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 미 TV 시장서 승자 없는 ‘저가 출혈경쟁’…K-TV, 수익성 악화 ‘비상’

시간 입력 2024-02-15 07:00:00 시간 수정 2024-02-14 18:0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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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65인치 미니 LED 8K TV 판매가 1499달러 ‘최저’
삼성 65인치 QD-OLED TV는 1459달러…한국보다 저렴
프리미엄TV 저가 경쟁 과열…수익 제고 타격 불가피
OLED·마이크로LED 등 프리미엄 경쟁력 강화 시급

글로벌 가전 수요 둔화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TV 판매 가격이 빠른 속도로 곤두박질치고 있다. 특히 세계 최대 TV 시장 중 하나인 미국에서 두 업체간 가격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삼성·LG의 TV 사업 부문에 비상벨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 세계적으로 TV 판매량이 줄어들고, 저가 출혈 경쟁이 뜨거워지는 상황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 모두 수익성이 높은 프리미엄 TV로 수익성 제고에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4일 시장조사기관 디스플레이서플라이체인컨설턴트(DSCC)에 따르면 최근 미국 시장에서 LG전자 65인치 미니 LED(발광다이오드) 8K TV와 삼성전자 65인치 QD(퀀텀닷)-OLED TV의 최저 판매 가격은 각각 1499달러(약 200만원), 1539달러(약 206만원)를 기록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 77인치 QD-OLED TV 가격도 1799달러(약 240만원)까지 곤두박질쳤다. 이는 지난해 블랙프라이데이 행사 당시 최저가(1999달러)보다 200달러 더 내려간 수치다.

특히 미국내 일부 판매자는 DSCC의 조사 결과보다 더 저렴한 가격에 파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날 CEO스코어데일리가 미국 주요 유통 채널을 살펴본 결과, 삼성 65인치 QD-OLED TV 판매가는 1459달러(약 195만원)까지 하락했다. 이는 동일 제품의 국내 최저가(약 226만원)보다 30만원 넘게 저렴한 것이다.

글로벌 TV 시장을 주름 잡고 있는 삼성전자와 LG전자의 TV 가격이 이처럼 큰 폭으로 떨어진 것은 전 세계적으로 TV 판매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 최대 스포츠 행사인 ‘슈퍼볼’ 대회를 맞아 양사가 TV 판매량을 늘리기 위해 가격 인하 경쟁에 돌입한 때문으로 보인다.

미국 소비자들은 슈퍼볼 경기를 더 생동감 있게 시청하기 위해 우수한 화질을 자랑하는 TV 구매에 돈을 아끼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흐름을 읽은 글로벌 TV 제조 업체들은 슈퍼볼 시즌에 맞춰 저렴한 제품보다는 프리미엄 TV에 할인을 집중해 판매 증진을 꾀하고 있다.

이와 관련, DSCC는 “슈퍼볼 시즌엔 지인들을 초대해 새 TV를 과시하려는 소비자들이 많아 프리미엄 TV 판매 비중이 높다”며 “지난해 블랙프라이데이 당시 TV 최저가를 경신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최근 미국 TV 시장에서 프리미엄 제품 위주로 최저가가 속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베스트바이에서 1499달러에 판매 중인 LG전자 65인치 미니 LED 8K TV. <사진=베스트바이 캡처>

가전 업계에서는 세계 최대 TV 시장인 미국에서 삼성·LG 두 TV 메이커간 가격경쟁이 저가 출혈경쟁으로 변질되고, 결과적으로 수익성을 떨어 뜨리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는 평가다. 실제 글로벌 가전시장 불황으로 TV 메이커들간 가격인하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지만, 가격 인하 효과에 비해 TV 수요는 큰 폭으로 늘지 않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TV부문 톱 메이커인 삼성과 LG가 미국 뿐만 아니라 전 세계 시장에서 치열한 가격경쟁에 나서면서 TV 사업부문 실적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에서 TV 사업을 영위하는 VD(영상디스플레이)·생활가전사업부는 지난해 4분기 50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같은해 1분기 1900억원, 2분기 7400억원, 3분기 3800억원 등 매 분기마다 수천억원대의 영업익을 거뒀지만, 4분기에 아예 적자 전환했다. 글로벌 TV 수요가 감소한데다, 경쟁사간 출혈경쟁이 심화하면서 수익성이 곤두박질 친 때문으로 보인다.

LG전자 TV 사업을 담당하는 HE사업본부 역시 지난해 4분기 72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특히 LG는 OLED TV 등 수익성이 큰 프리미엄 제품을 앞세웠는데도 불구하고 적자를 피하지 못했다.

글로벌 TV 시장이 역성장 하고 있다는 점이 큰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TV 출하량은 2022년 대비 2.7% 감소한 1억9500만대에 그쳤다. 이는 최근 10년 중 가장 낮은 수치다. 

글로벌 TV 출하량은 코로나 팬데믹 특수로 견조한 수요를 유지했던 지난 2020년 이후 줄곧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2020년 2억 1700만대를 기록했던 전 세계 TV 출하량은 2021년 2억1000만대, 2022년 2억200만대로 내려 앉았고, 지난해에는 2억대 선마저 붕괴됐다.

올해 전망치도 밝지 않다. 트렌드포스는 올해 글로벌 TV 출하량이 1억9600만대에 머물 것으로 전망했다. 

