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러코스터 탄 기름값, 정유업계 실적 ‘반토막’…“바이오 연료로 사업 다각화”

시간 입력 2024-02-03 07:00:00 시간 수정 2024-02-03 09:0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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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정유4사 지난해 연간 영업익 2022년의 절반 전망
유가·정제마진 3분기 반짝 회복…4분기 실적 뒷걸음
저탄소 친환경 연료로 신사업 확장…석유사업법 통과로 빗장 풀려

GS칼텍스 여수공장 전경. <사진제공=GS칼텍스>
GS칼텍스 여수공장 전경. <사진제공=GS칼텍스>

국내 정유업계가 국제유가 및 정제마진 약세로 지난해 부진한 성적을 기록한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업계는 지속가능항공유(SAF) 등 향후 성장 가능성이 높은 친환경 연료 사업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고, 돌파구를 모색하려는 모습이다.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정유4사(SK이노베이션·에쓰오일·GS칼텍스·HD현대오일뱅크)의 연간 영업이익은 역대 최대 실적을 올린 2022년의 절반 수준에 그칠 전망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지난해 영업이익 컨센서스(시장 평균 전망치)를 살펴보면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전년 대비 47.39% 감소한 2조609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린 것으로 전망된다. 같은 기간 에쓰오일 역시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53.92% 감소한 1조5795억원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비상장사인 GS칼텍스와 HD현대오일뱅크 역시 전년 대비 부진한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상반기 정유 업황 부진으로 고전하던 정유4사는 3분기 국제유가와 정제마진이 강세로 돌아서면서 합산 3조9464억원에 달하는 영업이익을 올린 바 있다. 다만, 4분기 들어 국제유가가 다시 하향세를 보이면서 정유 업계의 실적 회복 기대감도 다소 꺾인 모습이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당 70.3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90달러대를 웃돌았던 9월말과 비교하면 WTI 기준 배럴당 20달러 가량 가격이 하락했다. 지난해 4분기 SK이노베이션 영업이익 추정치는 3102억원으로 전분기(1조3532억원) 대비 77.08%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같은 기간 에쓰오일의 영업이익은 전분기(8589억원) 대비 80.25% 감소한 1696억원으로 전망된다.

에쓰오일 온산공장에서 바이오 원료와 폐플라스틱 열분해유를 실은 탱크로리의 하역 작업에 앞서 근무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에쓰오일>
에쓰오일 온산공장에서 바이오 원료와 폐플라스틱 열분해유를 실은 탱크로리의 하역 작업에 앞서 근무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에쓰오일>

이처럼 업황에 따라 실적 변동성이 커지면서, 정유 업계는 기존 사업의 의존도를 낮추고 미래 환경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친환경 바이오 연료 사업으로 영역을 넓히는 모습이다.

바이오 연료는 식물·동물·미생물 등의 바이오매스를 원료로 생산되는 연료를 의미한다. 동식물 유기체를 활용하기 때문에 기존 석유 제품보다 탄소 배출이 적은 것이 장점이다.

SK이노베이션은 오는 2026년 바이오항공유(SAF) 생산을 목표로 울산콤플렉스(CLX) 내에 SAF 설비를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7월 미국 ‘펄크럼 바이오에너지’에 260억원을 추자, 생활폐기물을 활용한 합성 원유 생산을 추진 중이다.

GS칼텍스는 포스코인터내셔널과 내년 2분기 가동을 목표로 인도네시아 칼리만탄에 바이오원료 정제시설을 건설할 계획이다. 이 외에도 지난해 대한항공과 SAF 실증 운항을 진행했으며, HMM과 협력해 바이오 선박유 시범운항도 개시했다.

HD현대오일뱅크는 △바이오디젤 제조 공장 건설 △바이오 항공유(SAF) 생산 △바이오 케미칼 사업 진출 등 바이오 연료 사업 로드맵을 수립하고 사업 확대를 본격화하고 있다. 회사는 지난해 10월 코린도그룹, LX인터내셔널과 각각 연간 4만톤, 총 8만톤 가량의 PFAD(팜잔사유) 구매 계약을 체결하고, 상업가동을 앞두고 있는 바이오디젤 공장의 원료 공급망을 확보했다.

에쓰오일은 최근 국내 정유사 최초로 폐식용유 등 바이오 원료와 폐플라스틱 열분해유 초도 물량을 정유 공정에 투입하고 SAF 등 저탄소 연료유 및 친환경 석유화학 원료 생산을 개시했다. 회사는 지난 2021년 삼성물산과 ‘친환경 수소 및 바이오 연료 사업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12월에는 DS단석과 친환경 저탄소 연료 및 화학제품 원료 공급망 구축을 위한 파트너십을 맺은 바 있다.

지난달 동·식물성 유지 등 바이오 기반 원료를 석유정제 공정에서 처리하기 위해 정부에 신청한 규제 특례 샌드박스를 승인받았다. 이번 승인으로 에쓰오일은 향후 2년의 실증사업 기간동안 바이오 연료를 석유정제 공정에서 처리해 SAF, 바이오 디젤 등 바이오 기반 연료유 및 석유화학연료 생산을 본격 추진할 수 있게 됐다.

특히 지난 9일 친환경 석유 대체 연료의 생산·사용을 확대하기 위한 제도적 기반을 조성하는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석유사업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정유 업계의 친환경 연료 사업이 본격적으로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국내 정유 업계는 지난 24일 산업통상자원부와의 간담회를 통해 오는 2030년까지 친환경 연료 분야에 약 6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구체적으로 △수소첨가 바이오디젤·바이오항공유(3조6140억원) △폐플라스틱·폐윤활유 등 친환경 원료 투입 공정 △바이오디젤(390억원) 등에 총 6조780억원이 투자된다.

최남호 산업부 2차관은 “석유사업법 개정을 통해 법·제도적 토대가 구축된 만큼 업계도 보다 과감한 투자로 화답해 줄 것을 요청드린다”며 “원유 도입부터 수출의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애로사항을 즉시 공유하고 신시장 개척과 유망품목 발굴을 통해 수출 상승 모멘텀을 이어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은서 기자 / keseo@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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