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AI로 ‘알츠하이머’ 비밀 규명한다…‘구광모의 미래 먹거리’, AI·바이오 ‘날개’

시간 입력 2024-03-12 07:00:00 시간 수정 2024-03-11 16:3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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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AI연구원, 미 유전체 연구기관 잭슨랩과 본계약 체결
발병 원인·진행 과정 분석 및 치료제 효과 예측 AI 개발
“개인 맞춤형 의학 시대 실현에 더 다가가는 계기 될 것”
LG, AI·바이오 등 신성장동력 토대 ‘글로벌 톱’ 도약 속도

구광모 LG그룹 회장. <사진=LG>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미래 먹거리로 낙점한 AI(인공지능) 및 바이오 분야에서 신성장동력을 발굴하기 위한 노력이 본격화 되고 있다. LG가 세계적인 유전체(게놈) 비영리 연구기관인 미국 잭슨랩과 손잡고 알츠하이머와 암의 발병 원인 등을 풀어낼 AI 개발에 힘을 모으고 나섰다.

LG AI연구원은 잭슨랩과 지난해 12월 파트너십 업무협약을 맺은 데 이어 최근 본계약을 체결했다고 11일 밝혔다.

양사는 이번 계약을 통해 알츠하이머와 암의 발병 원인과 진행 과정을 분석하고 치료제 효과까지 예측하는 AI 모델을 개발해 개인 맞춤 치료 연구의 초석을 다진다는 계획이다.

인류를 위협하는 여러 난치병 중 알츠하이머를 비롯한 퇴행성 뇌질환은 유전자 및 인간 노화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이에 원인 규명과 치료 방법을 찾으려는 연구진과 제약 업체들이 날로 늘어나는 추세다.

이같은 흐름을 선도하는 곳이 바로 잭슨랩이다. 1929년 설립된 잭슨랩은 암, 신경, 면역, 대사 질환을 비롯해 선천성 기형에 이르기까지 그 원인과 유전체 관련 연구를 전문적으로 하는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기관이다.

특히 맞춤 의학(정밀 의학) 분야 세계 최고 석학인 찰스 리 박사가 이끌고 있는 잭슨랩 유전체 의학 연구소에선 유전적 변이나 돌연변이 유전자에 따라 달라지는 질병의 진단과 치료법을 연구한다.

또 특정 유전자 변이를 갖고 있는 실험용 마우스를 직접 설계하고 생산한다. 이를 통해 전 세계 제약사를 대상으로 신약 후보 물질을 발굴하고, 새로운 신약을 사용하기 전 안전성이나 효과 등을 검증하는 전 임상 시험을 수행한다.

이렇듯 유전체 연구 분야에서 독보적인 경쟁력을 갖춘 잭슨랩은 알츠하이머와 암 등 각종 질병과 관련된 다양한 유전적 변이와 돌연변이 유전자 등 방대한 양의 연구 자료를 보유하게 됐다.

LG AI연구원이 잭슨랩과 질병 예측 및 신약·치료제 개발에 활용하기 위한 AI 모델 공동 개발 계약을 체결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LG>

LG와 잭슨랩 간 계약이 성사되면서 양사간 시너지가 폭발적인 결과를 이끌어낼 것이라는 전망이다. 특히 잭슨랩의 방대한 연구 자료가 LG의 생성형 AI ‘엑사원(EXAONE)’과 결합할 경우, 미지의 영역이던 알츠하이머·암 등의 발병 원인을 머지않아 규명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그간 LG는 바이오 분야 특화 AI 개발에 힘써 왔다. 앞서 2022년 LG AI연구원은 환자의 유전 정보와 암 세포의 돌연변이 정보를 이용해 암 세포의 사멸을 유도하는 ‘신항원 예측 AI 모델’을 개발했다.

지난해 7월엔 한층 업그레이드된 ‘엑사원 2.0’을 세상에 공개했다. 당시 LG는 챗GPT를 뛰어 넘는 전문가용 대화형 AI뿐만 아니라 화학·바이오 분야 등에 최적화된 신소재·신물질·신약 개발 AI ‘엑사원 디스커버리’ 등 ‘상위 1% 전문가 AI’를 선보이며, AI·바이오 간 융합 시대의 기틀을 닦은 바 있다.

양사는 LG 엑사원에 잭슨랩이 보유한 알츠하이머의 유전적 특성과 생애주기별 연구 자료를 학습시켜 질병 원인을 분석하고 치료 효율성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론 카돈 잭슨랩 CEO(최고경영자)는 “AI와 유전체학이라는 양사의 고유 강점을 잘 활용해 헬스케어 분야를 혁신할 수 있는 미래를 함께 만들어 가고 싶다”고 말했다.

리 연구소장은 “LG AI연구원과 알츠하이머와 암 등 질병을 예측하고, 신약과 치료제 개발에 도움을 줄 수 있는 AI를 함께 만들겠다”며 “이번 협업이 개인 맞춤형 의학 시대를 실현하는 데 한층 더 다가가는 계기가 될 것이다”고 강조했다.

