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을 가다] ‘냉장면 시장 1위’… 풀무원 생면사업 베이스캠프 ‘음성 생면공장’에 가다

시간 입력 2024-04-29 07:00:00 시간 수정 2024-05-02 08:50:52
  • 페이스북
  • 트위치
  • 카카오
  • 링크복사

600억원 투자로 최첨단 설비 갖춰…하루 11만5000개 생산
품질관리 최우선…자동화로 제조·유통서 ‘사람 손’ 최소화
신선함에 진심…‘48시간 이내·5℃ 이하’ 납품 원칙 고수

충북 음성 ‘풀무원 음성 생면공장’ 전경 <사진제공=풀무원>
충북 음성 ‘풀무원 음성 생면공장’ 전경 <사진제공=풀무원>

풀무원하면 두부와 콩나물을 파는 기업이라는 인식이 크다. 실제로 국내 두부·콩나물 시장에서 풀무원이 높은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기도 하다. 여기에 비교적 신생 브랜드인 ‘지구식단’도 지난해 이효리가 복귀 첫 광고를 맡으면서 유명세를 탔다.

하지만 풀무원에서 이 못지않게 공들여 온 사업이 있다. 바로 ‘생면(냉장면)’이다. 생면이란 쉽게 마트나 백화점 식품관에서 냉장 진열된 면 제품들을 일컫는다. 1994년 냉장 HMR(가정간편식) 우동을 출시하면서 국내 생면 시장을 개척했다는 풀무원은 올해로 30년 째 생면사업에 진심을 다하고 있다.

닐슨 데이터 집계에 따르면 국내 생면 시장에서 풀무원 생면의 점유율은 약 25%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국내·외 수요가 증가하면서 2022년 연매출 1000억원을 돌파했다. 3대 핵심상품을 모두 국내 시장에서 성공적으로 안착 시키기까지, 그 배경엔 상품의 ‘신선함’을 우선해온 풀무원의 노력이 있다.

◇최첨단 설비 갖춘 음성 HMR 생면공장’…하루 11만 5000개 생면 생산

23일 충북 음성군 대소면에 소재한 풀무원 음성 HMR 생면공장에 방문했다.

농번기 퇴비 냄새가 풍기는 대소면의 비포장 도로를 달리다 공장 부근에 다다르자 깔끔하게 정돈된 포장 도로가 이어졌다. 이윽고 푸른 통창으로 덮인 4층 높이의 건물이 나타났다. 3년이라는 짧은 연식만큼 여타 식품 공장들에 비해 세련된 인상을 줬다.

풀무원이 가동중인 생면 생산 라인 중 가장 많은 양을 담당하는 이곳에서는 1시간에 5000개, 하루 평균 11만 5000여개의 생면이 만들어진다. 

풀무원에서 2021년 600억원을 투자해 지은 음성 생면공장은 연면적 2만237㎡(약 6051평) 지상 3층 규모의 최첨단 설비를 갖춘 공장으로, 전국에 보유한 전체 공장 부지 1만5300㎡(1만8300평) 중에서도 가장 큰 크기를 자랑한다.

최초 반죽을 하는 반죽기(왼쪽)와 선도 유지를 위해 주정이 도포된 면(오른쪽)의 모습 <사진=김연지 기자>
최초 반죽을 하는 반죽기(왼쪽)와 선도 유지를 위해 주정이 도포된 면(오른쪽)의 모습 <사진=김연지 기자>

제조동에 들어서자 거대한 반죽기의 두꺼운 유리 너머로 스테인리스 날이 잿빛 반죽을 빠르게 휘젓는 모습이 보였다. 사방에서는 고소한 밀가루 향이 풍겼다. 이날은 하절기 대표 상품인 ‘평양 냉면’ 생산이 한창이었다. 풀무원 평양 냉면은 냉면간편식 시장에서 1, 2위를 달리는 인기 상품 중 하나다.

단층 구조가 일반적인 타 공장과 달리 우리가 서있던 공간의 천고는 3층 높이로 높았다. 그 이유는 면발을 쫄깃하게 뽑는데 쓰이는 고압력 설비 때문이다. 음성 생면공장은 이전까지 국내에 없던 수분컨트롤, 초고압 설비를 도입해 풀무원이 추진하는 생면사업 3대 혁신 중 하나인 ‘품질혁신’을 도모하고 있다.

공장 관계자는 “수타 장인들의 노하우를 적용해 열과 압력을 받은 반죽의 표면적을 최대한 넓혀 반죽의 구조를 균일하고 치밀하게 만든다”라며 “여기에 기존 50마력에서 150마력으로 업그레이드한 ‘초고압 제면공법’으로 면발을 더 쫄깃하게 만든다”라고 설명했다.

