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지난해 영업익 6.5조 84%↓… “반도체 실적반등, 터널 끝 보인다”

시간 입력 2024-01-09 17:40:00 시간 수정 2024-01-09 17:3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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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4분기 영업익 2.8조…전분기比 15.23%↑
매 분기 실적 증가세…DS 부문 적자 폭 축소 덕분
메모리 감산 효과 본격화…반도체 가격도 지속 상승
‘AI 열풍’ 따른 HBM 호재…삼성, 실적 반등 가속화

글로벌 ‘반도체 한파’로 지난해 줄곧 분기당 1조원을 밑도는 영업이익을 기록했던 삼성전자가 지난해 4분기 2조원이 넘는 호실적을 기록했다. 반도체 업황 악화로 인해 연간 영업이익으로는 지난 2008년 이후 최악의 기록이지만, 지난해 3분기에 이어 2개 분기 연속 조 단위 영업이익을 기록하면서 올해 실적 반등에 따른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삼성의 실적이 개선되고 있는 것은 반도체 업황 회복으로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의 적자 규모가 축소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챗GPT가 쏘아올린 AI(인공지능) 열풍으로 HBM(고대역폭메모리) 등 고성능 D램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메모리 시황은 빠르게 되살아 나고 있다.

삼성전자 DS 부문의 적자 폭이 줄어들고 있는 만큼, 이미 본격적인 실적 반등에 돌입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올해 AI 메모리 수요가 더욱 늘고, 반도체 가격 또한 꾸준히 상승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향후 DS 부문의 실적 개선은 더 두드러질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연결 재무제표 기준 지난해 매출액이 258조1600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9일 발표했다. 이는 2022년 302조2300억원 대비 14.58% 감소한 수치다.

영업이익은 더 큰 폭으로 감소했다. 지난해 영업익은 6조5400억원으로, 지난 2022년 43조3800억원 대비 84.92%나 급감했다. 삼성전자의 연간 영업익이 10조원을 밑돈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친 2008년 6조319억원 이후 15년 만이다.

분기 실적도 좋지 않았다. 지난해 4분기 매출액은 67조원으로 조사됐다. 이는 2022년 같은 기간 70조4600억원 대비 4.91% 감소한 수치다. 지난해 4분기 영업익은 2조8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4조3100억원과 비교해 35.03%나 급감했다.

시장에서는 삼성전자의 연간 영업이익이 크게 감소하기는 했지만, 지난해 3분기 이후 분기 실적이 점차 개선되고 있는 것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지난해 3분기 2조 4300억원이었던 영업이익은 4분기에 4000억원 가량 더 확대됐다. 특히 지난해 상반기 반도체 가격하락으로 1분기와 2분기 모두 영업이익이 1조원을 밑돌았던 것과 비교하면 2조원 넘게 증가한 것이다.

삼성전자 반도체공장 화성캠퍼스.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의 실적이 꾸준히 개선되고 있는 것은 메모리 반도체 업황 회복으로 DS 부문의 적자가 빠르게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삼성전자가 사업 부문별 실적을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실제 DS 부문의 영업이익은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있다.

지난해 1분기 -4조5800억원에 달했던 DS 부문 영업익은 2분기 -4조3600억원, 3분기 -3조7500억원 등으로, 매 분기 적자 규모를 줄여 왔다.

이 같은 흐름대로 라면 지난해 4분기 DS 부문의 영업손실은 1조~2조원대에 머물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특히 메모리 가격하락에 따라 시행에 돌입한 감산 효과가 본격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초 감산에 돌입한 삼성은 하반기부터 메모리 생산 능력 조정에 따른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밝힌 바 있다.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 사업부 부사장은 지난해 3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메모리 업황이 바닥을 찍었다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최근 고객사들로부터 재고 확보와 관련해 문의가 다수 있었다”며 “생산 하향 조정도 지속하고 있는 만큼 재고 수준은 D램과 낸드플래시 모두 지난해 5월 정점을 찍은 후 꾸준히 감소 중이다”고 설명했다.