2020년 이후, 글로벌 TV 수요가 내리막길을 걸으면서, 경쟁사간 저가 출혈경쟁이 심화되고 수익성은 곤두박질 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삼성과 LG, 두 당사자 모두 출혈이 큰 가격경쟁에 몰두하기 보다는 이같은 위기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두 업체 모두 최근 전 세계적으로 수요가 늘고 있는 OLED TV를 비롯해 QD 기술을 적용한 LCD(액정표시장치) TV, 미니 LED TV, 차세대 패널로 꼽히는 마이크로 LED TV 등 프리미엄 TV 경쟁력을 제고해 수익성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이베이에서 1459달러에 판매 중인 삼성전자 65인치 QD-OLED TV. <사진=이베이 캡처>

삼성전자와 LG전자도 TV수요가 내리막 길을 걷기 시작하던 2022년을 전후로 프리미엄 TV 라인업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AI(인공지능) 기술을 탑재한 QLED TV를 주력 제품으로 내세웠다. 삼성은 지난달 9~12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 2024’에 앞서 ‘삼성 퍼스트 룩 2024’ 행사를 열고, AI TV 신제품을 대거 공개했다.

신제품 ‘네오(Neo) QLED 8K TV’에는 기존보다 속도가 2배 향상된 최신 AI 프로세서가 탑재됐다. 해당 AI 프로세서는 지난해 출시된 제품보다 8배 많은 512개의 신경망 네트워크와 2배 빠른 AI 반도체를 장착하고 있다. 이를 통해 저화질 콘텐츠를 고화질인 8K로 바꿔주고, 영상 왜곡을 줄여준다. 원하는 음성도 따로 분리 가능하다.

용석우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 사장은 “기존 스마트 TV를 넘어 새로운 삶의 방식을 선사하는 ‘AI 스크린 시대’를 선도해갈 것이다”며 “삼성 AI 스크린은 집 안의 모든 기기를 연결하고 제어하는 ‘AI 홈 디바이스’의 중심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이다”고 했다.

삼성전자는 세계 최초로 투명 마이크로 LED도 공개했다. 마이크로 LED는 OLED보다 선명하고 색 재현력이 좋은 패널로, 차세대 TV 시장을 선도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초대형 TV 라인업도 대폭 확대됐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7월 100인치에 가까운 98인치 네오 QLED 8K를 국내에 출시한 바 있다. 98인치 네오 QLED 8K는 △네오 퀀텀 매트릭스 프로 △네오 퀀텀 프로세서 8K △시네마 무빙 사운드(Cinema OTS) △인피니트 슬림 디자인(Infinite One Design) 등 각종 기술이 적용됐다.

삼성전자 AI TV 2024년형 ‘네오 QLED 8K TV’. <사진=삼성전자>

LG전자는 주력 제품인 OLED TV와 함께 QNED(퀀텀닷나노셀발광다이오드) TV를 전면에 내세웠다. 이른바 ‘투트랙’ 전략이다.

먼저 LG는 무선 OLED TV를 앞세워 프리미엄 TV 시장 공략을 가속화한다. 지난해 출시된 LG 시그니처 올레드 M은 4K 120Hz 기반 ‘무선 AV 전송 솔루션’을 적용해 전원을 제외한 모든 선을 없앴다. 올해 LG전자는 97형 LG 시그니처 올레드 M을 필두로 83··77·65형까지 라인업을 대폭 확대키로 했다.

OLED 전용 AI 화질·음질 엔진은 ‘알파11’ 프로세서로 새롭게 진화했다. 기존 ‘알파9’ 대비 4배 더 강력해진 AI 성능을 기반으로 그래픽 성능은 70% 향상됐고, 프로세싱 속도는 30% 더 빨라졌다.

세계 최초 무선 투명 OLED TV ‘LG 시그니처 올레드 T’는 한 단계 더 진일보한 제품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 주변 기기 연결선을 없애고 무선 송수신 기술을 TV에 접목한 LG는 소자 하나하나가 빛을 내는 OLED를 투명으로 만드는 혁신을 이끌어냈다. 고객들은 ‘투명 모드’를 사용하다가 ‘블랙 스크린 모드’로 바꿔 일반 TV처럼 사용할 수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주변 기기와 연결하는 선이 없어 깔끔한 인테리어를 완성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전원을 껐을 때 투명한 유리처럼 스크린 너머를 볼 수 있어 인테리어 활용도가 더욱 배가됐다”고 전했다.

세계 최초 무선 투명 OLED TV ‘LG 시그니처 올레드 T’. <사진=LG전자>

QNED TV도 LG의 핵심 제품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QNED는 나노셀 LCD TV에 미니 LED 기술을 적용한 제품이다. LG QNED TV는 기존 ‘알파7’ 대비 AI 성능이 약 30% 더 강력해진 ‘알파8’ 프로세서를 탑재해 프리미엄 TV에 걸맞은 화질·음질을 제공한다.

LG전자 관계자는 “QNED TV를 통해 프리미엄 TV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며 “OLED TV 가운데 최상위 모델인 OLED 에보, 최신 혁신 제품인 LG 시그니처 올레드 T 등을 앞세워 프리미엄 TV 사업 전략을 계속해서 운영해 나갈 계획이다”고 설명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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