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뱅킹’ 사라진 인터넷전문은행, 경쟁력 상실 우려

시간 입력 2023-03-08 07:00:02 시간 수정 2023-03-07 17:5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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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뱅크 29일부터 PC뱅킹 종료, 모바일 뱅킹 ‘집중’
인뱅 3사 PC뱅킹 운영 전무…개인고객 중심 포트폴리오 영향
은행 전반 확산 가능성 미미…기업금융 PC뱅킹 활용 여전

국내 인터넷전문은행 3사 중 유일하게 PC뱅킹을 운영하던 케이뱅크가 서비스를 중단하면서 차별화라는 색깔을 스스로 지운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금융환경 변화에 따른 효율화 차원의 결정이라지만 인터넷전문은행 스스로가 반쪽짜리 서비스를 자처한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케이뱅크는 오는 29일부터 PC뱅킹 서비스를 중단한다. 소비자의 금융서비스 이용 행태가 PC에서 모바일로 이동하며 대다수의 이용 고객이 모바일뱅킹만을 이용하는 데 따른 결정이다.

앞으로 조회, 이체 등 단순 업무를 포함해 예·적금, 대출, 카드 등 뱅킹 관리 업무는 물론 신규 상품 가입 등은 모바일 앱에서만 가능하다. 아울러 PC와 휴대폰 간 인증서 복사를 제외한 공동인증서 및 OTP 인증 등의 보안 업무와 변경, 제출, 신고해제, 긴급서비스 등의 고객센터 업무 역시 모바일로 모두 이관된다.

케이뱅크 측은 효율성 제고 측면에서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는 설명이다. 선택과 집중 전략에 따라 모바일뱅킹 환경에 집중하겠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따라 인터넷전문은행 중 PC뱅킹을 운영하는 곳은 단 한 곳도 없게 된다. 그간 케이뱅크는 인터넷전문은행 3사 중 유일하게 PC뱅킹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카카오뱅크와 토스뱅크의 경우 PC를 통한 지원은 일반적인 상품안내 및 고객센터, 대출서류 제출 등의 일부 업무에 국한한다.

케이뱅크가 밝힌 PC뱅킹 중단 사유는 실제 수치에서 증명된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국내은행 인터넷뱅킹서비스 이용현황’에 따르면 최근 4개년간 PC뱅킹 이용건수는 지속 감소하고 있다. 지난 2019년 321만건에서 2020년 300건, 2021년 296만건으로 줄어든 데 이어 2022년에는 287만건을 기록했다. 모바일뱅킹의 이용건수가 지난 2019년 951만건에서 매년 늘어나며 지난해 1684만건을 기록, 3년 새 77% 이상 증가한 것과 상반된다.

그럼에도 PC뱅킹을 통한 거래금액은 여전히 모바일뱅킹을 한참 웃돈다. 지난해 PC뱅킹을 활용한 거래금액은 62조1630억원으로 인터넷뱅킹 총 거래금액의 81.4%를 차지한다. 모바일뱅킹의 거래금액은 14조1758억원으로 PC뱅킹의 4분의 1 수준이다.

이 같은 이유 탓에 비대면 금융서비스 활성화를 주도한 인터넷전문은행의 PC뱅킹 중단 결정이 시중은행으로 확산될 가능성은 높게 보이지 않는다. 반면 인터넷전문은행 스스로 시중은행과 경쟁할 자산을 미리 없앨 필요가 있는 지에 대한 의구심은 커진다.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이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기업금융서비스 영역 확대를 고심 중인 만큼 PC뱅킹 체제를 유지한 채 기회를 만드는 것이 올바른 처세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케이뱅크 측은 PC뱅킹 종료 결정이 개인고객 서비스에 국한된 것이기에 경쟁력 상실 논란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이지만 향후 시중은행과 경쟁할 PC뱅킹 고도화는 요원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번 결정으로 케이뱅크의 PC뱅킹 서비스는 법인사업자 대상의 수신 및 체크카드 업무만 남게 된다. 

당초 인터넷전문은행은 기업상품의 취급을 제한하는 것이 영업 조건이었지만 지난해 금융위원회는 인터넷전문은행도 기업대출을 균형 있게 취급할 수 있도록 예대율 규제를 개편하고 대면거래 예외사유도 정비하는 등 규제를 일부 완화했다. 올 들어서는 주요 시중은행의 과점 체계를 깨기 위한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한 만큼 인터넷전문은행에 반사이익 효과가 기대되는 상황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은행권의 경쟁을 촉진하겠다는 정부의 기조와 일부 제도 완화 등에 힘입어 인터넷전문은행이 기업금융을 확장할 기회를 역행할 필요는 없지 않느냐”며 반문하는 한편으로 “아직까지는 인터넷전문은행이 기업금융 부문을 크게 확장하지 못한 상황인 만큼 당장의 효율성을 중시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유수정 기자 / crysta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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