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BOE, 애플에 OLED 패널 공급…삼성·LG, 디스플레이 입지 ‘위협’

시간 입력 2024-04-25 07:00:00 시간 수정 2024-04-25 09:5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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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한국 중소형 OLED 시장 점유율 71.6%
중국은 27.6%…고객사 10곳 중 3곳, ‘중국 낙점’
BOE, 애플 아이폰SE4 OLED 패널 납품 유력
중국 맹추격에 OLED 시장 내 삼성·LG 위기↑

삼성디스플레이 ‘플렉스 인앤아웃 플립’. <사진=삼성디스플레이>
삼성디스플레이 ‘플렉스 인앤아웃 플립’. <사진=삼성디스플레이>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무서운 속도로 약진하고 있다. 2021년 세계 디스플레이 시장 1위에 오른 중국이 지난해 전체의 절반 가까운 점유율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K-디스플레이가 독보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는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시장에서도 중국의 영향력이 점점 더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최근 애플이 중국 업체로부터 OLED 패널을 공급 받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K-디스플레이에 적잖은 충격을 던지기도 했다. 중국의 디스플레이 굴기가 날로 거세지면서, 디스플레이 시장을 주도해 온 삼성, LG의 위기감도 고조되는 모습이다.

24일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에 따르면 매출 기준 지난해 한국의 글로벌 디스플레이 시장 점유율은 33.4%로 집계됐다. 이는 2022년 36.9% 대비 3.5%p 감소한 수치다.

반면 같은 기간 중국의 세계 디스플레이 시장 점유율은 42.%에서 47.9%로, 5.4%p 증가했다. 사실상 글로벌 시장의 과반을 중국이 차지하게 된 것이다.

이에 한국·중국 간 시장 점유율은 더욱 벌어지게 됐다. 한·중 간 점유율 격차는 2022년 5.6%p에서 지난해 14.5%p로 대폭 확대됐다.

특히 K-디스플레이가 주도하고 있는 OLED 시장에서 중국의 추격이 거세지고 있다는 점은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지난해 한국의 전 세계 OLED 시장 점유율은 74.2%로, 2022년 81.3%와 비교해 7.1%p 줄어들었다. 이와 달리 같은 기간 중국은 17.9%에서 25.1%로, 7.2%p나 증가했다. 한국의 점유율 감소 폭만큼 중국이 해당 점유율을 전부 흡수한 셈이다.

무엇보다도 모바일이 주력인 중소형 OLED 시장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상당히 커졌다. 지난해 글로벌 중소형 OLED 시장 점유율은 한국 71.6%, 중국 27.6%로 조사됐다. 고객사 10곳 중 3곳이 중국을 디스플레이 공급 업체로 낙점한 것이다.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캠퍼스. <사진=삼성디스플레이>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캠퍼스. <사진=삼성디스플레이>

상대적으로 OLED 경쟁 열위에 처해 있던 중국이 글로벌 시장에서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은 저렴한 가격으로 무장한 패널을 앞세워 물량 공세를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출하량 기준 중국 최대 디스플레이 업체 BOE의 전 세계 중소형 OLED 시장 점유율은 2022년 12%에서 지난해 15%로, 3%p 확대됐다. BOE뿐만 아니라 △비전옥스 9% △티안마 8% △에버디스플레이 6% △차이나스타 5% 등 다수의 중국 업체들도 4~7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와 관련해 옴디아는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이 생산 능력과 패널 품질을 빠르게 향상시키고 있다”며 “이를 통해 글로벌 시장 점유율도 늘어나는 추세다”고 분석했다.

중국이 약진하는 사이 K-디스플레이의 입지는 쪼그라들었다. 지난해 삼성디스플레이의 글로벌 중소형 OLED 시장 점유율(출하량 기준)은 43%로, 2022년 56% 대비 무려 13%p 하락했다. 옴디아가 해당 통계를 집계한 이래 삼성디스플레이의 점유율이 50% 아래로 떨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같은 기간 LG디스플레이도 11%에서 10%로, 1%p 축소됐다. 이에 BOE에 밀려 3위에 안착했다.

이렇듯 안정적인 성능에 가격 경쟁력까지 갖춘 중국 업체들의 패널이 고객사로부터 선택받기 시작하면서 K-디스플레이는 중소형 OLED 시장에서 점점 맥을 못 추는 모습이다. 최근 들어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패널이 LCD(액정표시장치)에서 OLED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는 가운데 중국 업체들이 삼성, LG 등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들의 자리를 대체하고 있는 것이다.

LG디스플레이 파주사업장. <사진=LG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파주사업장. <사진=LG디스플레이>

향후 중국 업체들의 글로벌 시장 공략이 더욱 가속화할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가 최대 고객사인 애플을 사로잡았기 때문이다.

IT 매체 GSM아레나 등에 따르면 최근 BOE는 애플의 ‘아이폰SE4’에 OLED 패널을 공급키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이폰SE는 애플의 중저가형 스마트폰 모델이다. 현재 3세대 제품인 아이폰SE3까지 출시됐다. 4세대 제품인 아이폰SE4는 2025년 출시 예정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차기 아이폰SE의 가장 큰 변화는 디스플레이다. 애플은 그간 아이폰SE 제품에 LCD를 탑재해 왔다. 그러나 아이폰SE4부터는 OLED를 채택할 것으로 파악됐다.

업계 안팎에서는 아이폰SE4에 장착할 OLED 패널을 BOE가 공급할 것으로 점치고 있다. 당초 해당 패널은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등이 납품할 것으로 여겨졌다. 애플 ‘아이폰15’ 시리즈에 채택된 OLED 패널을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전량 공급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삼성디스플레이는 △아이폰15 △아이폰15 플러스 △아이폰15 프로 △아이폰15 프로 맥스 등 아이폰15 시리즈 전 모델에 패널을 납품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도 아이폰15 프로와 아이폰15 프로 맥스 등 상위 모델 2종에 공급 중이다.

그러나 삼성 등 K-디스플레이는 아이폰SE4에 대한 OLED 공급을 꺼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격 때문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OLED 패널당 30달러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애플이 이보다 더 낮은 25달러를 요구하면서 사실상 패널 납품은 수포로 돌아갔다.

BOE가 애플에 OLED를 단독 공급할 가능성이 유력해지면서 향후 중국의 중소형 OLED 시장 내 영향력은 대폭 커질 것으로 관측된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업체들이 중소형 OLED 패널 기술 격차를 빠르게 좁히고 있다”며 “K-디스플레이가 중국을 따돌리고 경쟁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선 차세대 기술 투자와 정부의 적극적 지원이 요구된다”고 설명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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