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연 오픈AI도 AI 반도체 만든다…삼성·SK 협력 가능성↑

시간 입력 2024-01-23 07:00:00 시간 수정 2024-01-22 22:3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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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 올트먼 오픈AI CEO, 이번주 방한…지난해 6월 이후 7개월 만
자체 AI 칩 개발 나선 오픈AI, ‘HBM 선도’ K-반도체와 협업 모색
최태원 SK 회장과 회동 가능성 높아…이재용 삼성 회장도 관심

챗GPT를 개발한 오픈AI. <사진=연합뉴스>

전 세계적으로 AI(인공지능) 반도체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글로벌 빅테크들이 앞다퉈 AI 칩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최근엔 AI 열풍의 주역 챗GPT를 개발한 오픈AI도 자체 AI 칩을 생산하겠다는 뜻을 내비치면서 AI 반도체 경쟁이 한층 첨예해지는 모습이다.

AI 칩 밴더들이 늘어날 경우,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K-반도체 업체들에는 큰 호재가 될 전망이다.  AI 반도체 구동을 위해선 HBM(고대역폭메모리) 등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 적용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삼성·SK가 AI 시대를 연 오픈AI와도 협업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샘 올트먼 오픈AI CEO(최고경영자)가 이번주 한국을 찾는다. 지난해 6월 방한 이후 7개월 만에 또 다시 한국에 입국하는 것이다.

다만 올트만 CEO의 구체적 방한 기간과 일정은 공개되지 않았다.

업계 안팎에서는 올트만 CEO의 이번 한국 방문에 특별한 목적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오픈AI는 지난해 말 거대언어모델(LLM) 최신 버전인 ‘GPT-4 터보’ 모델을 정식 출시했다. 현재 추가 업그레이드를 진행 중이다.

지난해 4월까지 모은 데이터를 학습한 GPT-4 터보는 한번에 이해할 수 있는 문자 분량이 최대 300페이지에 달한다. 책 한권 분량을 단 몇 초 만에 파악할 수 있는 것이다. 텍스트를 넘어 이미지 데이터 이해, 분석 작업도 가능하다.

글로벌 AI 시장에서 오픈AI의 AI 서비스가 가장 고도화됐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이를 제대로 구현하기 위한 최신 AI 반도체의 필요성 또한 가파르게 치솟고 있다.

문제는 일부 기업에 대한 AI 반도체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는 점이다. 현재 전 세계 AI 반도체 시장은 엔비디아가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다. 엔비디아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80~90%가량으로, 경쟁사들을 압도하고 있는 상황이다.

가격도 치솟고 있다. 엔비디아의 AI 반도체 ‘H100’은 당초 4만달러(약 5354만원)에 판매됐지만 최근 극심한 칩 부족으로 암시장에서 두배가 넘는 가격에 거래되고 있는 실정이다.

삼성전자 초고성능 HBM3E ‘샤인볼트’. <사진=삼성전자>

이렇다보니 구글, 아마존, MS(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빅테크는 자체 AI 반도체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해 8월 구글은 AI 칩 ‘TPU(텐서처리장치) v5e’를 선보였다. 앞서 4월엔 TPU 4000여 개를 탑재한 AI 개발용 슈퍼컴퓨터 ‘팜(PaLM)’도 공개했다.

아마존도 클라우드 계열사인 아마존웹서비스(AWS)를 통해 인퍼런시아(추론용), 트레이니움(학습용) 등 자체 AI 칩을 개발했다.

미국 CNBC에 따르면 저비용·저지연으로 많은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는 인퍼런시아는 아마존의 데이터센터는 물론, AI 음성 인식 서비스에도 적용 중이다. 트레이니엄은 머신러닝 기능에 특화한 모델이다.

CNBC는 “글로벌 AI 반도체 시장에서 엔비디아가 우위를 점하고 있으나 아마존은 AWS를 통해 ‘클라우드 지배력’을 늘려 나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11월 MS는 AI 반도체 ‘마이아(Maia) 100’를 전격 공개했다. ‘아테나’ 프로젝트 아래 2019년부터 개발해 온 마이아 100은 엔비디아의 GPU(그래픽처리장치)와 유사한 칩으로, LLM(거대언어모델) 훈련·실행을 돕는 데이터센터용 반도체다.