메모리 수요가 확대되고 있는 와중에 제품 평균판매단가(ASP)가 상승하고 있는 점도 실적 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D램 평균판매단가(ASP)는 직전 분기 대비 13~18% 상승했다. 이에 삼성전자를 비롯한 주요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의 수익성은 크게 제고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삼성전자 관계자는 “HBM, DDR5, LPDDR5x 등 고부가 D램 판매량이 증가하고, 일부 제품 판매 가격이 상승하면서 메모리의 수익성을 제고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향후 전망도 밝다. 올 1분기 D램 ASP는 13~18%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D램 종류별로 살펴보면 모바일용 D램은 18~23% 치솟을 것으로 관측됐다. PC·서버·그래픽용 제품은 각각 10~15%, 소비자용은 8~15% 등이다.

삼성전자 초고성능 HBM3E ‘샤인볼트’. <사진=삼성전자>

전 세계적으로 불어 닥친 AI 열풍도 호재로 작용했다. AI 반도체를 구동하기 위해 HBM 등 고성능 메모리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했다.

엔비디아, AMD 등 주요 반도체 업체들은 급성장하는 글로벌 AI 반도체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AI 분야의 정보 처리에 주로 사용되는 핵심 장치인 GPU(그래픽처리장치)를 앞세워 시장 점유율을 늘려 나가고 있다. GPU를 활용하면 문장 생성 및 분석 등 생성형 AI 학습 등 여러 개의 연산을 병렬 방식으로 동시에 처리할 수 있다.

주목할 점은 고도의 작업을 빠르게 해내는 고성능 GPU를 구동하기 위해선 HBM과 같은 고성능 메모리가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AI 반도체 수요가 증가할수록 HBM 수요는 더욱 큰 폭으로 늘어나는 셈이다.

당장, AI 특수로 인해 삼성을 향한 글로벌 빅테크들의 러브콜이 쏟아지고 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이 글로벌 HBM 시장에서 독보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전 세계 HBM 시장은 삼성·SK 두 업체가 독식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2022년 기준 SK하이닉스의 글로벌 HBM 시장 점유율은 50%에 달한다. 삼성전자도 40%의 점유율을 확보하면서 SK하이닉스의 뒤를 바짝 추격 중이다. K-반도체가 전 세계 HBM 공급을 전담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한 셈이다.

HBM 수요가 확대되면서 향후 K-반도체의 입지는 더 강화될 전망이다. 트렌드포스는 올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HBM 시장에서 각각 46~49%를 차지하고, 미국 마이크론이 4~6%를 확보할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전자도 AI 반도체 호재를 겨냥해 HBM 시장 공략에 사활을 건 상태다.

삼성전자는 올해 HBM 생산 능력을 지난해보다 2.5배 이상 늘리겠다고 선언했다. 김 부사장은 지난해 3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현재 HBM3와 HBM3E 신제품 사업을 확대 중이다”며 “이미 주요 고객사와 내년 공급 물량에 대한 협의를 완료한 상황이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초고성능 HBM3E D램 ‘샤인볼트’. <사진=오창영 기자>

올 상반기에는 HBM3E 양산에도 돌입할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앞서 지난해 10월 20일 미국에서 ‘삼성 메모리 테크 데이(Samsung Memory Tech Day) 2023’을 열고, AI 기술 혁신을 이끌 초고성능 HBM3E ‘샤인볼트(Shinebolt)’를 공개한 바 있다.

김 부사장은 “올 하반기에는 HBM3E로의 전환에 속도를 높여 날로 높아지는 AI 반도체 시장 요구에 적극 대응할 계획이다”며 “글로벌 HBM 시장 선도 업체로서 제품 경쟁력과 안정적인 공급력 등을 기반으로 시장 리더십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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