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또 미국 기업만 챙겼다…삼성·SK, 대규모 투자하고 ‘들러리’로 전락하나

시간 입력 2024-02-20 17:30:00 시간 수정 2024-02-20 16:5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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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상무부, 글로벌파운드리에 약 2조 반도체 보조금 제공
미 뉴욕주·버몬트주 신규 설비 투자 및 증설에 투입 예정
미국·서방 기업에만 지원금 집중…인텔도 물망 올라
천문학적 투자 삼성·SK, 이번에도 뒷전으로 밀려

미국이 자국 반도체 업체 글로벌파운드리에 ‘반도체 지원법(Chips and Science Act)’에 따른 대규모 보조금을 지급키로 했다. 미국 정부가 자국내 반도체 공급망  확충을 위해 천문학적인 규모의 지원금 정책을 약속 했지만, 정작 수혜를 입은 기업은 미국 및 서방 기업으로 한정되면서 안팎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최근엔 미 정부가 세계 최대 반도체 업체인 인텔에 막대한 보조금을 주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는 소식까지 전해지기도 했다.

특히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약속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K-반도체 진영은 지원대상에서 아예 배제된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9일(현지시간) 미국 상무부는 글로벌파운드리에 15억달러(약 2조76억원) 규모의 보조금을 지원하는 예비 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글로벌파운드리는 대만 TSMC, 삼성전자에 이어 전 세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시장 3위 업체다. 무선 통신, 영상 처리, 전력 관리 등 다양한 목적의 애플리케이션 구동을 위한 반도체를 주로 생산한다.

TSMC와 삼성이 2나노 선단 공정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과 달리 글로벌파운드리는 12나노 이전 세대인 레거시(구형) 공정을 기반으로 반도체를 양산한다. 이들 반도체는 스마트폰, 가전, 자동차, 비행기, 항공우주 등 안정적인 구동이 필수인 환경에서 주로 사용된다.

글로벌파운드리는 2조원을 웃도는 반도체 보조금을 미 뉴욕주·버몬트주 신규 설비 투자 및 증설에 투입할 예정이다.

다만 아직 최종 협약이 체결된 것은 아니다. 미 상무부는 실사를 거쳐 최종 보조금 지원 협약을 확정할 계획이다. 지원금은 설비 투자 진행 단계에 따라 나눠 투입된다.

생산 시설 증대가 완료되면 글로벌파운드리의 반도체 생산량은 대폭 늘어날 전망이다. 미 정부는 해외 공급망에 대한 의존도를 크게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성명을 통해 “이번 지원을 통해 생산된 반도체는 현재 전적으로 해외에 의존하고 있는 미국의 자동차 및 항공 산업의 반도체 공급망에 안정성을 제공할 것이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지나 러몬도 미 상무부 장관도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며 미국의 자동차 산업은 반도체 공급 부족에 따른 셧다운으로 고통 받아야 했다”며 “이번 지원으로 이같은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미국 글로벌파운드리 본사. <사진=글로벌파운드리>
미국 글로벌파운드리 본사. <사진=글로벌파운드리>

미국이 반도체 지원법에 따른 보조금을 지급키로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달 4일 미 상무부는 자국 반도체 업체인 마이크로칩테크놀로지(마이크로칩)에 1억6200만달러(약 2167억원)의 보조금을 제공키로 했다. 마이크로칩은 전기차를 비롯한 자동차, 비행기, 항공우주, 가전, 국방 분야 등에 주로 사용되는 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MCU), 머추어 노드(40nm 이상) 등 레거시 반도체를 생산하는 업체다.

마이크로칩이 받은 보조금 가운데 9000만달러(약 1204억원)는 미 콜로라도주 스프링스에 위치한 반도체 제조 시설 현대화에 투입될 예정이다. 나머지 7200만달러(약 963억원)는 미 오리건주 그레셤에 있는 반도체 제조 시설 확장에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

미 정부는 앞서 지난해 12월에 영국 방산 업체 BAE시스템스 뉴햄프셔공장에 최초로 보조금을 지급하기도 했다. 지원 규모는 3500만달러(약 468억원) 수준이다. BAE시스템스는 이번 투자를 발판으로 F-35 등 미군 정예 전투기에 사용되는 핵심 반도체 생산 설비를 현대화한다는 방침이다.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세계 최대 반도체 업체인 인텔이 바이든 행정부의 보조금을 지원받을 수 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최근 블룸버그 통신은 미 정부가 인텔과 함께 10조원대 규모의 반도체 보조금을 지원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보도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바이든 행정부가 인텔에 100억달러(약 13조3750억원)의 보조금 지원을 고려 중이다”며 “이는 반도체 지원법 시행 이후 최대 규모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미 정부와 인텔은 아직 협의 중이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미 상무부와 인텔 모두 논평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정부가 이처럼 사실상 자국내 반도체 기업에만 반도체 지원금을 몰아주면서, 여타 반도체 업체들은 들러리로 전락하는거 아니냐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현재까지 반도체 지원법을 겨냥해 미 당국에 지원을 요청한 업체들은 수백여 곳에 달하고 있다. 이들이 제출한 투자 의향서만도 460개가 넘는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이 자국 및 서방 기업 위주로 보조금을 몰아줄 경우 삼성전자, SK하이닉스를 비롯한 다수의 반도체 업체들은 자칫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이행하고도 제대로 된 지원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 처할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몇몇 반도체 기업들이 아예 지원금 대상에서 제외될 것이라는 관측까지 내놓고 있다.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에 건설 중인 삼성전자 파운드리공장. <사진=경계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사장 인스타그램 캡처>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에 건설 중인 삼성전자 파운드리공장. <사진=경계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사장 인스타그램 캡처>

당장 미국에 대규모 공장 증설 계획을 발표한 삼성·SK는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삼성·SK가 발표한 대(對)미 투자 규모는 천문학적인 규모다.

삼성전자는 2021년 11월 미 텍사스주에 170억달러(약 22조7460억원)의 파운드리공장을 짓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이에 따라 현재 건설 공사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또한 지난해 7월에는 미 텍사스주에 향후 20년 간 1920억달러(약 256조8960억원)를 투자해 반도체공장 11곳을 건립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추진하고 있는 반도체 초격차 전략과도 일맥상통한다. 이 회장은 2019년 4월 당시 ‘시스템 반도체 비전 2030’을 발표하고, “메모리 반도체에 이어 파운드리를 포함한 시스템 반도체에서도 확실히 1등을 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지난 2022년 7월 바이든 대통령과의 화상 회담에서 300억달러(약 40조14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SK는 패키징공장 등 반도체 생태계 조성에만 150억달러(약 20조700억원)를 쏟아 붓는다는 구상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대규모 투자로 미국에 구축되는 신규 생산 설비는 세계에서 으뜸가는 첨단 반도체 제조 거점이 될 전망이다. 

그러나 미 반도체 보조금이 미국 및 서방 기업에만 집중되면서, 실제 K-반도체에 제공되는 지원금이 소폭이거나 아예 전무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천문학적인 규모의 투자재원을 들여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구축하고도, 정착 미국 기업만 실속을 챙길 가능성이 커 보이는 상황이다.

한편 미 정부는 조만간 반도체 지원법에 따른 보조금 지원 대상 업체를 추가 발표한다는 입장이다. 러몬도 장관은 최근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향후 6~8주 내에 여러 추가 발표를 볼 수 있을 것이다”며 “주요 반도체 업체들과 매우 복잡하고 어려운 협상을 진행 중이다”고 밝혔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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