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C-BGA 투자 확정한 LG이노텍, '광학' 이어 '기판' 키운다

시간 입력 2022-02-24 07:00:09 시간 수정 2022-02-24 08:4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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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설비에 4130억 투입 결정…향후 추가투자 더하면 '조단위' 예상
LG이노텍 매출 77% 광학솔루션…기판사업 확대로 매출 구조 다변화

LG이노텍(대표 정철동)이 반도체패키지기판 ‘플립칩-볼그리드어레이(FC-BGA)’ 사업에 대한 투자를 확정하며 기판 사업 확대에 시동을 걸었다. 현재 LG이노텍 매출을 이끌고 있는 광학솔루션에 이어 기판 사업을 주력 동력원으로 키워 안정적인 매출 구조를 마련한다는 전략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LG이노텍은 최근 이사회를 열고 FC-BGA 사업에 4130억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최근 5년 내 LG이노텍 기판 부문 투자 중 최대 규모다.

투자액은 FC-BGA 생산 설비 구축에 사용된다. LG이노텍은 이번 투자를 시작으로 향후 단계적으로 추가 투자를 할 계획이어서, 총 투자 금액은 조단위에 이를 전망이다.

그동안 업계는 LG이노텍의 FC-BGA 투자 결정을 시간문제로 점쳐왔다. 이미 지난해 초 TF를 꾸려 관련 사업에 대한 검토를 시작했고, 11월에는 FC-BGA 사업담당과 개발담당 등 임원급 조직을 신설하며 사업 진출을 사실상 공식화했다. 이에 LG이노텍이 늦어도 올해 상반기에는 투자를 확정 발표할 것으로 전망해왔다.

FC-BGA 기판은 중앙처리장치(CPU), 그래픽처리장치(GPU) 등 반도체 패키지에 주로 쓰이는 고사양 제품이다. 최근 전기차,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시장 확대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프리스마크에 따르면 반도체 기판 시장은 2025년까지 연평균 10%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중 FC-BGA 기판 비중이 47%를 차지할 것으로 관측된다.

LG이노텍은 FC-BGA 사업 진출로 글로벌 수요를 확대해 기판 사업부를 광학솔루션 부문에 이은 주력 수익원으로 키운다는 목표다.

LG이노텍 전체 매출에서 광학솔루션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9년 68%, 2020년 71%, 지난해는 77%까지 높아졌다. 지난해 사업부별 매출을 보면 광학솔루션 11조5178억원, 기판 1조5709억원, 전장 1조3903억원으로, 광학솔루션 부문과 타 부문의 격차가 7~8배까지 벌어졌다.

특히 광학솔루션 매출 대부분이 최대 고객사인 애플 한 곳에서 나오고 있어 그간 높은 의존도에 대한 우려가 제기돼 왔다.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 광학솔루션 부문 매출 6조7233억원 중 애플로부터 올린 매출은 6조4367억원으로 95.7%에 달한다. 아이폰 판매량 등 애플의 사업 성과에 따라 LG이노텍 실적이 좌우되는 구조인 셈이다.

따라서 FC-BGA사업 진출을 통한 기판사업부 수익성 확대로 광학솔루션 부문에 쏠린 매출 구조를 다변화해 외부 요인에 따른 영향을 줄여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FC-BGA와 제조 공정이 유사한 LG이노텍 무선주파수 패키지 시스템(RF-SiP)용 기판<사진제공=LG이노텍>
FC-BGA와 제조 공정이 유사한 LG이노텍 무선주파수 패키지 시스템(RF-SiP)용 기판<사진제공=LG이노텍>

FC-BGA 기판은 기존 반도체 기판에 비해 높은 기술 수준이 필요해 시장 진입 문턱이 높다. 전 세계에서 FC-BGA를 양산하고 있는 업체는 삼성전기를 포함해 10여개 정도다. 때문에 기술력과 고객사 확보만 뒷받침된다면 단숨에 FC-BGA 주요 제조사로 부상해 시장의 구조적 수혜를 누릴 수 있다는 게 전문가 분석이다.

반도체 업계 전문가는 “FC-BGA는 제조 난이도가 있어 기존 기판처럼 아무나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니다”며 “적정 기술력이 확보되면 수요 증가에 대한 수혜를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일본과 대만 업체가 해당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만큼, 이들과 기존 고객사 간 틈을 얼마나 비집고 들어가는 지가 사업 성패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LG이노텍은 FC-BGA와 제조 공정이 유사한 무선주파수 패키지 시스템(RF-SiP)용 기판, 5G 밀리미터파 안테나 패키지(AiP)용 기판 등 통신용 반도체 기판 시장에서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다. 또 고성능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에 사용되는 플립칩 칩스케일 패키지(FC-CSP) 기판 분야에서도 우위를 선점하고 있다.

LG이노텍은 그간 기판사업에서 축적한 초미세회로, 고집적·고다층 기판 정합 기술, 코어리스 기술 등을 FC-BGA 개발에 적극 활용해 양산 속도를 앞당길 계획이다. 다만 향후 추가 투자 시점과 구체적 양산 시기는 정해지지 않았다는 게 회사 설명이다.

손길동 LG이노텍 기판소재사업부장(전무)은 “세계 시장을 이끌고 있는 반도체 기판 사업 역량을 바탕으로 FC-BGA를 미래 성장동력으로 육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유영준 기자 / yjyoo@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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