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 적자’ 한전, 10개 분기 만에 흑자전환…“전기요금 인상 주효”

시간 입력 2023-11-13 16:05:02 시간 수정 2023-11-13 16: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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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기 매출액 24조4700억원…전년비 23.8% 증가
영업익 1조9966억원…5차례 전기요금 인상 주효
에너지 가격 안정화 효과도 본격화…연료비 감소
4분기 다시 적자전환 전망…한전 “자구 노력 이행”

한국전력 본사. <사진=한국전력>

200조원이 넘는 부채와 47조원대대의 누적 적자에 허덕이고 있는 한국전력(한전)이 잇따른 전기요금 인상과 국제 에너지 가격 안정화 효과로 올 3분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다만 최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의 여파로 국제 유가가 추가 인상될 가능성이 크고, 환율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어 당장 올 4분기에도 흑자 기조를 유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전은 연결 재무제표 기준 올 3분기 매출액이 24조4700억원을 기록했다고 13일 잠정 공시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19조7730억원 대비 23.8% 증가한 수치다.

영업이익은 오랜 만에 흑자로 돌아섰다. 올 3분기 영업익은 1조996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7조5309억원 대비 흑자전환했다. 특히 2021년 1분기(1조1855억원) 이후 무려 10개 분기 만에 분기 흑자를 기록해 의미를 더했다.

한전이 흑자전환에 성공할 수 있었던 데에는 지난해 4월부터 전기요금을 5차례 인상해 온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실제 올 1~3분기 한전의 전기 판매 단가는 지난해 같은 기간 kWh당 116.4원 대비 29.8% 오른 kWh당 151.1원으로 파악됐다. 이에 같은 기간 전기 판매 수익은 무려 28.8% 늘어난 61조7849억원을 기록했다.

또 올 상반기 국제 에너지 가격의 안정화 효과가 3분기 실적에 본격적으로 반영되면서 영업이익이 크게 개선됐다는 분석이다.

실제 주요 에너지 원료인 유연탄 가격은 지난해 1~9월 톤당 354.9달러에서 올해 톤당 184.5달러로 48.0%나 급감했다. 이에 한전 발전 자회사들의 연료비는 2조 6599억원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한전 관계자는 “지난해 4월 이후 올해 3분기까지 잇따른 전기요금 조정과 에너지 가격 안정화 등으로 인해 3분기 영업익이 크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서울의 한 건물에 설치된 전력 계량기. <사진=연합뉴스>

그러나 앞으로 실적이 지속 개선될지 여부에 대해선 다소 부정적인 입장을 내놨다. 한전 관계자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등에 따른 국제 유가와 환율의 불확실성으로 흑자 지속이 불투명한 상황이다”고 밝혔다.

증권 업계에서도 비슷한 분석을 제기하고 있다. 증권사 컨센서스에 따르면 올 4분기 한전의 영업이익은 -6793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됐다. 한전 수익 구조에 악영향을 주는 고유가·고환율 여파가 연말까지 계속되면서 적자전환이 불가피하다는 게 증권 업계의 중론이다.

올 3분기 2조원에 육박하는 영업이익을 냈는데도 불구하고 2021년 이후 쌓인 한전의 막대한 적자구조를 해소하기에 역부족 이라는 지적도 나오면서, 한전은 경영 정상화를 위해 자구책을 성실히 이행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한전은 앞서 지난 8일 재무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강도 높은 자구책을 공개했다.

먼저 한전은 서울 노원구 공릉동에 있는 한전 인재개발원 부지를 매각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부지 면적은 64만㎡(약 19만3600평)에 달한다. 부지 용도를 변경해 매각할 경우 7800억원의 현금을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한전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한전KDN의 지분 20%도 민간에 매각한다. 한전KDN은 전력 산업 분야의 정보통신기술(ICT) 서비스를 전담하는 자회사로, 안정적인 매출을 올리는 ‘알짜’ 회사다. 지분 가치는 130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한전이 지분 38%를 보유한 필리핀 칼라타간 태양광 사업의 지분도 전량 매각한다. 해당 사업은 고정배당금이 확보돼 수익성이 양호하고 매각 제한 조건이 적어 투자자의 관심이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평가액은 500억원 수준이다.

이렇듯 한전이 자산 매각을 통해 확보하게 될 자금 규모는 약 1조원으로 추정된다.

또 한전은 본사 조직을 20%가량 축소하는 등 인력 효율화 계획도 내놨다. 현재 ‘8본부 36처’인 본사 조직을 ‘6본부 29처’로 축소하고, 유사 조직 통합, 비핵심 기능 폐지 등 본사를 정예화한다는 구상이다.

또 올 연말까지 488명의 인원 감축을 완료하고, 설비 관리 자동화 등을 통해 2026년까지 700명 수준의 운영 인력을 추가로 감축한다는 목표도 세웠다.

강경성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오른쪽)과 김동철 한국전력 사장이 이달 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전기요금 인상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그러나 한전의 이같은 바람과 달리 업계는 한전이 발표한 자구책이 재무구조 개선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지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자산 매각의 경우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이는 만큼 단기간 내 현금 창출이 쉽지 않을 것이란 게 업계의 중론이다. 희망퇴직 역시 구체적인 시기나 규모 등은 정해지지 않았다.

이에 한전의 경영 정상화를 위해선 전기요금 현실화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원가가 높은 주택용 전기요금 인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한전의 자구 대책이 단기간 내 재무 위기를 극복하기에는 역부족인 만큼 현실적으론 전기요금 인상이 최선의 대안”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이 앞으로 발생할 적자를 줄이는 데 약간의 도움은 되겠지만 부채와 누적 적자 개선에는 큰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다”며 “당장 내년 한전채 발행에 비상등이 켜진 만큼 전반적인 전기요금 조정 논의가 시급한 상황이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한전 관계자는 “국민께 약속드린 자구 노력을 철저하고 속도감 있게 이행하겠다”며 “조속히 경영을 정상화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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