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반도체 한파’ 터널 끝 보인다…“‘AI 특수’, 1분기 메모리 흑자전환”

시간 입력 2024-01-31 18:10:00 시간 수정 2024-01-31 18:0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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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연간 영업익 6조5700억원…전년比 84.86%↓
분기 실적은 지속 증가세…DS 부문 적자 축소 영향
메모리 감산으로 재고 수준 개선…D램 흑자전환 달성
‘AI 훈풍’에 HBM·AI폰 각광…삼성, 실적 반등 가속화

‘반도체 한파’로 지난해 분기별로 1조원을 밑도는 영업이익을 기록했던 삼성전자가 지난해 4분기 2조원이 넘는 호실적을 기록했다. 지난해 3분기에 이어 2개 분기 연속 조 단위 영업이익을 내면서, 올 상반기 실적 반등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반도체 업황 회복으로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의 적자 규모가 축소되면서, 반도체 한파 이전 수준으로 회복될 것이란 분석이다. 특히 AI(인공지능) 열풍으로 HBM(고대역폭메모리) 등 고성능 D램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D램 사업은 1년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전 세계적으로 IT 수요가 회복되고 메모리 재고 감소와 판매 가격 상승세까지 맞물린 만큼 올해 삼성전자의 실적 개선은 더욱 두드러질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연결 재무제표 기준 2023년 매출액이 258조9400억원으로 집계됐다고 31일 발표했다. 이는 전년도인 2022년 302조2300억원 대비 14.33% 감소한 수치다.

영업이익은 더 큰 폭으로 감소했다. 지난해 영업익은 6조5700억원으로, 2022년 43조3800억원 대비 84.86%나 급감했다. 삼성전자의 연간 영업익이 10조원을 밑돈 것은 글로벌 금융 위기가 닥친 2008년 6조319억원 이후 15년 만이다.

분기 실적도 좋지 않았다. 지난해 4분기 매출액은 67조7800억원으로 조사됐다. 이는 2022년 같은 기간 70조4600억원 대비 3.81% 감소한 수치다. 지난해 4분기 영업익은 2조8200억원으로, 2022년 동기 4조3100억원과 비교해 34.4%나 줄었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실적이 이전년도와 비교해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으나 지난해 3분기 이후 분기 실적이 점차 개선되고 있는 것은 고무적이다. 지난해 3분기 2조4300억원이었던 영업이익은 4분기에 4000억원가량 더 확대됐다. 특히 지난해 상반기 반도체 가격 하락으로 1분기와 2분기 영업이익이 1조원을 밑돌았던 것과 비교하면 2조원 넘게 증가한 것이다.

무엇보다 극심한 부진을 면치 못하던 메모리 시장의 회복이 긍정적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메모리 업황 회복으로, DS 부문 전체의 적자가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지난해 4분기 DS 부문의 영업이익은 -2조1800억원으로, 4개 분기 연속 적자 기조를 이어갔다. 따라서 지난해 삼성 반도체 부문 누적 적자는 14조8800억원으로 불어났다. 그러나 분기별로 4조원대 중반의 영업 적자를 기록했던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해선 적자 폭을 크게 줄였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특히 주력인 메모리 칩 시장여건이 빠르게 개선되고, 관련 실적이 호조를 보이고 있는 점이 고무적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고객사 재고가 정상화하는 가운데 PC 및 모바일 제품의 메모리 탑재량이 증가하고, 생성형 AI 서버 수요가 증가했다”며 “HBM, DDR5, LPDDR5X, UFS 4.0 등 첨단 공정 제품 위주로 판매가 대폭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에 따라 시장을 상회하는 비트 그로스(Bit Growth)를 기록했다”며 “특히 D램은 재고 수준이 큰 폭으로 개선돼 지난해 4분기 흑자전환을 달성했다”고 덧붙였다.

감산 효과가 본격화하고 있는 점도 실적 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전략마케팅실장 부사장은 이날 열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지난해 4분기 출하량 증가와 지금까지의 생산 하향 조정으로 재고 수준은 빠른 속도로 감소했다”며 “시황 개선 속도가 상대적으로 빠른 D램을 중심으로 재고가 상당 부분 감소했다”고 말했다.

시스템LSI사업부도 수익성이 개선됐다. 스마트폰 재고 조정이 마무리되면서 부품 구매 수요가 증가하고, ‘엑시노스 2400’이 주요 고객사 플래그십 모델에 적용됐기 때문이다.

