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앤컴퍼니 경영권 분쟁 ‘점입가경’…‘형제의 난’ 실패로 끝날까

시간 입력 2023-12-21 07:00:00 시간 수정 2023-12-21 09:2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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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범, 조양래·조현상 등판 이후 우호 지분 약 50% 확보
조현식·조희경·조희원 등 삼 남매, MBK와 공개매수 한창
공개매수 성공 확률 낮아…성년후견 심판 변수로 급부상

‘아버지·차남 대 장녀·차녀·장남’ 맞대결 구도가 형성된 한국앤컴퍼니그룹(구 한국타이어그룹) 오너 일가의 경영권 분쟁이 격화하고 있다.

조현범 한국앤컴퍼니그룹 회장이 부친 조양래 한국앤컴퍼니그룹 명예회장과 사촌 형 조현상 효성 부회장의 지원 사격을 받으며 절반 수준의 우호 지분을 확보했지만, 조현식 한국앤컴퍼니그룹 고문이 큰누나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과 작은누나 조희원 씨의 지지에 힘입어 반격에 나섰기 때문이다.

조양래 한국앤컴퍼니그룹 명예회장의 두 아들 간 ‘형제의 난’은 일단 차남 조현범 한국앤컴퍼니그룹 회장이 승기를 잡은 분위기다. 다만 내년 초 예정된 조양래 한국앤컴퍼니그룹 명예회장의 성년후견 심판 결과 등이 변수로 작용할 수 있어 경영권을 둘러싼 공방은 지속될 전망이다.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전날 기준 조현범 회장 측 우호 지분은 46.53%다. 조현범 회장이 보유한 한국앤컴퍼니 지분 42.03%를 비롯해 조양래 명예회장(3.99%)과 조현상 부회장이 이끄는 효성첨단소재(0.51%) 등으로 구성된다. 한국앤컴퍼니는 한국앤컴퍼니그룹의 지주사다.

조양래 명예회장은 이달에만 여섯 차례에 걸쳐 장내 매수 방식으로 보유 지분을 늘리며 조현범 회장의 경영권에 힘을 실어줬다. 조양래 명예회장이 지난 7일부터 19일까지 추가 매입한 한국앤컴퍼니 주식은 378만3718주에 달한다. 효성그룹 계열사인 효성첨단소재도 지난 18일과 19일 양일간 한국앤컴퍼니 주식 33만3540주를 추가 매입하며 조현범 회장의 특별관계자에 이름을 올렸다.

조현범 회장의 백기사(우호 세력)로 분류되는 hy(구 한국야쿠르트)가 보유한 지분 등을 더하면 조현범 회장 측 우호 지분은 48.07%로 추정된다.

조양래 명예회장과 조현상 부회장이 조현범 회장의 백기사로 등판한 건 2021년 이미 한 차례 벌어졌던 형제의 난이 마무리된 지 불과 2년여 만에 경영권 분쟁이 재발했기 때문이다.

현재 조현식 고문 측 우호 지분은 30.35%다. 조현식 고문이 보유한 한국앤컴퍼니 지분 18.93%를 비롯해 조희원 씨(10.61%), 조희경 이사장(0.81%) 등으로 요약된다.

특히 조현식 고문 측은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 벤튜라를 통해 공개매수를 진행하고 있다. 한국앤컴퍼니 지분을 최소 20.35%에서 최대 27.32% 늘려 최소 50.7%에서 최대 57.67%의 우호 지분을 확보하는 것이 핵심이다. MBK파트너스는 지난 15일 한국앤컴퍼니 공개매수 가격을 기존 주당 2만원에서 2만4000원으로 올리고, 마감일도 기존 24일에서 25일로 하루 연장하는 강수를 뒀다. 조양래 명예회장과 조현상 부회장의 등장을 의식해 일반 주주의 공개매수 참여를 독려하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조현식 고문, 조희경 이사장, 조희원 씨 삼 남매는 MBK파트너스의 자금력을 발판 삼아 조현범 회장의 사법 리스크와 기업 지배구조 개선 필요성을 부각시킬 것으로 관측된다. 조현범 회장은 2019년 뇌물 수수 혐의로 실형을 산 데 이어 계열사 부당 지원과 20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로 지난 3월 구속기소 됐다.

한국앤컴퍼니 본사 테크노플렉스 외관.<사진제공=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한국앤컴퍼니 본사 테크노플렉스 외관.<사진제공=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업계는 공개매수의 성공 확률을 낮게 보고 있다. 시장에서 유통 중인 주식이 많지 않은 데다 회사 전체 지분의 최소 20%에서 최대 27%에 해당하는 주식을 한 번에 사들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이런 가운데 조현범 회장은 경영권 분쟁을 끝낼 수 있는 한국앤컴퍼니 지분 50% 확보까지 단 2%만을 남겨둔 상태다. 조현범 회장은 지난 14일 계열사 부당 지원 및 횡령·배임 혐의에 대한 사건 공판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중앙지방법원을 찾아 “경영권 방어에 대한 준비는 끝난 상황이며 자금 여력도 충분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물론 변수는 존재한다. 내년 1월로 예정된 조양래 명예회장의 성년후견 심판이 대표적이다. 조양래 명예회장이 2020년 6월 당시 보유하고 있던 한국앤컴퍼니 지분 전량(23.59%)을 조현범 회장에게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 형태로 매각하자 조현식 고문과 조희경 이사장이 성년후견 심판을 청구했다. 지난해 4월 1심에서 기각됐으나, 조희경 이사장의 항고 이후 정밀 감정을 진행했다. 다음 성년후견 심판은 내년 1월 11일로 예정돼 있다.

만약 법원이 조양래 명예회장의 판단력에 문제가 있다고 여기고 성년후견 신청을 받아들일 경우 2020년 그룹 승계를 결정지은 블록딜 자체가 무효로 돌아갈 수 있다. 조현범 회장과 조현식 고문 간 형제의 난이 완전히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 가능성이 남아 있다는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앤컴퍼니그룹의 오너 리스크와 지배구조 개편을 명분으로 내세운 조현식 고문 측이 MBK파트너스의 탄탄한 자금력을 등에 업고 경영권을 흔들고 있다”면서도 “조현범 회장 측이 막강한 우군과 높은 지분을 보유해 경영권 탈환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병훈 기자 / andrew45@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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