내년에도 높은 임금인상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박준모 기자 / Junpark@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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