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리스크에 신음하는 산업계] ③상생·협력적 노사관계 구축 ‘시급’

시간 입력 2023-09-15 07:00:01 시간 수정 2023-09-15 18:0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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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철강·조선업계, 매년 임단협 시즌마다 노조 파업 등 갈등 반복  
재계 “노사관계 안정 도모하는 속도감 있는 노동개혁 추진 필요”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처럼 ‘노조의 사회적 책임(USR)’ 필요성 대두

자동차, 철강 등 산업계 내에 파업 전운이 드리우고 있다. 올해 임금 및 단체협상에서 노사 간 합의점을 찾지 못하자 노조의 협상 결렬을 선언하면서 파업까지 강행하겠다는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것이다. 매년 노조의 이러한 움직임은 이어져 왔지만 특히 올해는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해 산업계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는 점에서 기업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에 현재 노사 관계에서 나타나고 있는 문제점을 진단해보고 해외 사례 등을 통해 우리나라 산업계 노사가 어떠한 방향으로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야 할지 짚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현대자동차 노사가 지난 6월 13일 울산공장 본관 동행룸에서 2023년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 상견례를 하고 있다.<사진제공=현대차>
현대자동차 노사가 지난 6월 13일 울산공장 본관 동행룸에서 2023년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 상견례를 하고 있다.<사진제공=현대차>

국내 산업계가 매년 임단협 교섭 때마다 노사 갈등을 반복해오고 있다. 자동차‧철강‧조선업계 노조가 파업을 벌일 경우, 전후방 연관 산업의 도미노 피해는 물론 전반적인 수출 경쟁력까지 악화될 수 있다. 이에 재계에서는 노동개혁을 통해 새로운 노사관계 구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이동근 경총 상근부회장은 최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주요 기업 인사노무담당 임원회의에서 “노사관계 안정을 도모하고 미래세대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속도감 있는 노동개혁 추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주요 기업 인사노무담당 임원들은 △노조법 2조·3조 개정 중단 △근로시간면제제도 준수 등 산업현장의 노동관행 개선 △포괄임금계약 금지 등 법 개정 중단 △중대재해처벌법 개정 등 노동개혁을 위한 법제도 개선 등이 필요하다고 뜻을 모았다.

이 부회장은 공공부문 노조의 9월 총파업에 대해 노동계의 무리한 요구와 불법파업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정부에 법과 원칙에 따른 대응을 지속적으로 요청하겠다”고 말했다.

안정적인 경영환경을 구축하기 위해 협력적 노사관계는 필수 과제로 꼽힌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국내를 대표하는 현대차그룹이 직면하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노사관계”라면서 “최근까지 강성노조의 이미지와 파업 등 다양한 문제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면서 해외로 나가야 한다고 언급할 정도”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미국과 같이 국내 기업들도 3~5년 간격으로 임단협을 진행해야 한다”면서 “파업 시에도 현장에 눌러앉아 파업을 일삼기 보단 미국처럼 길거리에서 피켓을 들고 차분하게 벌일 필요가 있다”고도 언급했다. 이어 그는 “특히 노조가 예전과 같이 무분별한 조건을 내밀기보다는 실제로 복지나 작업 환경 등에 초점을 맞춰 요구해야 한다”면서 “시대가 크게 변하고 있는 만큼 노사 간 진정한 상생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처럼 ‘노조의 사회적 책임(USR)’에 대한 필요성도 거론된다. 실제로 LG전자의 경우, 노조의 사회적 책임(USR)를 강조하고 있다. USR은 노동조합이 조합원의 권익을 신장시킬 뿐 아니라 경제, 사회, 환경 등 사회 전반에 걸쳐 사회구성원으로 책임을 다하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국제표준화기구(ISO)는 2010년 11월 USR을 국제표준(ISO26000)으로 선포하기도 했다.

LG전자노동조합은 2010년 1월 국내 기업최초로 ‘USR’ 헌장을 선포했다. 이후 에티오피아 참전용사 지원, 해외구호활동 등 노동조합 활동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 LG전자노동조합은 이러한 활등을 인정받아 2021년 12월 유엔 경제사회이사회로부터 ‘특별 협의지위’를 획득하기도 했다. 향후 노조는 협의지위를 바탕으로 USR 활동을 국제사회에 소개하고 건전한 노동문화를 전파하는 데 기여한다는 계획이다. 또 LG전자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을 함께 브랜드 가치를 높인다는 목표다.

국내의 투쟁적인 노사관계는 한국에서 사업하는 외국계 기업이 직면한 부담스러운 노동현안으로 지목되기도 한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 6월 주한미국상공회의소·주한유럽상공회의소·주한독일상공회의소·한국외국기업협회 소속 회원사인 외국인 투자기업 202개사를 대상으로 국내 노동환경 인식을 조사한 결과, △인건비 부담 증가(37.6%) △경직적 근로시간제도(23.8%)에 이어 △대립·투쟁적 노사관계가 22.8%를 차지했다.

노동 개혁 과제로는 합리적 노사관계 구축을 위한 노사관계법 선진화(45.5%)를 가장 많이 꼽았다. 유일호 대한상의 고용노동정책팀장은 “미중 갈등으로 인한 공급망 재편과정에서 우리나라에 대한 외국인 직접투자가 확대되고 있다”며 “중국의 대안 투자국으로 입지를 확고히 하기 위한 규제 완화와 지원 정책, 노동 개혁을 통해 경쟁력을 뒷받침해야 한다”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박주선 기자 / js753@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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