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초록병 소주’가 점령한 하노이 유흥거리…현지 젊은이들 고기에 소주 ‘짠’

시간 입력 2024-06-19 09:00:00 시간 수정 2024-06-19 09:4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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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안끼엠 맥주거리 주점 82% ‘진로소주’ 입점
한국 ‘술자리 문화’ 소비…소주잔 들고 묘기도
“주로 중산층 이상·여성 직장인들 소주 즐겨”

베트남 하노이 맥주거리에서 손님들이 소주를 마시고 있다 <사진=김연지 기자>
베트남 하노이 맥주거리에서 손님들이 소주를 마시고 있다 <사진=김연지 기자>

한류 바람이 불면서 한국을 대표하는 서민 술 ‘초록병 소주’가 전 세계 골목 골목으로 깊숙이 뻗어가고 있다. 

지난 10일 방문한 베트남 하노이 호엔끼엠 구시가지에 위치한 ‘맥주거리’에서는 볶은 고기, 채소 등 현지식을 안주삼아 ‘초록병 소주’를 마시는 젊은이들이 자주 보였다.

쌀국수 한 그릇이 1500~2500원(3만~5만동)인 베트남에서 1병당 8000원 내외에 판매되는 소주는 다소 비싼 편에 속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드라마와 SNS 등의 영향으로 ‘고기에 소주’를 즐기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실제로 이날 거리를 거닐며 살펴본 대부분의 술집 메뉴판에서 초록병 소주를 발견할 수 있었다. 현지 직원에게 소주에 대해 묻자 유창한 말투로 ‘소주 있다’ ‘과일 소주 맛있어요’라고 답했다. 

맥주거리 한 주점의 메뉴판(왼쪽)과 소주잔 묘기를 보여주는 두 손님 <사진=김연지 기자>
맥주거리 한 주점의 메뉴판(왼쪽)과 소주잔 묘기를 보여주는 두 손님 <사진=김연지 기자>

소주를 마시는 모습을 촬영해도 되냐고 묻자 현지 학생들로 보이는 여성들은 소주잔을 들고 묘기를 보여주기도 했다. 한 때 SNS를 통해 국내에서 유행하던 소주 묘기로 ‘한국 술자리 문화’에 대한 현지인들의 관심이 엿보였다. 

한국 고깃집을 콘셉트로 하는 식당 ‘진로BBQ’에서 만난 대학생 땀(Thắm, 21세)씨는 이날 과일 소주와 함께 친구의 생일을 축하하고 있었다. 

땀 씨는 소주를 마시게 된 계기를 묻자 “대학교 2학년 때 아는 언니가 (소주를) 소개해줬다”라며 “대부분의 마트에 소주를 팔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 달에 두 번 정도 과일 소주를 마신다. 대부분 친구들과 마시지만 때로는 마트에서 사서 집에 가져가 가족들과 마시기도 한다고 말했다. 하노이는 보드카 소비가 많은 지역이지만, 술을 마실 때 얼굴이 쉽게 붉어지는 땀 씨는 도수가 13도로 낮은 과일 소주가 잘 맞는다고 했다.  

땀 씨뿐 아니라 베트남 현지인들은 일반 소주보다 달콤한 맛의 과일 소주를 찾는다. 또 주로 곁들여 먹는 메뉴는 고기다.

베트남에서 진로BBQ 네 곳을 운영하는 김광욱 대표는 “한국에서 이즈백이나 참이슬이 (잘)나가는 것에 비해 여긴 여성이 많고, 5종류 있는 과일 소주를 선호한다”라며 “매장 한 곳에 한 달 40박스를 판매하며 그중 80%가 과일 소주”라고 말했다. 

쓴 맛 때문에 상대적으로 찾는 이들이 적은 일반 소주로는 칵테일이나 하이볼 등의 메뉴를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식당 곳곳에는 레트로풍의 한국적 인테리어가 보였다. 그는 현지 손님들이 한국과 한글에 대한 이미지를 좋아하기 인테리어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자신이 운영하는 식당들은 매년 평균 10~15%씩 매출이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이트진로의 프로모션이 더해지면서 인기가 지속 늘고 있다고도 했다. 

하노이 맥주거리에서 직원들이 ‘진로’ 프로모션을 벌이는 모습 <사진제공=하이트진로>
하노이 맥주거리에서 직원들이 ‘진로’ 프로모션을 벌이는 모습 <사진제공=하이트진로>

김 대표는 “저희 가게에 오는 분들은 1인당 3만~4만원을 쓰는데 하노이에서 중산층 이상, 직장인들로 20대 중반 이상의 여성 고객이 많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베트남 술집 거리에서 소주를 마시는  풍경이 자연스러워진 데에는 유흥점 영업에 공들여온 하이트진로의 영향도 있다. 이날도 하이트진로 직원들이 가게마다 돌아다니면서 시음을 권하고 있었다. 맥주거리 내 78곳의 주점 중 82%에 이르는 64곳 매장에 진로소주가 입점해 있다.

2018년 호치민 지사를 설립하며 베트남 내 가정시장(편의점·마트)에 먼저 진출한 하이트진로는 엔데믹 이후 ‘유흥채널’ 영업을 강화하고 있다. 5종의 과일 소주를 중심으로 음용을 권유하는 대면 판촉을 기본으로, ‘두꺼비’ 캐릭터를 활용한 게임을 진행하는 등 다양한 프로모션을 벌이고 있다. 

특히 하이트진로는 이곳 베트남과 인연이 깊다. 1968년 하이트진로가 첫 해외 수출을 진행한 국가이면서, 2016년 ‘소주의 세계화’ 비전을 선포한 곳이기도 하다. 첫 해외 생산공장 건립지로 낙점되면서 향후 동남아 소주 수출의 교두보 역할까지 맡게 됐다. 

황정호 하이트진로 해외사업본부 총괄 전무는 “지난해 기준 17개 전략국가 가정채널(편의점·마트) 18만 점포에 입점해 경쟁·유사 브랜드 대비 압도적인 인지수준을 확보하고 있다”라며 “진로의 대중화는 시장 성장을 고려해 유흥채널 집중 공략하는 것을 시작점으로 삼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연지 기자 / kongzi@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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