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업 프로그램’ 예고에 금융주 꿈틀…“실제 주주환원 의지 확인해야”

시간 입력 2024-02-08 07:01:00 시간 수정 2024-02-07 17:46:14
  • 페이스북
  • 트위치
  • 카카오
  • 링크복사

프로그램 세부 내용 발표 전부터 저PBR 종목 등락 거듭
증권가 “기대감에 따른 일시적 반등일 수 있어” 지적

금융당국이 ‘코리아 디스카운트(국내 증시의 저평가 현상)’ 해소를 위해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도입, 시행할 것이라고 예고하면서 증시가 꿈틀거리고 있다. 특히 금융주와 같은 ‘저(底) 주가순자산비율(PBR)’ 종목들이 주목받고 있지만 증권가에서는 일시적 반등 효과에 지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8일 금융당국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17일 한국 기업 증시를 끌어올리기 위한 일환으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조만간 마련하겠다고 예고했다.

이어 이달 6일 발표된 방안으로 △공정·투명한 시장 질서 확립 △투자자 자본시장 접근성 제고 △주주 가치 존중 문화 확산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자세한 내용은 이달 내로 추가 발표될 예정이다.

아직 구체적인 시행안이 확정되진 않았지만 당국은 주주가치 존중의 일환으로 PBR, 자기자본이익률(ROE) 등 투자 지표를 업종별로 비교 공시하거나 기업지배구조보고서 내 상장사의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기재하도록 하는 등의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금융당국이 밸류업 프로그램을 예고하자마자 시장은 반응하기 시작했다. 특히 저PBR 종목들이 각광을 받을 것이라는 기대감에 이들 종목 찾기가 시작됐다. 대표적인 저PBR 업종인 금융(은행‧증권‧보험 등)주의 상승세도 매서웠다.

이달 6일 기준 KRX 은행 지수의 PBR은 0.43배, KRX 증권은 0.46배, KRX 보험은 0.44%배 코스피 평균인 0.94배보다도 크게 낮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16일 660.13포인트로 마감된 KRX 은행 지수는 23일 670.46까지 반등 후 꾸준히 상승을 거듭해 2월 2일에는 791.76포인트까지 급등했다.

KRX 증권 지수 역시 같은 기간 616.71포인트에서 719.82까지 올랐으며, KRX 보험 지수는 1550.19포인트에서 1900.29포인트로 상승세를 이어갔다.

문제는 이러한 상승 현상이 단기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금융당국이 밸류업 프로그램을 예고한 직후 반등했던 금융 관련주의 주가는 아직 구체적인 시행안이 나오지도 않았음에도 시일이 지나면서 상승세가 벌써 꺾이는 모습이다. 

KRX 은행 지수는 6일 757.63포인트로, KRX 증권은 696.55포인트, KRX 보험은 1872.46포인트로 모두 지난 2일 대비 낮아졌다. 실제 정책의 효과와 무관하게 기대심리에 따라 주가가 오르락내리락하는 양상을 보이는 것이다.

이에 증권가에서는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보다는, 앞으로 발표될 정책이 주가를 부양할 수 있는지 가능성을 확인하고 주주환원 정책에 대한 의지를 가진 기업에 대한 옥석 가리기가 수반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도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정책 기대감이 유효하기 위해서는 신뢰할 만한 단서가 있어야 한다”면서도 “주주환원의 자유 의지가 억제되지 않는 이상 은행주의 주가 흐름은 정책의 유효성과 무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PBR 상승을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ROE 제고가 필요하다”며 “저밸류 주식의 일률적인 상승 이후 ROE 제고의 가능 여부를 놓고 옥석 가리기가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향후 발표될 밸류업 프로그램이 강제성이 없는 단순 권고 수준에 그칠 경우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는 관측도 있다. 김수현 DS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시장의 기대감과 반응을 보면 한국판 밸류업 정책이 단순 권고 사항에 그칠 경우 국내 자본 시장 신뢰도에 상당히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다만 정책의 방향성을 따라 기업들이 장기적으로 주주환원 정책을 확대하는 분위기가 형성될 것이라는 긍정적 전망도 나온다.

윤유동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저PBR 업종의 배당 확대 혹은 자사주 매입‧소각이 기대된다”며 “올해 금융위의 주요업무 추진과제 중 하나고, 기업가치 제고에 대한 논의인 만큼 일회성 테마가 아닌 중장기적인 주주환원책이 자리잡는 계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CEO스코어데일리 / 박예슬 기자 / ruthy@ceoscore.co.kr]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