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게 섯거라”…삼성, 상반기 차세대 HBM 양산 반격 선언

시간 입력 2024-04-03 07:00:00 시간 수정 2024-04-02 17:29:04
  • 페이스북
  • 트위치
  • 카카오
  • 링크복사

WSJ “삼성, HBM 시장서 SK 등 경쟁사 따라잡기 노력 중 ”
“삼성 HBM3E 양산 땐 기술 격차 1년→1개 분기 크게 축소”
경계현 “12단 적층 HBM 앞세워 글로벌 시장 주도권 확보”

삼성전자가 차세대 메모리인 HBM(고대역폭메모리) 시장에서 SK하이닉스에 한발 뒤처진 것으로 평가되는 가운데, 최근 삼성이 SK와의 기술 격차를 좁히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특히 삼성이 SK에 이어 올 상반기 중으로 차세대 HBM 양산에 돌입하겠다는 뜻을 내비치면서, AI(인공지능) 시대 K-반도체 업체간 경쟁이 더욱 첨예해질 것이란 관측이다.

1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고성능 AI 메모리 분야에서 삼성전자가 SK하이닉스 등 경쟁사와의 기술 격차를 좁혀 나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WSJ은 “삼성은 AI 경쟁의 첫 번째 대전에서 SK에 뒤처졌다”면서도 “그러나 삼성은 재정 및 기술적 역량을 발휘해 SK를 따라잡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업계 안팎에선 삼성이 HBM 주도권 쟁탈전에서 SK에 뒤졌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SK하이닉스의 글로벌 HBM 시장 점유율은 53%로, 과반을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는 38%로, 2위에 머물렀다. 이에 SK와 삼성 간 시장 점유율 격차는 15%p나 됐다.

삼성전자 스스로도 이를 시인한 바 있다. 앞서 지난달 20일 경기 수원시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삼성전자 정기 주주 총회에서 ‘HBM 시장에서 삼성이 한발 밀린 것 아니냐’는 주주들의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경계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사장은 “HBM 시장에서 경쟁사에 역전을 허용했다”고 인정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더욱 잘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이 전 세계 HBM 시장에서 SK에 크게 뒤처진 것은 SK하이닉스가 차세대 메모리 기술 경쟁에서 우위를 점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20일 SK하이닉스는 초고성능 AI용 메모리 신제품인 HBM3E를 세계 최초로 양산하고, 이달 말부터 제품 공급을 시작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는 SK하이닉스가 지난해 8월 HBM3E 개발을 알린 지 7개월 만이다.

HBM3E는 5세대 고성능 메모리 반도체다. 현존 최고 사양 D램인 ‘HBM3’의 다음 세대 제품으로, 주요 빅테크로부터 각광받고 있다.

SK하이닉스 HBM3E. <사진=SK하이닉스>

특히 SK의 HBM3E는 엔비디아에 최초로 공급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HBM3에 이어 HBM3E 역시 가장 먼저 고객사에 공급하게 됐다”며 “HBM3E 양산도 성공적으로 진행해 AI 메모리 시장에서의 경쟁 우위를 이어 가겠다”고 강조했다.

SK하이닉스가 엔비디아에 세계 최초로 양산, 공급하는 HBM3E는 초당 최대 1.18TB의 데이터를 처리하는 차세대 메모리다. 이는 풀HD급 영화(5GB) 230편에 달하는 데이터를 1초 만에 처리하는 수준이다. 특히 효과적으로 발열을 제어하기 위해 어드밴스드 MR(매스 리플로우)-MUF(몰디드 언더필) 공정이 적용됐다. 이에 열 방출 성능은 이전 세대 대비 10% 향상됐다.

SK하이닉스의 MR-MUF는 적층한 칩 사이에 보호재를 넣은 후 전체를 한 번에 굳히는 공정이다. 칩을 하나씩 쌓을 때마다 필름형 소재를 깔아주는 기존 NCF(비전도성 접착 필름) 방식과 비교해 공정이 효율적이고 열 방출에도 효과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이처럼 강력한 성능을 자랑하는 SK의 HBM3E는 AI 반도체가 필요로 하는 기술 수준을 충족시켜줄 현존 최적의 제품으로 평가된다.

