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도쿄 선언’ 40주년…‘초격차’ 전략 앞세운 이재용, 반도체 한파 딛고 재도약한다

시간 입력 2023-02-07 17:01:00 시간 수정 2023-02-07 17: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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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MC 뛰어 넘는다” 2030년 시스템 반도체 ‘세계 1위’ 목표
지난해 6월 세계 최초 3나노 양산…“비전 달성 한걸음 다가가”
반도체 업황 부진 따른 실적 급감…올해 실적 전망도 비관적
이재용, 반도체 초격차 기술 확보 주문…R&D·시설 투자 지속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사진=연합뉴스>

이달 8일이면 고(故) 이병철 삼성 창업회장의 ‘도쿄 선언’이 나온 지도 40주년을 맞이한다. 이 창업회장의 과감한 도전으로 싹을 틔운 반도체 사업은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선대회장의 ‘초격차’ 전략에 힘입어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는 보국 사업으로 발돋움했다.

그러나 세계를 주름 잡았던 삼성의 ‘반도체 신화’는 현재 큰 위기에 직면했다. 지난해부터 이어져 온 ‘반도체 한파’가 날로 심화하면서 향후 실적에 적신호가 켜졌기 때문이다. 반도체 패권을 둘러싼 반도체 업체들과의 치열한 경쟁도 삼성전자에게 적지 않은 위협이 되고 있다.

‘뉴 삼성’ 비전 실현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눈앞에 닥친 반도체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기술’을 앞세워 반도체 초격차를 유지한다는 구상이다. 이를 통해 확보한 미래 경쟁력을 토대로 삼성을 초일류기업으로 재도약시킨다는 목표다.

7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 회장은 도쿄 선언 40주년과 관련해 별도의 경영 메시지를 내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사업과 관련해 삼성의 대외 발표는 없을 것으로 보이나, 업계는 이 회장이 초격차 전략을 흔들림 없이 추진할 것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병철 창업회장이 도쿄 선언을 내놨을 당시 삼성전자의 목표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 세계 1위였다. 이후 40년이 지난 현재 이 회장의 목표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를 비롯한 시스템 반도체 시장 세계 1위다.

이 회장은 앞서 2019년 4월 ‘시스템 반도체 비전 2030’을 통해 “메모리 반도체에 이어 파운드리를 포함한 시스템 반도체에서도 확실히 1등을 하겠다”며 “전 세계 파운드리 1위인 대만 TSMC를 넘어서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당시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 133조원의 엄청난 자금을 투입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2021년에는 기존 계획에 38조원을 더해 총 171조원을 투자키로 했다.

(왼쪽부터) 지난해 6월 삼성전자 반도체공장 화성캠퍼스 생산라인에서 3나노 웨이퍼를 보여주고 있는 정원철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상무, 구자흠 부사장, 강상범 상무. <사진=삼성전자>

엄청난 규모의 투자에 힘입어 삼성전자는 지난해 6월 세계 최초로 GAA(게이트올어라운드) 기술을 적용한 3nm(1nm는 10억분의 1m) 반도체 양산에 본격 돌입했다. 이는 TSMC보다도 반년 가량 앞선 것이다.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 대표이사는 지난해 7월 25일 열린 3나노 양산 출하식에서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사업에 한 획을 그었다”며 “핀펫 트랜지스터가 기술적 한계에 다다랐을 때 새로운 대안이 될 GAA 기술의 조기 개발에 성공한 것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혁신적인 결과다”고 극찬하기도 했다.

이같은 성장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TSMC의 전 세계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56.1%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사실상 글로벌 시장 과반 이상을 TSMC가 독식하고 있는 셈이다. 반면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15.5%에 그쳤다.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반도체 업황 악화로 반도체 실적 역시 극심한 부진을 겪고 있다. 지난해 4분기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의 영업이익은 2021년 같은 기간 8조8400억원 대비 무려 96.9% 급감한 2700억원에 불과했다.

문제는 올해 실적 전망이 더 암울하다는 점이다. 증권사 컨센서스에 따르면 올 1분기 삼성전자 매출액 전망치는 64조3855억원으로 추정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77조7815억원보다 13조원 넘게 줄어든 수치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4조1214억원에서 2조4206억원으로 무려 82.9%나 쪼그라들 것으로 예측됐다. 이 가운데 DS 부문은 아예 적자로 돌아서 1조600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점쳐진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사진=삼성전자>

이러한 비관적인 전망 속에서도 이 회장은 굳건히 초격차 전략을 유지해 나간다는 뜻을 재차 내비치고 있다. 반도체 한파를 돌파할 수 있는 답은 ‘기술’에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간 이 회장은 “세상에 없는 기술로 미래를 만들자”며 기술력 확보를 지속적으로 강조해 왔다.

삼성전자는 이 회장의 주문에 따라 올해 시설 투자를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올해 투자 규모는 지난해와 비슷한 50조원 이상으로 점쳐진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연간 투자액은 53조1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중 반도체에 47조9000억원이 집행됐다.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 사업부 전략마케팅실장 부사장은 지난달 31일 열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반도체 설비 투자 축소와 관련한 물음에 “최근 반도체 시황이 약세지만 미래를 철저히 준비할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최고의 품질과 라인 운영 최적화를 위해 생산라인 유지 보수 강화와 설비 재배치 등을 진행하고, 미래 선단 노드로의 전환을 효율적으로 추진 중이다”며 “공정 기술 경쟁력 강화를 위해 엔지니어 런 비중을 확대하고, 캐펙스(시설 투자) 내에서 연구개발(R&D) 항목 비중도 이전 대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특히 기술 초격차를 위한 R&D에 힘쓴다는 구상이다. 삼성전자는 2028년까지 연구단지 조성에 20조원을 투자키로 했다.

삼성전자 반도체공장 화성캠퍼스. <사진=삼성전자>

이같은 선제적 투자 및 차별화된 기술력, 새로운 시장 창출 등을 발판 삼아 삼성은 ‘반도체 초강대국’ 달성을 주도해 국가 경제 발전에 기여한다는 목표다.

앞서 이 회장은 지난해 10월 삼성 사내 게시판에 올린 ‘미래를 위한 도전’이라는 제목의 게시글에서 “안타깝게도 지난 몇 년 간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새로운 분야를 선도하지 못했고, 기존 시장에서는 추격자들의 거센 도전을 받고 있다”며 “최근 글로벌 시장과 국내외 사업장들을 두루 살펴봤다. 절박하다. 우리 앞에 놓인 현실은 엄중하고 시장은 냉혹하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돌이켜 보면 위기가 아닌 적이 없었다. 우리가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기회가 될 수 있다”며 “어렵고 힘들 때일수록 앞서 준비하고 실력을 키워나가야 한다. 지금은 더 과감하고 도전적으로 나서야할 때”라고 강조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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