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고위험상품 불완전판매, 당국 책임론 부상…“비이자이익 확대 요구 떠밀어”

시간 입력 2024-04-24 17:19:26 시간 수정 2024-04-24 17: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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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의 고위험상품 판매, 어떻게 볼 것인가’…금융노조포럼 개최
성과주의·당국 관리 미흡 비판, 경영진·당국 책임 강화 방안 제시

24일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2024년 제1회 금융노조포럼’. <사진=CEO스코어데일리>

몇 년간 이어진 은행권 고난도상품 손실 사태를 놓고 양대 금융노조가 금융당국 관리 부실을 지적하고 나섰다. 불완전판매에 대한 책임을 일선 영업점 직원이 아닌 금융사 경영진의 성과주의와 당국의 안일함에 물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금융경제연구소는 24일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등과 함께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2024년 제1회 금융노조포럼’을 개최했다.

‘은행의 고위험상품 판매, 어떻게 볼 것인가’를 주제로 열린 이번 포럼에서 참석자들은 과거 키코(KIKO)부터 파생결합펀드(DLF), 최근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까지 대규모 손실 사태가 연달아 발생하게 된 원인과 그 해법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성수용 한국금융연수원 교수는 ‘소비자보호와 지배구조의 관점에서 본 은행의 고위험상품 판매’를 주제로 한 발제에서 금융당국이 제도를 개선하고 금융소비자보호법이 제정됐음에도 금융사 차원의 금융소비자보호 실패가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성 교수는 “금소법 시행을 앞두고 사용 중인 판매시스템에 대해 대부분 금융사들이 법률자문 등을 받아 금소법 위반 여부 등을 점검했음에도 일부 은행·증권사의 판매시스템이 여전히 금소법 상 규제 내용을 미반영 하는 등 위법한 상태로 운용했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금융사 이익 중심의 경영 문화는 여전하다. 특히 본점 차원의 판매 정책상 소비자 보호 실패가 반복되고 있다”며 “소비자 이익 중심의 경영문화가 회사 영업 전반에 착근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최원철 금융노조 대외협력본부 부위원장은 은행 노동자 관점에서 고위험상품 판매 문제를 되짚었다.

최 부위원장은 “이번 ELS 사태에 대한 1차 책임은 금융당국에 있다”며 “과거 DLF 사태 이후 은행의 고난도 투자상품을 제한하려 했으나, 은행의 요청으로 공모펀드 ELS에 대해 판매 허용으로 번복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금융당국이 2021년부터 홍콩 H지수 급락에 대비해야 함을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데 그쳤다고 주장했다. 또 아자장사에 대한 비판 수위를 높이면서 무리하게 비이자이익을 늘리도록 은행을 떠밀었다고 비판했다.

최 부위원장은 “아직 국내 은행들은 비이자이익을 거둘 수 있는 환경이나 능력을 갖추지 못했다”며 “그렇기 때문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비이자이익을 거두기보다는 판매 수수료 등 단기적인 비이자이익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24일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2024년 제1회 금융노조포럼’에서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CEO스코어데일리>

이날 포럼에서는 은행의 고위험상품 판매 제한에 대한 토론도 이어졌다.

강경훈 동국대학교 교수는 “ELS를 앞으로 은행이 팔지 못하도록 하자는 주장도 제기되지만 그 실효성은 그리 크지 않다”며 “ELS와 특성이 비슷한 상품을 만들 가능성이 있고, 금융소비자의 선택권과 채널 접근성도 낮아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불완전판매가 드러나면 은행의 존립에 위험이 될 정도로 엄벌을 내린다면 앞으로 또 있을지 모르는 유사 사례를 방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금소법에 집단소송제와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포함시키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기원 사무금융노조 증권업종본부장은 고난도상품 판매 문제가 ‘선취 수수료’와 경영진의 ‘성과주의’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했다.

김 본부장은 “ELS같은 원금손실 위험이 있는 고위험 상품은 판매수수료도 1%-3%정도로 원금보장되는 저위험 상품대비 높은 판매 수수료를 받을 수 있고, 가입시점에 내야 수수료가 절약된다고 고객을 유인해 판매시점에 선취로 판매 수수료를 먼저 수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이유로 성과주의에 매몰된 경영진은 위험을 잘 알고 있음에도 사고는 3년 후의 일이기에 KPI나 인사상 불이익 암시 등으로 직원들에게 고위험 선취 상품의 판매를 강요했고 이것이 반복된 금융상품 사고의 근본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김 본부장은 판매 시점이 아닌 금융소비자에게 제시한 투자 성과가 달성됐을 때 더 많은 보수를 받는 후취 성과 보수제로 전환하고, 직무상 법적 문제로 인해 발생하는 법무비용을 회사 비용으로 처리하는 것을 금지해 경영진의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상배 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 역시 “현재의 불완전판매 문제는 은행원에게 고도의 도덕성과 희생을 요구하는 방식으로 해결할 수 없다”며 “실무자에 대한 인사관리 제도의 구조적 위험성을 해결하는 것이 금융소비자에 대한 불완전판매를 줄이는 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사관리와 판매 상품의 위험성 관리 측면에서 여전히 문구로만 남아 있는 은행의 내부통제 제도를 활성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민병덕 민주당 의원은 “금융 사태는 안타까운 사고가 아니다. 금융소비자의 책임은 더더욱 아니다”라며 “정부와 금융당국의 정책 실패와 감독 소홀, 불완전판매를 부추기는 성과지향의 금융산업 등 여러 요인들이 쌓여서 발생한 명백한 인재(人災)”라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기율 기자 / hkps099@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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