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 AI 특수’로 1년 만에 흑자전환…“한파 뚫고 ‘반도체의 봄’ 맞았다”

시간 입력 2024-01-25 17:50:33 시간 수정 2024-01-25 18:0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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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4분기 영업익 3460억원…DDR5·HBM 등 고부가 제품 매출 견인
AI 메모리 ‘HBM3E’, 올 상반기 공급 예정…고용량·고성능 모듈도 준비
D램은 상반기·낸드는 하반기 재고 정상화…안정 기조 유지, 투자 확대 최소화

SK하이닉스가 지난해 4분기 3500억원에 육박하는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DDR5와 HBM(고대역폭메모리) 등 고부가 제품을 중심으로 매출이 크게 늘면서, 지난 2022년 4분기부터 1년 간 이어진 적자 고리를 마침내 끊었다.

AI(인공지능) 열풍에 힘입어 반도체 업황이 빠르게 개선되고 있는 가운데, SK하이닉스는 독보적인 AI 메모리 리더십을 발판으로 올해 실적 반등을 본격화한다는 구상이다. 특히 ‘HBM3E’ 등 AI 메모리 양산에 박차를 가하고, 차세대 HBM 개발도 순조롭게 진행할 예정이다. 또한 AI 수요 확대에 대비해 고용량·고성능 모듈도 준비한다. 이를 통해, 다가오는 AI 시대에 큰 도약을 이뤄 낸다는 포부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4분기 매출액이 11조3055억원으로 집계됐다고 25일 밝혔다. 2022년 같은 기간 7조6720억원 대비 47%나 증가한 수치다. 

영업이익은 1년 만에 흑자로 돌아섰다. 지난해 4분기 영업익은 3460억원으로, 2022년 같은 기간 -1조9122억원에서 큰 폭으로 개선됐다. 다만 순이익은 적자 기조를 이어 갔다. 지난해 4분기 당기순손실은 1조3795억원을 기록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지난해 4분기 AI(인공지능) 서버와 모바일 제품 수요가 늘고, 평균판매단가(ASP)가 상승하는 등 메모리 시장 환경이 개선됐다”며 “이와 함께 그동안 지속해 온 수익성 중심 경영 활동이 효과를 내면서 당사는 1년 만에 분기 영업 흑자를 기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 이천공장. <사진=SK하이닉스>
SK하이닉스 이천공장. <사진=SK하이닉스>

이에 SK하이닉스의 지난해 연간 영업 적자 규모는 다소 줄어들게 됐다. 지난해 1~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8조764억원에 달했다. 그러나 지난해 4분기 흑자를 낸 덕분에 연간 영업익은 -7조7303억원으로 축소됐다.

지난해 연간 매출은 32조 7657억원으로, 2022년 44조6216억원 대비 27% 감소했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도 2조2417억원에서 -9조1375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

메모리 업황회복이 당초 기대치 보다는 더디게 진행되고 있는 점이 걸리지만, SK하이닉스로서는 혹한의 ‘반도체 한파’를 1년만에 극복하고 다시 ‘반도체의 봄’을 맞게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지난해 SK하이닉스는 우수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D램 수요에 적극 대응해 왔다. 특히 AI 열풍으로 인해 급성장한 HBM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사력을 다했다. 이에 주력 제품인 ‘DDR5’와 ‘HBM3’의 지난해 매출은 2022년 대비 각각 4배, 5배 이상 급증했다.

D램에 비해 상대적으로 업황 반등이 늦어지고 있는 낸드플래시 시장에서는 투자와 비용을 효율화하는 데 집중하며 수익 감소를 방어했다.

SK하이닉스 ‘HBM3E’. <사진=SK하이닉스>
SK하이닉스 ‘HBM3E’. <사진=SK하이닉스>

실적 개선의 신호탄을 쏜 SK하이닉스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올해도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으로 생산을 늘리며 수익성과 효율성을 높인다는 목표다.

먼저 고성능 D램 수요 증가 흐름에 맞춰 주력 AI 메모리인 HBM3E를 본격 양산한다. SK하이닉스에 따르면 글로벌 기업들의 AI 도입과 개인의 AI 수용도 확대에 따라 글로벌 HBM 수요는 연평균 60% 수준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AI 상용화 수준과 신규 응용처까지 늘 것으로 보여 성장률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이날 열린 지난해 4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HBM 시장은 속도, 발열 제어, 파워 등 전반적인 제품 특성 뿐만 아니라 고객과의 협력을 통해 적기에 공급할 수 있는 능력, 어드밴스드 패키징과 같은 신기술이 필요한 고난도 시장”이라 면서 “제품의 개별 특성 개선 뿐만 아니라 포괄적인 고객 니즈에 대응할 수 있는 반도체 업체로 성장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HBM3E 제품의 경우 양산 준비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으며, 올 상반기 중 공급 예정이다”며 “AI 메모리 수요가 본격화함에 따라 앞으로 물량 중심보다는 고부가가치 중심 매출을 우선시하고, 수익성 확대에 우선 순위를 두겠다”고 덧붙였다.

