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달금리 부담에 카드업계 유동성 지표 1년새 ‘뚝’, 하반기 전망은

시간 입력 2024-03-17 07:00:00 시간 수정 2024-03-15 10:2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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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개 카드사 원화 유동성비율 328%…1년새 60%p↓
우리카드, 추석 특수에 유동성 지표↓…4분기 반등
KB국민·하나카드, 1년 전과 비슷한 수준 유지 성공

카드사들의 유동성 지표가 1년새 큰 폭 악화한 것으로 확인됐다. 높은 조달금리에 따라 자금 조달을 줄이며 카드사의 유동성 지표도 크게 떨어진 것이다. 7개 카드사의 원화 유동성비율 평균치는 300%대를 유지하며 당국의 원화 유동성비율 규제 수준을 크게 상회하고 있었으나, 최근 이뤄진 ‘신용사면’에 따라 카드사 유동성 문제가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7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7개 전업 카드사(신한·현대·삼성·KB국민·롯데·우리·하나카드)의 지난해 3분기 원화 유동성비율 평균치는 327.81%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387.66%) 대비 60.05%p(포인트) 감소한 수치다.

원화 유동성비율은 만기 3개월 이내에 상환해야 하는 부채 및 예금에 대해 금융사가 지급할 수 있는 자금의 보유 정도를 나타내는 비율이다. 카드사의 유동성을 살펴볼 수 있는 지표 중 하나로, 해당 수치가 높을수록 유동성이 좋다고 판단한다.

1년새 감소폭이 가장 큰 곳은 우리카드였다. 우리카드의 지난 3분기 원화 유동성비율은 218.59%로, 전년(422.42%) 대비 140.83%포인트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7개 카드사 중 원화 유동성비율 감소폭이 1년새 100%포인트대를 넘어선 곳은 우리카드가 유일했다.

이와 관련 우리카드는 추석 기간 카드 사용량은 급증한 반면, 카드 매출 금액들은 미지급 단기부채로 잡히며 일시적으로 유동성비율이 크게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가맹점 정산대금의 경우 고객들이 신용판매를 한 후 실제 정산 시까지 카드사에서는 해당 금액이 부채로 잡히게 되는데, 9월 말 추석 연휴 기간이 걸리게 되며 해당 비율이 떨어졌다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카드의 지난 4분기 원화 유동성비율은 370%대로 크게 반등한 것으로 확인됐다.

우리카드 관계자는 “추석 등 특수요인에 따른 일시적인 매출 상승으로 미지급 부채(가맹점 정산대금)가 증가하며 원화 유동성비율이 일시적으로 하락했다”고 말했다.

우리카드의 뒤를 이어 현대카드의 유동성 지표 역시 1년새 크게 악화했다. 현대카드의 지난 3분기 원화 유동성비율은 374.09%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468.11%)보다 94.02%포인트 악화한 수치다.

이밖에 △롯데카드 275.91%(전년 대비 76.84%포인트 감소) △신한카드 315.75%(53.42%포인트 감소) △삼성카드 432.31%(36.28%포인트 감소) 등의 순으로 원화 유동성비율 감소폭이 컸다.

전체 카드사의 원화 유동성비율이 1년새 일제히 뒷걸음질 친 가운데, KB국민카드와 하나카드의 경우 비교적 양호한 지표를 유지했다. 먼저 KB국민카드의 지난해 3분기 원화 유동성비율은 342.66%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348.13%) 대비 5.47%포인트 감소하는 데 그친 수준이다. 같은 기간 하나카드 역시 13.51%포인트 감소한 272.41%를 기록하며 업계 대비 악화폭이 크지 않았다.

KB국민카드 관계자는 “당사는 원화 및 외화 유동성 비율과 90일 커버리지비율, 단기조달비중 등에 대한 내부 가이드라인을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차환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적정 발행 만기와 단기차입비중 관리로 차입부채 만기구조를 안정적으로 유지해 유동성 비율이 전년 동기 대비 소폭 하락했다”면서도 “2023년 4분기 이후 대내외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에 따른 금리 되돌림과 투자수요 회복으로 전반적인 유동성 상황은 개선되고 있으며, 향후에도 우수한 신용등급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부채 만기구조 및 차입포트폴리오 다변화를 통해 유동성을 관리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하나카드 관계자는 “하나카드의 경우 유동성 관련 지표를 매일 모니터링 하며 살펴보고 있다”며 “전년 3분기 원화 유동성비율과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으며, 향후에도 관련 지표를 살펴보면서 원화 유동성비율을 더욱 개선하고자 노력 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카드사들의 유동성 지표가 떨어진 데는 높은 조달금리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하반기께 금리가 인하되며 카드사들의 유동성 상황도 보다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전문가들은 최근 진행된 신용 대사면에 따라 향후 카드사들의 유동성 문제가 심화될 수 있다고 바라보기도 했다.

한국신용카드학회 학회장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조달 비용이 아직도 높다고 생각해서 자금 조달 규모를 줄이고 있는 카드사들이 많다”며 “실질적으로 대출 공급을 줄이는 측면에서 자금 조달이 필요 없다고 판단하고 있는 상황인 만큼, 높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하며 기회비용이 발생하는 것을 억제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최근 저신용 차주들에 대한 신용사면이 이뤄졌는데, 향후 대출 수요가 많아지며 공급이 늘어날 경우 유동성이 부족해지는 문제가 심화될 수 있다”면서 “카드사들이 추후 시장 상황을 바라보며 낮은 비용을 통해 대규모로 자금 조달을 할 수 있는 수단이 필요한데, 하반기께 자산유동화증권(ABS) 발행을 통해 대규모 자금 조달 계획을 수립해 봐야 할 것으로 본다”고 부연했다.

또 카드업계의 한 관계자는 “하반기 금리인하가 예상되고 있는 만큼 카드사 전반적으로 조달금리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만기도래한 부채 상환 시 상대적으로 낮은 조달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것으로 예상돼 원화 유동성비율 역시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CEO스코어데일리 / 이지원 기자 / easy910@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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