◇ 품질관리 최우선제조·유통 과정서 사람 손 최소화

“생면 제품 하나가 최초 반죽에서 완제품이 되기 까지는 약 20분이 걸립니다. 이 시간동안 ‘사람 손’이 닿는 일을 최소화 하고 있습니다.”

현장은 크게 제조와 조립으로 나뉘는데 제조동을 둘러보는 25분간 사람을 마주치는 일은 거의 없었다. 미생물 번식을 막기 위해 대부분의 공정을 자동화 했기 때문이다. 설비를 조작·모니터링하는 인력만 최소한으로 투입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올챙이 모양의 반죽이 제면기를 통과해 기다란 면발이 되고, 선도 유지를 위한 알코올이 발려진 후 비닐 포장되는 전 과정을 견학했지만 면에 사람 손이 닿는 일은 없었다. 내용물은 두터운 기기 너머에서 오갔기 때문에 육안으로는 언뜻 보이는 것이 전부다. 

평양 냉면 상품이 포장돼 나오는 모습(왼쪽)과 근로자들이 내용물을 조립하는 모습(오른쪽) <사진=김연지 기자>
평양 냉면 상품이 포장돼 나오는 모습(왼쪽)과 근로자들이 내용물을 조립하는 모습(오른쪽) <사진=김연지 기자>

조립 현장에 가서야 위생복을 갖춰 입은 근로자들이 보였다. 이들은 밀봉된 소스와 면을 상품의 인분 수에 맞춰 겉 포장지에 올려뒀다. 풀무원은 음성 공장을 통한 ‘포장혁신’으로 생면의 단점이던 짧은 유통기한을 기존 45일에서 180일로 대폭 늘려, 경쟁사 대비 높은 경쟁력을 확보했다.

공장 관계자는 “근로자의 안전을 보호하고 상품에 미생물이 번식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유통기한 확인, 검수, 최종 포장까지 자동화 설비를 통해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5분 거리에 음성 거점 물류센터…‘유통까지 48시간 이내’·‘5 이하’ 원칙 고수

음성 거점 물류센터 내부에서 촬영한 차량 도킹 구역(왼쪽)과 저온 배송 차량이 도킹된 모습(오른쪽) <사진=김연지 기자>
음성 거점 물류센터 내부에서 촬영한 차량 도킹 구역(왼쪽)과 저온 배송 차량이 도킹된 모습(오른쪽) <사진=김연지 기자>

이렇게 만들어진 생면 상품들은 소비자가 매대에서 집어 들 때까지 신선함을 잃지 않도록 철저하게 관리된다. 차로 5분 거리에 위치한 음성 거점 물류센터(음성 센터)를 통해서다.

저온 차량에 실려가는 상품을 따라 함께 음성 센터로 이동했다. 사복 위에 두툼한 외투를 덧입었지만, 5도 아래로 유지중인 센터에 들어서자 찬 기가 스몄다.

풀무원 관계자는 “신선식품에 대한 정부의 온도 관리 지침은 10도 이하이지만 선제적인 관리 차원에서 더 보수적으로 5도 이하를 고수하고 있다”라며 “여러 시스템을 도입해 판매에 이르기까지 상품이 실온에 노출되는 일이 없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음성 센터는 2011년 준공된 저온 자동화 물류센터로 생면을 비롯해 두부, 나물 등을 유통하는 B2C(기업과 소비자간 거래)물류 거점이다. 작년 4월 식품 물류센터 최초로 해썹(HACCP)인증 획득을 받은 데 이어 작년 11월에는 국토부 주관 스마트물류센터 인증평가에서 최고등급인 1등급을 받았다.

풀무원은 네 가지 관제 시스템을 통해 센터 입고부터 매장 납품 전체 과정에서의 온도 현황을 실시간으로 감시한다. 물류 센터·창고 온도 관제를 위해 WRMS(창고 온도 모니터링 시스템), RMS-TIC(원격 온도 컨트롤 시스템), CCTV 의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으며 차량에는 S-1 UVIS 시스템을 도입했다.

물류센터 관계자는 “제조에서 유통까지 48시간 이내를 지키는 ‘디투’(D-2) 납품 체계를 지키고 있다”라며 “전국 17개 물류 거점과 850대 배송 차량으로 전국 어디든 3시간 이내 운송이 가능하도록 인프라를 갖췄다”고 말했다.

한편, 올해로 창립 40주년을 맞은 풀무원은 연매출 3조원 달성을 목전에 뒀다. 지난해에는 수출, 위탁급식, 컨세션 사업의 호조로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풀무원 매출(연결)은 전년 대비 5.5% 증가한 2조9935억원, 영업이익은 전년비 135.4% 증가한 619억8127억원으로 집계됐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연지 기자 / kongzi@ceoscore.co.kr]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