반면 파운드리사업부는 고객사 재고 조정과 글로벌 경기 회복 지연에 따른 수요 감소로 실적 부진이 지속됐다. 대신 지난해 연간 최대 수주 실적을 달성하며 미래 성장 기반 다지기에 나섰다.

삼성의 첫 AI 스마트폰 갤럭시S24 시리즈를 소개하고 있는 노태문 삼성전자 MX사업부장 사장. <사진=삼성전자>

DS 부문이 삼성전자의 아픈 손가락이었다면 MX(모바일경험)사업부는 효자노릇을 톡톡히 했다. 지난해 4분기 MX사업부 영업익은 2조73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조7000억원 대비 1조원 가량 증가했다. 신제품 출시 효과 둔화로 스마트폰 판매는 다소 줄었지만,  프리미엄 태블릿 신제품 중심으로 출하량이 증가한 것이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웨어러블 제품도 연말 성수기를 활용해 견조한 판매를 이어 갔다.

삼성디스플레이도 양호한 실적을 거뒀다. 지난해 4분기 삼성디스플레이의 영업이익은 2조100억원으로 조사됐다. 이는 2022년 같은 기간 1조8200억원 대비 2000억원가량 증가한 수치다.

중소형 패널의 경우 주요 고객사 신제품에 적기 대응하고, 하이엔드 제품 비중을 확대해 견조한 실적을 달성했다. 대형의 경우 경기 부진으로 수요 약세가 지속됐으나 연말 성수기 TV 판매 증가로 매출이 증가하고 적자 폭이 완화됐다.

그러나 VD(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의 실적은 여전히 부진했다. 전반적인 TV 시장 수요 정체와 경쟁 심화에 따른 제반 비용 증가로 수익성이 소폭 감소했다. 생활가전사업부는 시스템 에어컨 중심으로 B2B 사업이 성장하고 비스포크 등 프리미엄 제품 중심으로 판매 비중이 개선됐으나 수요가 역성장 하면서 저조한 실적을 기록했다.

또한 삼성의 전장 사업을 담당하는 하만은 소비자 오디오 판매 증가로 지난해 4분기 340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올해 IT 수요 회복이 가속화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는 가운데, 올해  반도체 사업의 실적 반등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특히 AI 열풍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HBM은 삼성에 큰 호재가 될 전망이다.

이미 HBM은 삼성의 주력 제품으로 급부상했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HBM 판매량은 직전 분기 대비 40% 이상 증가했다. 2022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무려 3.5배나 확대됐다.

지난해 3분기 ‘HBM3’를 처음 양산한 삼성전자는 4분기에 주요 GPU(그래픽처리장치) 업체를 고객군에 추가하며 판매를 꾸준히 늘려 나가고 있다. 김 부사장은 “HBM3를 포함한 선단 제품 비중은 지속적으로 증가해 올 상반기 중 판매 수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하반기에는 그 비중이 90% 수준에 도달할 것이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초고성능 HBM3E ‘샤인볼트’. <사진=삼성전자>

삼성은 차세대 HBM인 ‘HBM3E’ 사업화와 그 다음 세대인 ‘HBM4’ 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관련해 김 부사장은 “HBM3E는 주요 고객사에 샘플을 공급 중이며, 올 상반기 내에 양산 준비가 완료될 예정이다”며 “HBM4의 경우 2025년 샘플링, 2026년 양산을 목표로 개발 중이다”고 강조했다.

이어 “생성형 AI 성장과 함께 고객 맞춤형 HBM에 대한 요구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표준 제품 뿐만 아니라 로직 칩을 추가해 성능을 고객별로 최적화한 커스텀 HBM 제품도 함께 개발 중이다”며 “현재 주요 고객사와 세부 스펙을 협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프리미엄 메모리 수요에도 적극 대응한다. 삼성은 업계 최초로 개발한 현존 최대 용량의 12나노급 32Gb DDR5를 앞세워 전 세계 DDR5 시장에서의 리더십을 제고한다는 구상이다.

HBM, DDR5 등 고성능·고용량 제품으로 중무장한 삼성은 당장 올 1분기 메모리 사업에서 흑자전환할 것이라는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김 부사장은 “생성형 AI 관련 HBM 서버와 SSD 수요에 적극 대응하면서 수익성 개선에 집중할 계획이다”며 “이에 따라 올 1분기 메모리사업부 실적은 흑자로 돌아설 것이다”고 말했다.

