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침수 피해 완전 복구 포스코 포항제철소…스마트·친환경 제철소로 거듭난다

시간 입력 2023-03-27 10:57:04 시간 수정 2023-03-27 11: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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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5일만에 침수 피해 복구 완료 ‘정상 가동’
미래 제철소 걸맞게 스마트·친환경기술 적용
체인지업그라운드로 포항지역과 상생 나서

지난해 9월 태풍 힌남노로 인해 침수 피해를 받았던 포스코 포항제철소의 현재 모습은 침수 피해 흔적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정돈된 모습이었다. 공장들은 바쁘게 돌아가고 있었고, 임직원들도 조업에 집중하고 있었다.

4개월 전 포항제철소를 방문했을 당시에는 복구작업이 한창이었지만 임직원들의 노력으로 포스코 포항제철소는 완전 정상 가동에 들어갔다.

포항제철소 2열연공장 입구에 위치한 침수 피해 당시 최고 수위를 나타낸 간판. <사진제공=포스코> 
포항제철소 2열연공장 입구에 위치한 침수 피해 당시 최고 수위를 나타낸 간판. <사진제공=포스코> 

복구 이후로도 품질 이상무

포스코는 지난 23일 포항제철소에서 침수 피해를 복구했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한 프레스투어를 진행했다.

이날 만난 천시열 포스코 포항제철소 공정품질담당 부소장은 “포항제철소 17개 공장, 118개 공정이 지난 1월 20일부로 정상가동에 들어갔다”며 “복구 후 안정적으로 조업 중이며, 테스트 결과 설비능력 양호 확인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완전히 복구를 하기까지 135일간 포스코와 협력사·시공사 등 총 140만명이 투입됐다”며 “복구 기간 동안 중대재해가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도 큰 수확”이라고 덧붙였다.

복구 상황에 대한 설명을 들은 뒤에는 직접 조업 현장을 볼 수 있었다. 가장 먼저 찾은 곳은 2열연 공장이었다. 2열연 공장은 가장 침수 피해가 컸던 공장이다. 특히 지하에 전기설비가 있었는데 지하까지 모두 물에 잠긴 것이 치명적인 피해로 이어졌다.

지난해 11월에 방문했을 당시에는 지하에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비상발전기를 돌려 전기를 공급했으며, 물과 함께 떠내려온 진흙도 모두 제거가 되지 않은 열악한 환경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모습을 더 이상 찾아보지 못했다. 전기 설비는 완전히 복구가 됐다. 특히 바닥과 벽면 모두 새롭게 페인트를 입혀 오히려 복구 전보다 깨끗해졌다.

압연공정에서는 1200℃에 달하는 슬래브가 열연강판으로 제조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슬래브는 두꺼운 철강 반제품이다. 이 반제품이 길이 500미터에 달하는 압연공정을 지나면서 얇은 철판인 열연강판으로 재탄생한다. 압연공정을 마치면 얇아진 열연강판은 두루마리 휴지 모양으로 감겨서 최종 제품으로 나오게 되는데 이것을 열연코일이라고 한다.

서민고 포항제철소 2열연공장장은 “2열연공장이 침수 피해에서 벗어나 정상 가동한 지 100일이 지났는데 현재까지 문제없이 잘 돌아가고 있다”며 “하루에 1만5000톤의 제품을 생산하고 있으며, 2분마다 열연코일이 생산된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포항제철소 2고로에서 쇳물이 나오고 있다. <사진제공=포스코>
포항제철소 2고로에서 쇳물이 나오고 있다. <사진제공=포스코>

제철소에도 스마트·친환경 기술 적용

2열연공장을 둘러본 뒤 2제강공장과 2고로를 볼 수 있었다. 이 곳에서는 1400℃가 넘는 쇳물이 나오고 있었다. 쇳물 근처에만 가도 열기를 느낄 수 있었다.

최명석 포항제철소 2고로 공장장은 이 곳이 스마트·친환경 제철소라는 점을 강조했다. 최 공장장은 “이전까지 철광석과 석탄을 사용할 때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현장에 가서 하루에 세 번씩 샘플을 채취했다. 하지만 샘플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었고 데이터가 부족하다는 얘기도 나왔다”며 “현재는 실시간 데이터화를 통해 화면으로 확인이 가능하며, 이상이 있으면 바로 파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존에는 사람이 경험과 직관에 의해 고로 풍량을 제어했지만 현재는 딥러닝 알고리즘을 완성해 자동으로 풍량을 제어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연·원료 최소 비용, 최적 배합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기술인 ‘포스플롯(PosPLOT)’도 자체 개발하여 운영하고 있다. 기존에는 조업설계 시나리오에 따른 원가 영향 분석에 8일 소요됐는데 이를 3분으로 단축했다. 실제 포스코 포항제철소에서는 이러한 스마트 기술을 적용해 연간 8만5000톤의 생산량을 증가시켰고, 불량률도 13.3%에서 4.9%로 개선시킬 수 있었다.

또 포스코는 탄소 중립을 위해 수소환원제철 생산 체제로 전환해 나갈 계획이다. 현재 포스코는 ‘하이렉스(HyREX)’ 기반 수소환원제철 상용 기술을 개발 중에 있으며, 시험설비 설계에 착수한 상태다.

이 시험설비를 2026년에 도입해 상업화 가능성을 확인할 예정이다. 2030년까지는 상용 기술개발을 완료한 후 2050년까지 포항·광양제철소의 기존 고로 설비를 단계적으로 수소환원제철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포스코는 수소환원제철 등 친환경 기술과 스마트 기술을 통해 미래 경쟁력을 확보할 방침이다.

체인지업그라운드 포항 내부 모습. <사진=박준모 기자>
체인지업그라운드 포항 내부 모습. <사진=박준모 기자>

체인지업그라운드 통해 벤처기업 육성도 나서

이날 마지막으로 찾은 곳은 체인지업그라운드 포항이다. 이 곳은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육성하기 위해 포스코그룹이 운영하는 벤처기업 인큐베이팅 센터다.

세계 2위 규모인 연구시설과 5000여명의 연구인력, 연간 1조원 규모의 연구비 등 국내 최고 수준의 과학기술 인프라가 집적된 곳이다.

포스코그룹은 2021년 7월에 ‘체인지업그라운드 포항’을 개관했다. 현재 113개 기업이 입주했으며, 기업 가치는 1조4086억원이다. 입주율은 100%로 국내 최고 수준의 창업 인큐베이팅 센터로 자리 잡았다.

체인지업그라운드 포항을 처음으로 들어갔을 때 느낌은 깨끗하고 시원하다는 느낌이었다. 특히 건물 한가운데를 뻥 뚫어놓은 구조로 답답함을 느낄 수 없었다. 이날은 3층을 둘러볼 수 있었는데 동영상을 제작할 수 있는 스튜디오가 조성돼 있었다.

사무실은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업무가 가능해보였다. 사무실 외부에도 자리가 마련돼 있어 근로자들의 편하게 근무할 수 있는 환경으로 보였다.

포스코는 체인지업그라운드 포항을 통해 포항과의 지역 상생까지 고려했다. 체인지업그라운드의 지원을 받기 위해 수도권 기업 12곳이 포항으로 본사를 이전했고, 9곳은 포항에 사무실을 새로 열었다. 또 2곳은 포항 공장을 건설했다. 이를 통해 포스코는 포항지역 경제 활성화와 양질의 일자리도 창출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체인지업그라운드는 포스코가 미래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며 “벤처기업들이 성장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게 되면 지방 소멸 위기에 처한 포항지역의 경제 활성화까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박준모 기자 / Junpark@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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