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양행, 회장·부회장직 28년만 신설…주총서 95% 찬성률

시간 입력 2024-03-15 17:45:00 시간 수정 2024-03-15 16:0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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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제 신설 등 정관 일부 변경건 등 7개 안건 모두 통과
조욱제 대표 “직제 신설 사심이나 다른 목적 없어” 해명

조욱제(사진 가운데) 유한양행 대표가 15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조희연 기자>

유한양행 회장직이 28년 만에 부활됐다. 회장직을 선임할 수 있다는 정관 내용이 2009년 주주총회에서 삭제됐다가 이번에 부활된 것이다. 고(故) 유일한 박사의 뒤를 이은 연만희 고문이 회장에서 물러난 지 28년 만이다.

유한양행은 15일 오전 서울시 동작구 유한양행빌딩 4층 대강당에서 제 101기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회장·부회장직을 신설하는 정관 일부 변경안을 95%의 찬성률로 통과시켰다. 또 사내이사 선임건 등 나머지 6개 안건도 원안대로 의결했다.

이날 주총에서는 ‘회장, 부회장직 신설’에 따른 정관 일부 변경건이 주요 이슈였다. 유한양행 4층 대강당은 180여명이 넘는 주주들로 붐볐다. 또한, 15층 공간을 마련해 자리에 앉아 TV를 통해 주총을 시청할 수 있도록 했다. 소액주주라고 밝힌 A씨는 “40년간 유한양행 주총에 참석해왔지만 오늘 같은 주총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주총이 시작하고 영업보고가 끝나자마자 주주들은 현 상황에 대해 각자 의견을 개진했다. 여러 의견이 나왔으나 핵심은 ‘직제 신설’에 자세한 설명을 해달라는 요구였다. 조욱제 유한양행 대표는 “유한양행은 이제 막 글로벌 제약회사로 도약하기 위한 준비 단계를 거치고 있다”면서 “이런 시기에 R&D 분야 인재들을 영입하기 위해 필요한 정관변경이라 하게됐다”고 설명했다.

조 대표는 특정인을 위한 직제 신설이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 “그 부분은 본인이 직접 해명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정인으로 지목받고 있는 이정희 유한양행 이사회 의장은 이날 주총이 끝난 후 기자들에게 “저는 안한다는 말씀 드린다”고 말했다.

트럭 시위 등 회사 내부 반발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조욱제 대표는 “트럭시위에 대해 반성하고 있으며 고칠 것들은 고치겠다”면서 “변화에 대한 저항 등 여러 가지 견해가 있지만 더 많은 대화를 통해 회사 직원들과 한 마음으로 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날도 회사 앞에는 직제 신설 철회를 요구하는 시위 트럭이 자리하고 있었다.

주총에서는 직제 신설에 대해 반대하는 의견도 있었지만 찬성의견을 밝히며 회장·부회장 선임에 객관적인 절차를 거칠 것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약 4000명이 속한 유한양행 유우회 회장이라고 밝힌 주주는 “유한양행 R&D 비용이 2000억원에 달하는 시기 글로벌 기업으로 나아가기 위해선 직제 신설은 필요한 조치”라면서 “가칭 선임추천위원회 등 객관적 절차를 거쳐달라”고 말했다.

유한양행 창업주 고 유일한 박사의 손녀인 유일링 여사가 15일 정기 주총 중 일어나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조희연 기자>

이날 창업주 고 유일한 박사의 손녀 유일링 여사도 주주총회에 참석했다. 유일링 여사는 대강당 맨 앞자리에 앉아 주총을 지켜봤다. 유일링 여사는 주총 도중 한 말씀 해달라는 주주의 요청을 듣고 “할아버지인 유일한 박사님의 뜻과 정신, 이상만이 경영방식에 있어 회사가 나아가야 할 길을 제시하는 가이드라인이 되어야한다”면서 “얼마나 정직한 방식인지, 경영에 얼마나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인지로 평가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새로운 이사회가 구성되고 조욱제 대표는 재선임됐다. 이정희 의장도 기타비선임이사로 재선임됐다.

[CEO스코어데일리 / 조희연 기자 / chy@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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