류성수 SK하이닉스 HBM 사업담당 부사장은 “세계 최초로 HBM3E 양산을 통해 AI 메모리 업계를 선도하는 제품 라인업을 한층 강화했다”며 “그동안 축적해 온 성공적인 HBM 비즈니스 경험을 토대로 고객 관계를 탄탄히 하면서 ‘토털 AI 메모리 프로바이더’로서의 위상을 굳혀 나가겠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HBM3E 생산량 대부분을 엔비디아에 공급할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지난해 3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HBM3 뿐만 아니라 HBM3E까지 2024년도 생산 능력이 솔드아웃(매진)된 상황이다”며 “2025년까지도 고객사, 파트너들과 기술 협업 및 생산 능력 확대에 대해 논의하는 중이다”고 밝힌 바 있다.

SK에 뒤처진 삼성은 글로벌 HBM 시장에서 경쟁력 제고에 사활을 걸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는 차세대 HBM 실물 제품을 공개하며 추격의 신호탄을 쐈다.

삼성은 지난달 18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 SAP 센터에서 열린 엔비디아 연례개발자 콘퍼런스 ‘GTC 2024’에서 업계 최초로 D램 칩을 12단까지 쌓은 HBM3E 12H 실물을 선뵀다. 그동안 HBM 경쟁에서 SK에 밀렸다는 평가를 받아 온 삼성전자는 올 2월 27일 24Gb D램 칩을 실리콘 관통 전극(TSV) 기술로 12단까지 적층해 업계 최대 용량인 36GB HBM3E 12H를 구현했다고 밝힌 바 있다.

삼성전자 36GB HBM3E 12H. <사진=삼성전자>

TSV는 수천개의 미세 구멍을 뚫은 D램 칩을 수직으로 쌓아 적층된 칩 사이를 전극으로 연결하는 기술이다. 삼성은 이 기술을 기반으로 3GB 용량인 24Gb D램 12개를 수직으로 쌓아 현존 최대 용량을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삼성의 HBM3E 12H는 성능과 용량 모두 전작인 ‘HBM3’ 8H 대비 50% 이상 개선됐다. 특히 초당 최대 1280GB를 처리할 수 있다. 이는 1초에 30GB 용량의 UHD 영화 40여 편을 업로드 또는 다운로드할 수 있는 속도다.

칩 두께를 최소화하는 데에도 힘썼다. 삼성은 TC NCF(첨단 열압착 비전도성 접착 필름) 기술로 12단 적층 제품을 8단 적층 제품과 동일한 높이로 구현했다. 첨단 TC NCF 기술을 적용하면 HBM 적층 수를 늘리면서도, 얇은 칩 두께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휘어짐 현상을 크게 줄여준다.

NCF 소재 두께도 낮춰 업계 최소 칩 간 간격인 7마이크로미터(1㎛는 100만분의 1m)를 구현했다. 이를 통해 전작인 HBM3 8H 대비 20% 이상 향상된 수직 집적도를 실현했다.

WSJ은 “삼성이 HBM3E를 양산하기 시작하면 이전 세대 HBM처럼 1년이 아닌 1개 분기 정도로 경쟁사와의 기술 격차를 좁힐 것이다”고 전망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최고경영자)의 행보에 대해서도 주목했다. 황 CEO는 지난달 18일 열린 GTC 2024에서 ‘삼성의 HBM을 사용하고 있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아직 사용하고 있지 않다”면서도 “현재 테스트하고(qualifying) 있으며, 기대가 크다”고 답했다. 또 황 CEO는 삼성전자 전시 부스에서 들러 HBM3E 실물 제품에 ‘젠슨이 승인함(Jensen Approved)’이라고 적고, 서명까지 남겼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