다만, 삼성전자는 기존 생산량 조정 기조에는 변함이 없다는 입장이다. 김 부사장은 “D램과 낸드플래시 모두 세부 제품별 재고 수준에 차이가 있어 미래 수요와 재고 수준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올 상반기에도 선별적인 생산 조정을 이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D램 재고는 올 1분기가 지나면서 정상 범위에 도달할 것으로 보인다”며 “낸드는 수요나 시장 환경에 따라 시점의 차이가 있을 수 있으나 늦어도 올 상반기 내에 정상화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시장 수요와 재고 수준을 상시 점검해 이에 따른 사업 전략을 유연하게 하겠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 반도체공장 화성캠퍼스. <사진=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는 AI 모멘텀을 활용해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SoC(시스템온칩) △이미지 센서 △LSI 등 각 사업별 시장 대응력을 높일 계획이다. 또한 파운드리사업부에선 3나노 GAA(게이트올어라운드) 공정을 안정적으로 양산하고, 2나노 공정 개발 등 기술 초격자 전략을 지속할 방침이다.

반도체 한파 기간동안 삼성전자의 실적 버팀목 역할을 해 온 MX사업부는 AI 스마트폰 시대를 연 ‘갤럭시S24’ 시리즈를 앞세워 글로벌 시장을 선점하고, 폴더블 스마트폰에도 폼팩터에 최적화된 AI 경험을 적용해 사용성을 극대화 한다는 포부를 내비쳤다.

이를 통해 연간 플래그십 스마트폰 출하량 두 자릿수 성장과 시장 성장률을 상회하는 스마트폰 매출 성장을 추진할 방침이다. 또 갤럭시 AI 생태계를 확대해 갤럭시 AI가 ‘모바일 AI의 글로벌 스탠다드’로 자리 잡도록 힘쓸 예정이다.

VD사업부는 프리미엄 및 라이프스타일 중심으로 제품 혁신과 라인업 다변화를 추진해 다양한 소비자 수요를 공략할 예정이다. 또 차세대 AI 프로세서와 타이젠 OS를 바탕으로 초연결 경험과 서비스 혁신을 지속해 ‘AI 스크린 시대’를 선도해 나갈 방침이다.

생활가전사업부의 경우 스마트싱스(SmartThings)와 AI 기술 기반의 차별화된 사용 경험을 통해 프리미엄 제품 판매를 확대하고, 고부가 사업 활성화로 매출 성장과 사업 구조 개선을 가속화할 계획이다.

하만은 차량 내 고객 경험을 강화해 신규 분야 수주를 확대키로 했다. 또 삼성전자와 하만 간 협업을 통한 제품 차별화를 추진할 방침이다. 이외에도 삼성디스플레이는 중소형의 경우 스마트폰 분야에서 차별화된 기술과 성능을 바탕으로 판매 확대에 주력하고, IT 및 차량 분야 등 미래 성장동력을 굳건히 다질 계획이다. 대형은 제품 믹스 개선, 생산 효율 향상 등을 통해 손익 개선을 추진할 방침이다.

삼성전자 초고성능 HBM3E ‘샤인볼트’. <사진=오창영 기자>

한편 삼성전자는 반도체 업황 부진에 따른 어려운 경영 환경 속에서도 미래 투자를 게을리하지 않았다.

지난해 4분기 삼성전자의 시설 투자 규모는 16조4000억원에 달했다. 이 중 DS 부문에 14조9000억원, 디스플레이에는 8000억원 등을 쏟아 부었다.

이에 지난 한해 동안 DS 부문 48조4000억원, 디스플레이 2조4000억원 등 약 53조1000억원의 대규모 자금이 투입됐다.

메모리의 경우 중장기 수요 대응을 위한 클린룸 확보, 기술 리더십 강화를 위한 연구개발(R&D) 등에 투자됐다. 또 HBM, DDR5 등 첨단 공정 생산 능력을 확대하기 위한 투자도 이어졌다.

파운드리는 EUV(극자외선)를 활용한 5나노 이하 첨단 공정 생산 능력 확대와 미래 수요 대응을 위한 미국 테일러 공장 인프라 등에 투자가 이뤄졌다. 디스플레이는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및 플렉시블 제품 대응 중심으로 투자가 집행됐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앞으로도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한 시설 투자 및 R&D 투자를 꾸준히 이어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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