차세대 HBM4 개발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SK는 HBM4가 2026년께부터 시장 지배적 제품이 될 것으로 판단하고, 이에 맞춰 개발·양산을 준비하고 있다.

아울러 이미 선두를 점한 HBM 시장 외에도 고용량 서버용 모듈 ‘MCRDIMM’과 고성능 모바일용 모듈 ‘LPCAMM2’ 준비에도 만전을 기할 예정이다. 지속적으로 확대되는 AI 서버 수요와 온디바이스(on-device) AI 응용 확산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MCRDIMM은 여러 개의 D램이 기판에 결합된 모듈 제품으로, 모듈의 기본 정보 처리 동작 단위인 랭크(Rank) 2개가 동시에 작동해 속도를 높인 것이 특징이다.

LPCAMM2는 LPDDR5X 기반의 모듈 솔루션이다. 기존 DDR5 SODIMM 2개를 LPCAMM2 1개로 대체하는 성능 효과를 가진다. 이에 공간을 더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저전력과 고성능 특성도 구현해 낸다.

SK하이닉스의 초고성능 HBM 신제품 HBM3E. <사진=오창영 기자>
SK하이닉스의 초고성능 HBM 신제품 HBM3E. <사진=오창영 기자>

2025년까지 글로벌 메모리 시장의 상승세가 지속될 것으로 점쳐지는 만큼 서버와 모바일 시장에 DDR5, LPDDR5T 등 고성능·고용량 제품 적기 공급에도 힘쓴다.

낸드의 경우 eSSD 등 프리미엄 제품 중심으로 판매를 확대해 수익성을 개선하고, 내실을 다지기로 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지난 2년 간 전례 없이 낮은 수요와 사상 최대 규모의 재고를 줄이기 위해 감산으로 다운턴(하강 국면)에 대응해 왔다”며 “이같은 적극적인 감산으로 생산 증가율은 역성장하고, 재고는 의미 있는 수준으로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수요 개선 수준과 속도는 거시적 환경 등 여러 변수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올해 D램과 낸드 수요 증가율은 모두 10% 중후반대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면서 “반면 생산 증가율은 한 자릿수에 그쳐 수요 증가율이 생산 증가율을 크게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그는 “글로벌 메모리 시장 성장에 맞춰 탄력적으로 대응할 계획이다”며 “올 1분기는 계절적인 영향으로 가격 상승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여 수익성 중심의 운영을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투자 확대를 최소화하는 등 안정적인 사업 운영에 방점을 찍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지난해 반도체 수요 둔화에 대응하기 위해 2022년 대비 50% 이상 축소해서 투자를 진행했고, 올해도 보수적인 투자 기조를 유지할 생각이다”며 “철저히 고객 수요에 기반을 두고 가시성이 확보된 제품의 생산 확대를 위해 투자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이같은 방침에 따라 올해 투자는 AI 수요 증가 대응을 위한 선단 공정, 실리콘관통전극(TSV) 증설, 필수 인프라 등에 집중하되 증가분은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의 모바일용 D램 ‘LPDDR5T’. <사진=SK하이닉스>
SK하이닉스의 모바일용 D램 ‘LPDDR5T’. <사진=SK하이닉스>

반도체 감산은 시장 상황에 맞춰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지난해 보수적인 생산 기조를 유지한 결과, 3분기부터 판매량이 생산량을 웃돌면서 하반기 재고 개선세가 분명하게 나타났다”며 “D램은 올 상반기 중, 낸드는 하반기 중에 재고가 정상 수준으로 도달할 것이다”고 예측했다.

이어 “올해 수요 회복과 함께 공급은 업계 재고 수준이 정상화되는 시점에 맞춰 감산 규모가 점진적으로 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다만 감산이 필요했던 레거시(구형) 제품 생산은 계속 감소하고, 선단 공정이 필요한 프리미엄 제품을 중심으로 생산이 증가하기 때문에 전체 생산량 증가는 제한적일 것이다”고 말했다.

한편 SK하이닉스는 중국 우시 D램공장 운영과 관련한 질문에는 “궁극적으로 1a 나노 전환을 통해 DDR5와 LPDDR5 제품 양산이 가능하도록 하겠다”며 “활용 기간을 최대한 연장하는 방향으로 생각한다”고 전했다.

김우현 SK하이닉스 CFO(최고재무책임자) 부사장은 “장기간 이어져 온 다운턴에서도 당사는 AI 메모리 등 기술 리더십을 공고히 하며 지난해 4분기 흑자전환과 함께 실적 반등을 본격화하게 됐다”며 “새로운 도약의 시기를 맞아 변화를 선도하고, 고객 맞춤형 솔루션을 제시하면서 ‘토털 AI 메모리 프로바이더’로 성장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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