암 진단과 치료 분야에 특화된 AI 모델도 공동 개발한다. 비싸고 특수한 검사를 진행하지 않더라도 병리 이미지만으로 암을 신속하게 진단하고, 치료 효과를 예측하는 멀티모달 생성형 AI 모델과 개인별 유전체 정보 특성에 맞는 맞춤형 항암 치료 선택지를 의사에게 제안하는 새로운 대화형 생성 AI 모델 등을 개발한다는 방침이다.

해당 AI 모델은 암 분야 신약의 후보 물질 발굴부터 전 임상 시험과 임상 시험에 이르기까지 개발 소요 기간을 단축하고, 성공률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나아가 유전자 변이에 따른 개인별 맞춤 치료가 가능한 정밀 의료 시대를 여는 첨병이 될 것이라는 긍정적인 평가도 나온다.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은 “LG AI연구원은 AI를 다양한 산업 현장에 적용하기 위한 연구개발(R&D)을 지속하고 있다”며 “LG의 미래 성장동력인 바이오 분야에서 AI 기술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R&D를 적극적으로 이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2022년 8월 구광모 LG그룹 회장(왼쪽)이 캐나다 토론토 자나두 연구소에서 크리스티안 위드브룩 자나두 CEO와 함께 양자컴퓨팅 관련 실험 장비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LG>

LG가 첨단 기능으로 중무장한 AI를 기반으로 신약개발 등 바이오 혁신에 나서고 있는 것은 구광모 회장의 전폭적인 관심과 지원 덕분에 가능했다.

구 회장은 ‘A(인공지능)-B(바이오)-C(클린테크)’를 LG그룹의 수익성을 강화할 수 있는 신성장동력으로 낙점하고, 미래 사업 역량 키우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실제로 구 회장은 2022년부터 그룹 차원의 AI 연구 허브인 LG AI연구원과 바이오 분야 R&D 중추인 충북 오송 LG화학 생명과학본부, 클린테크 관련 기술 연구 거점인 서울 마곡 LG화학 R&D연구소 등을 잇따라 방문하며 미래 사업을 직접 챙겨 왔다.

대대적인 투자로 약속했다. LG그룹은 구 회장의 적극적인 의지에 힘입어 ABC 분야에 향후 5년 간 54조원 규모의 투자를 진행하기로 했다.

글로벌 무대로 진출하기 위한 행보도 가속화하고 있다. 구 회장은 지난해 8월 미국 보스턴과 캐나다 토론토 등을 잇따라 방문해 AI, 바이오 분야 미래 준비 현황과 육성 전략을 점검했다.

당시 구 회장은 2018년 LG그룹 최초로 설립한 글로벌 AI 연구 거점인 LG전자 AI 랩을 찾아 “AI는 향후 모든 산업에 혁신을 촉발하고, 이를 어떻게 준비하는가에 따라 사업 구도에 커다란 파급력을 미칠 미래 게임 체인저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AI 관련 기술의 진화 속도가 매우 빠르고 경쟁도 더 치열해지고 있다”며 “지금까지 확보한 기술이 계열사 비즈니스 현장에서 실질적 사업 성과로 연결될 수 있도록 빠르게 적용하며, 이를 통한 레슨런을 바탕으로 경쟁력을 높여 가자”고 당부했다.

또한 그는 “AI를 통한 혁신도 단순한 제품과 서비스의 개선 차원을 넘어 고객의 관점에서 제공할 수 있는 가치를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며 “LG의 미래를 만든다는 자부심을 갖고 집요하게 실행해 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2022년 8월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미국 보스턴의 다나파버 암 센터를 방문해 세포 치료제 생산에서 항암 기능을 강화시킨 세포를 선별하는 과정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LG>

LG화학 생명과학본부의 미국 보스턴법인(이노베이션센터)과 LG화학이 올해 인수 완료한 미 제약사 아베오를 방문한 자리에선 “그룹의 성장사를 돌이켜보면 LG는 늘 10년, 20년을 미리 준비해 새로운 산업을 주도해 왔다”며 “지금 LG의 주력 사업 중 하나인 배터리 사업도 30년이 넘는 기술 개발과 투자가 뒷받침되고, 수많은 시행착오 속에서도 끊임없는 실행을 이어간 도전의 역사다”고 말했다.

이어 “LG의 바이오 사업이 지금은 비록 작은 씨앗이지만, 꺾임 없이 노력하고 도전해 나간다면 LG를 대표하는 미래 거목으로 성장할 것이다”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LG 관계자는 “LG의 계열사 뿐만 아니라 세계 최고 수준의 항암 연구소, AI 분야 연구소 등을 찾아 산업 생태계를 살핀 것은 AI, 바이오 등의 미래 사업을 글로벌 톱 수준으로 육성해 미래 산업을 선도하겠다는 구 회장의 의지가 담긴 행보다”고 설명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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