이처럼 빅테크 기업 사이에서 자체 AI 칩 개발 붐이 일자 오픈AI도 AI 반도체를 직접 생산하겠다는 흐름에 동참하겠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올트먼 CEO는 자체 AI 반도체 개발을 위해 대만 TSMC를 포함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업체뿐 아니라 아랍에미리트(UAE) AI 기업인 G42, 영국 팹리스(반도체 설계) 업체 암(ARM)을 소유하고 있는 일본 소프트뱅크 그룹 등과 접촉한 것으로 파악됐다.

올트먼 CEO는 이들 기업과의 만남에서 AI 반도체 양산을 위한 파트너십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샘 올트먼 오픈AI CEO. <사진=연합뉴스>

이를 고려할 때 올트만 CEO가 방한 기간 동안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과 잇따라 만날 것이란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삼성·SK가 AI 반도체 구동에 필수인 HBM 시장에서 독보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HBM 시장은 삼성·SK 두 업체가 독식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HBM 시장 점유율은 각각 47~49%를 차지할 것으로 예측된다. 뒤이어 미국 마이크론은 3~5%를 확보할 전망이다.

독보적인 경쟁 우위를 자랑하는 K-반도체는 글로벌 HBM 시장 공략에 사활을 건 상태다.

삼성전자는 올해 HBM 생산 능력을 지난해 대비 2.5배 이상 늘리겠다고 선언했다. 삼성은 지난해 3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현재 HBM3와 HBM3E 신제품 사업을 확대 중이다”며 “이미 주요 고객사와 향후 공급 물량에 대한 협의를 완료한 상황이다”고 말했다.

올 상반기에는 HBM3E 양산에 돌입할 방침이다. 앞서 지난해 10월 20일 삼성전자는 미국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맥에너리 컨벤션 센터(McEnery Convention Center)에서 ‘삼성 메모리 테크 데이(Samsung Memory Tech Day) 2023’을 열고, AI 기술 혁신을 이끌 초고성능 HBM3E ‘샤인볼트(Shinebolt)’를 공개한 바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HBM3E로의 전환에 속도를 높여 날로 높아지는 AI 반도체 시장의 요구에 적극 대응할 계획이다”며 “글로벌 HBM 시장 선도 업체로서 제품 경쟁력과 안정적인 공급력 등을 기반으로 시장 리더십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세계 최고 성능의 D램인 HBM3를 세계 최초로 양산하며 글로벌 시장 선점에 성공한 SK하이닉스는 올 상반기 HBM3E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미 최첨단 HBM 고객사도 확보해 둔 상태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8월 엔비디아 등 고객사에 성능 검증 절차를 위한 샘플을 공급했다.

이안 벅 엔비디아 하이퍼스케일·HPC 담당 부사장은 “엔비디아는 최선단 가속 컴퓨팅 솔루션즈용 HBM을 위해 SK하이닉스와 오랜 기간 협력을 지속해 왔다”며 “앞으로도 차세대 AI 컴퓨팅을 선보이고자 HBM3E 분야에서 양사 간 협업이 계속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 ‘HBM3E’. <사진=SK하이닉스>

SK하이닉스는 차세대 제품 개발에도 적극 매진해 전 세계 HBM 시장 공략을 가속화하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지난해 3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향후 5년 간 AI 반도체 시장은 40%가량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HBM 수요는 연평균 80%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같은 장밋빛 전망에 힘입어 SK하이닉스는 글로벌 HBM 시장을 지속적으로 선도해 나갈 것이다”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가 엔비디아와 견고한 협력 관계를 구축하고 있는 만큼 올트먼 CEO와 만남의 자리가 만들어질 것이란 시각을 내놓고 있다.

일각에선 최태원 SK그룹 회장과의 회동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최 회장은 올해 첫 행보로 SK하이닉스 이천캠퍼스를 찾아 AI 메모리의 성장동력을 직접 챙긴 바 있다.

오픈AI와 삼성전자 간 협업이 성사될지도 관심이다. 양사 간 회동이 성사된다면 경계현 삼성전자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 대표이사 사장이 올트먼 CEO와 만날 것으로 점쳐진다. 특히 메모리뿐 아니라 시스템LSI, 파운드리 등 주요 사업부 경영진들도 함께 만날 것으로 보인다. 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올트먼 CEO와의 만남에도 이목이 쏠린다.

한편 오픈AI와 K-반도체 간 협력 가능성은 높다는 평이 많다. 올트먼 CEO는 지난해 6월 방한 당시 국내 스타트업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국 반도체 기업들과 AI 칩 개발을 함께 하고 싶다”며 “한국은 전 세계에서 볼 수 없는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가 있는 나라로, 오픈AI는 한국과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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