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 인수 본입찰 동원·하림 ‘2파전’…유찰 가능성 여전

시간 입력 2023-11-23 18:02:44 시간 수정 2023-11-24 08:4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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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단, 23일 본입찰 진행…하림·동원으로 압축
하림·동원 자력 인수 어려워…노조 반대도 변수

동원그룹과 하림그룹·JKL파트너스 컨소시엄이 국내 최대 컨테이너 선사 HMM(옛 현대상선) 매각 본입찰에 참여했다. 다만 인수 후보들의 미흡한 자금력과 HMM 노조의 매각 반대 등 변수가 여전해 유찰 가능성이 점쳐진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HMM 채권단인 KDB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는 이날 HMM 매각을 위한 본입찰을 진행했다. HMM 채권단은 지난 9월부터 이달 8일까지 HMM 실사를 완료했다.

지난 8월 예비입찰에서 적격 인수 후보로 선정된 하림그룹, 동원그룹, LX인터내셔널 중 LX인터내셔널을 제외한 2개사가 본입찰에 참여했다. 하림그룹과 동원그룹이 그간 강력한 인수 의지를 피력해 온 만큼 양자 대결 구도로 흘러갈 전망이다.

하림그룹과 동원그룹은 최근 자금 조달을 위한 큰 그림을 마무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림그룹은 해운 계열사인 팬오션을 중심으로 자금 조달에 나섰다. 팬오션의 현금성 자산 활용에 더해 선박 매각, 영구채 발행 등을 통한 재원 확보가 거론된다. 재무적 투자자인 국내 사모펀드 운용사 JKL파트너스도 동참한다. 하림그룹은 JKL파트너스를 통해 자기자본 3조원, 인수금융 3조5000억원 등 최대 6조5000억원의 인수 자금을 마련할 것으로 관측된다.

동원그룹은 지주사인 동원산업의 유상증자와 동원산업의 자회사인 스타키스트의 기업공개를 전제로 한 전환사채 발행이 인수 자금 마련 방안으로 꼽힌다. 이 중 지난해 항만 하역과 물류·운송 부문에서 1조원이 넘는 매출을 올린 동원로엑스를 인수 주체로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부동산, 주식 등의 자산을 유동화해 추가 자금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유찰 없이 최종 입찰,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주식매매계약 체결 등이 진행되면 HMM 매각 절차는 사실상 완료된다. KDB산업은행이 이달 최종 입찰과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끝낸 이후 연내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하겠다는 방침을 거듭 밝혀 온 만큼 이번 본입찰에서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된다.

2만4000TEU급 컨테이너선 ‘HMM 알헤시라스호’.<사진제공=HMM>
2만4000TEU급 컨테이너선 ‘HMM 알헤시라스호’.<사진제공=HMM>

업계는 현재로선 유찰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한다. 하림그룹과 동원그룹 모두 자력으로 HMM 인수가 어려운 탓이다. 조 단위의 외부 자금을 끌어와야 시장이 예상하는 최소 입찰가를 맞출 수 있다. HMM의 매각 주식 가격만 최소 6조원 이상인 데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더하면 7조원을 넘어설 수도 있다. 앞선 예비입찰 당시 적격 인수 후보들이 써낸 희망 가격은 5조~6조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특히 KDB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가 기존 계획대로 HMM 영구채를 보통주로 순차 전환할 경우 인수 기업의 부담은 더욱 커진다. KDB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는 HMM 영구채 1조6800억원을 보유 중이며, 이는 이번 본입찰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본입찰 절차를 거치고도 매각 여부에 대한 최종 결론이 나지 않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HMM 노조의 강경한 매각 반대 입장도 변수로 지목된다. HMM 양대 노조인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조 HMM지부와 HMM해원연합노조는 지난 21일 서울 여의도 KDB산업은행 본점 앞에서 ‘HMM노동조합 전체 조합원 궐기대회’를 열었다. HMM 노조 측은 “매각이 졸속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차라리 유찰되거나 매각에 대한 전면 재검토가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업계 관계자는 “HMM 노조는 매각 이후 경쟁력 약화를 우려하며 강력한 인수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며 “연내 매각을 계획한 산은도 유찰 방지를 위해 매각 금액을 시세보다 낮게 설정할 경우 매각의 정당성이 훼손돼 고민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향후 나올 본입찰 결과에 따라 매각의 향방이 갈릴 것”이라고 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병훈 기자 / andrew45@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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