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용'으로 그룹 체질 바꾼 구광모 회장, 전장·AI 타고 '뉴LG' 가속도

시간 입력 2022-02-28 07:00:08 시간 수정 2022-02-28 13: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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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이어 10여년 이어온 태양광 사업도 '철수'…실용주의 경영 드라이브
취임 후 철수·매각 사업만 10개 넘어…전장·AI 등 미래 유망 사업에 역량 집중

올해로 취임 5년차를 맞은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실용주의 경영 행보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대표 계열사 LG전자에서 지난해 스마트폰 사업을 정리한데 이어 10년 이상 이어온 태양광 패널 사업에서도 최근 철수를 결정했다. 전장과 인공지능(AI) 등 성장성이 높은 사업에 역량을 집중해 미래 성장 기업으로 체질을 개선하는 구 회장의 경영 철학이 다시 한 번 발휘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구 회장은 2018년 5월 부친인 구본무 회장의 별세로 같은 해 6월 30일 LG그룹 회장직에 올랐다. 올해로 LG그룹을 이끈 지 5년차가 됐다.

취임 후 구 회장은 부진한 사업을 과감하게 정리하는 ‘실용주의’ 경영 전략을 펼쳤다. 실제로 구 회장이 취임한 후 LG그룹이 매각하거나 철수한 사업만 10개가 넘는다.

가장 대표적인 게 26년간 이어온 스마트폰 사업 철수 결정이다. 스마트폰은 2015년 2분기부터 지난해까지 연속 분기 적자를 지속하는 등 어려움을 겪기는 했지만, 그간 가전, TV와 함께 회사의 3대 핵심 사업이었다는 점에서 과감한 결정이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또 △2019년 2월 LG전자 연료전지 사업 △2019년 4월 LG디스플레이 조명용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사업 △2019년 9월 LG전자 수처리 사업 △2019년 12월 LG유플러스 전자결제 사업 △2020년 6월 LG화학 편광판 사업 등도 정리하거나 매각했다.

이번 LG전자의 태양광 사업 철수 역시 구 회장의 실용주의 경영 철학이 작용했다는 평가다.

태양광 사업은 구 회장의 부친이자 선대 회장인 고(故) 구본무 회장이 직접 챙기며 추진해왔던 사업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맞물려 태양광 업황이 침체돼 계열사별로 태양광 관련 사업을 중단하거나 보류하는 등 위기를 맞기도 했다. 하지만, 2010년대 업황 회복 시기와 맞물려 사업이 되살아나며 명맥을 이어왔다.

그러나 현재 업황은 과거 일시적 위기와는 상황이 다르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중국 업체들과 기술격차가 좁혀지고 가격 경쟁에서도 밀리면서, 사업을 이어간다 해도 성장 가능성이 낮다는 평가다. 최근 수년 간 LG전자 태양광 패널의 글로벌 시장점유율은 1%대에 머물렀고, 매출과 영업이익도 감소했다.

재계 관계자는 “구 회장 취임 이후 안 되는 사업, 성장성이 높지 않은 사업을 과감히 정리하는 분위기가 계열사 전반에 흐르고 있다”며 “이번 태양광 사업 철수 결정도 어느 정도 예상된 결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LG마그나 이파워트레인 본사 전경<사진제공=LG전자>
LG마그나 이파워트레인 본사 전경<사진제공=LG전자>

구 회장은 사업 정비를 통해 얻은 자금을 미래 성장 사업에 적극 투입하고 있다. 특히 전장과 AI를 중심으로 사업 확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전장에서는 취임 첫 해부터 오스트리아의 차량용 헤드램프 기업인 ZKW를 1조4392억원에 인수하는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다. 지난해 3월엔 스위스 소프트웨어 업체인 룩소프와 함께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합작법인 ‘알루토’를 출범시켰다.

이어 같은 해 7월엔 세계 3위 자동차 부품업체 마그나 인터내셔널과 전기차 합작법인 ‘LG마그나 이파워트레인’을 설립하며 인포테인먼트(VS사업부), 파워트레인(LG마그나), 램프(ZKW)로 이어지는 전장 3대 축을 완성했다.

그 사이 전장 사업 수주잔고는 2018년 4조원대에서 지난해 7조원대까지 증가했다. 현재 차량용 반도체 부족으로 인해 침체된 업황이 회복될 경우 이르면 올해 영업손익 흑자전환까지 바라보고 있다.

AI 사업에서도 구 회장은 취임 첫 해인 2018년 12월 LG사이언스파크 내에 ‘AI추진단’ 조직을 결성하며 사업 확대의 물꼬를 텄다. 이후 2년 후인 2020년 말 AI 개발에 전념할 전담조직 'LG AI 연구원'을 설립하며 확장을 본격화했다.

지난해에는 초거대 AI 개발에 1100억원 투자를 결정했다. 초거대 AI란 대용량의 연산이 가능한 컴퓨팅 인프라를 갖추고 대규모 데이터를 스스로 학습해 인간처럼 사고·학습·판단할 수 있는 AI를 뜻한다. 특정 용도에 한정되지 않고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이 가능하다.

이를 위해 LG는 구글 출신의 AI 석학 이홍락 미국 미시간대 교수를 LG AI연구원으로 영입했다. 또 서울대와 캐나다 토론토대 등 AI 연구기관과 협력해 글로벌 AI 생태계 조성에 힘쓰고 있다.

최근에는 구글, 우리은행, EBS 등 국내외 업종별 대표기업 12개사와 손잡고 글로벌 초거대 AI 생태계를 만들기 위한 ‘엑스퍼트 AI 얼라이언스’도 발족했다. 향후 모든 산업 영역에서 상위 1% 전문가 AI를 만들어 고객들이 LG를 통해 새로운 경험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AI 대중화’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CEO스코어데일리 / 유영준 기자 / yjyoo@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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