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미 반도체 보조금 최대 9.5조 받나…인텔·TSMC에 이어 세번째 규모

시간 입력 2024-04-09 18:00:00 시간 수정 2024-04-09 17:5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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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금 규모, 삼성 대미 투자액 170억달러의 40% 이상
인텔 보조금 195억달러·TSMC 116억달러 보다는 적어
바이든 행정부 ‘제 식구 챙기기’·대만과 동맹 강화 여파
다음주 보조금 계획 발표 예정…보조금 최종 규모 주목

미국이 인텔, TSMC 등 주요 반도체 기업에 ‘반도체 지원법(Chips and Science Act)’에 따른 보조금 지원 규모를 순차적으로 발표중인 가운데, 삼성전자에도 최대 70억달러(약 9조4871억원)에 달하는 지원을 할 전망이다. 

다만, 삼성에 지원되는 보조금 규모는 미국기업인 인텔, 대만 기업인 TSMC에 지급되는 규모보다는 적을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바이든 미 행정부의 ‘자국 기업 챙기기’, ‘대만과의 동맹 강화’를 우선시 하면서, 삼성전자가 한발 밀려났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8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은 “미국 정부는 다음주에 삼성전자에 대한 60억~70억달러 수준의 반도체 보조금 지급 계획을 발표할 것이다”고 보도했다.

이는 앞서 보도된 지원금 규모보다는 더 늘어난 수준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앞서 지난달 15일 “미 정부가 삼성전자에 60억달러(약 8조1306억원) 규모의 보조금을 지급할 계획이다”고 보도한 바 있다.

그러나 약 한달 만에 삼성이 10억 달러 가량 더 증가한 최대 70억달러를 지원받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 것이다. 이같은 지원규모가 확정될 경우, 삼성전자는 대(對)미 반도체 투자액의 40%가 넘는 자금을 보조금으로 받게 된다.

삼성은 지난 2021년 미 텍사스주에 170억달러(약 23조350억원) 규모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공장을 짓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고, 현재 건설 공사를 진행 중이다.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에 건설 중인 삼성전자 파운드리공장. <사진=경계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사장 인스타그램 캡처>

미 정부의 보조금 규모가 확대된 것은 삼성전자의 대미 추가 투자 덕분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그간 삼성은 반도체 지원법에 따른 보조금 규모를 늘리기 위해 추가 투자 계획을 미국 정부와 논의해 온 것으로 파악됐다. 삼성전자는 현재 건설 중인 미 텍사스주 반도체공장 외에도, 향후 20년 간 1920억달러(약 260조1600억원)를 투자해 11곳에 반도체공장을 건립하겠다고 발표한 상태다.

삼성의 이같은 구상은 실제 최근 구체화되고 있다. 지난 5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삼성전자가 오는 15일 추가적인 대미 투자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WSJ은 “해당 계획이 발표되면 삼성전자의 미국 투자액은 기존보다 대폭 확대된 440억 달러(약 59조6200억원) 이상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시장에서는 미 정부가 삼성의 미국 내 사업 확장 가능성을 고려해 보조금 액수를 대폭 상향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삼성전자에 지원되는 보조금 규모는 경쟁사인 인텔, TSMC 보다는 적어 대조를 보일 전망이다.

미국은 지난달 20일 인텔에 최대 85억달러(약 11조5175억원)의 보조금을 제공하는 예비거래각서(PMT)를 체결키로 합의했다. 여기에 110억달러(약 14조9050억원) 규모의 대출 지원도 시행키로 했다. 이에  따라, 인텔은 총 195억달러(약 26조4225억원)의 보조금을 지급받게 됐다. 삼성에 제공되는 지원금 규모보다 3배 가까이 많다.

대만의 TSMC도 삼성전자보다 더 많은 금액을 제공받는다. 지난 8일 미 정부는 TSMC에 보조금 66억달러(약 8조9430억원)와 50억달러(약 6조7750억원) 규모의 대출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이에 TSMC는 삼성보다 46억달러 더 많은 총 116억달러(약 15조7180억원)의 보조금을 확보하게 됐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당초 TSMC는 당초 50억달러(약 6조7750억원) 수준의 보조금을 받을 것으로 예상돼 왔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삼성전자를 압도하는 수준이다.

대만 TSMC 본사. <사진=연합뉴스>

미국의 파격적인 혜택에 TSMC도 화답했다. TSMC는 대미 투자 규모를 기존 400억달러(약 54조2000억원)에서 650억달러(약 88조750억원)로, 1.6배 이상 늘리고, 2030년까지 미 애리조나주에 세 번째 공장을 추가 건설하기로 약속했다.

이와 관련해 미 상무부 관계자는 “650억달러라는 투자 규모는 대미 외국인 직접 투자로는 사상 최대 규모다”고 설명했다.

당장, 현지에서도 바이든 행정부의 자국내 기업 먼저 챙기기와 대만과의 동맹 강화 정책기조가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그간 미 정부는 자국 및 서방 기업에 대해 우선적으로 보조금 지급 계획을 발표해 왔다. 지난해 12월 영국 방산 업체 BAE시스템스를 시작으로, 올 1월 마이크로칩테크놀로지, 2월 글로벌파운드리 등에 지원금을 제공키로 했다.

지난달에는 인텔에 미 반도체 지원법 보조금 중 최대 규모인 195억달러를 지급한다고 공언했다. 이는 인텔의 반도체 경쟁력 강화에 든든한 지원군이 될 전망이다.

현재 인텔은 올 연말부터 1.8나노(18A) 공정 양산에 돌입하고, 2027년엔 1.4나노 공정을 도입하는 등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에서 입지를 공고히 하겠다고 엄포를 놓은 상태다. 이같은 초미세 공정을 앞세워 세계 파운드리 시장 2위로 도약한다는 포부도 내비쳤다.

팻 겔싱어 인텔 CEO(최고경영자)는 “2030년까지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파운드리 업체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삼성전자에 대한 선전포고와 진배 없다. 현재 전 세계 파운드리 시장 2위은 삼성전자다.

미국과 대만 간 반도체 동맹도 날로 굳건해지는 모양새다. 그간 TSMC는 반도체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려는 미국의 전략에 최우선적으로 부응해 왔다.

이에 TSMC는 주력 해외 생산 거점으로 미국을 점찍고, 반도체공장 건설에 만전을 기했다. 미 현지에 440억달러를 투입한 TSMC는 내년 미 애리조나주 첫 번째 반도체공장에서 4나노 반도체를, 2028년 두 번째 공장에서 선단 공정인 2나노 반도체를 생산한다는 목표를 제시한 상태다. 이는 대만 현지에 위치한 반도체공장과 견줘도 뒤처지지 않을 정도의 미세 공정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미국이 삼성전자보다 먼저 인텔·TSMC에 막대한 보조금을 챙겨주고 있다는 분석을 제기하는 실정이다.

삼성전자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 반도체공장. <사진=삼성전자>

이같은 상황에서,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약속한 삼성전자에 실제 어느 수준의 보조금 규모가 책정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정부는 K-반도체가 불이익을 받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한 상태다. 정인교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지난달 12일 워싱턴 D.C. 덜레스 국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내 반도체 업체들이 현재로서 보조금을 받는 것은 분명하다”면서 “규모는 두고 봐야 한다”고 했다.

정 본부장은 “보조금 지급 규모에 대해 미국 측이 정해 놓은 가이드라인이 있고, 그 가이드라인에 따라 지원된다”며 “현재로서는 우리 기업에 대한 불이익 여부를 예단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국 기업에 불이익이 없을 것으로 기대하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강조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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