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법 개정안, 소수 주주권 강화 효과 미미…국회, 법 개정 지양해야”

시간 입력 2025-02-19 17:12:04 시간 수정 2025-02-19 17: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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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협·상장협, 역대 상사법학회장 초청 상법 좌담회
“이사 충실 의무 확대, 글로벌 스탠다드 전혀 아냐”
“상법 개정 땐 국내 기업 향한 경영권 위협 늘 것”

19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에서 열린 역대 상사법학회장 초청 상법 개정 관련 긴급 좌담회. <사진=한국경제인협회>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 범위를 주주까지 확대하고 집중 투표를 의무화하는 등 내용을 담고 있는 상법 개정안에 대해 전직 한국상사법학회 회장들이 우려를 표명했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는 19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에서 한국상장회사협의회(상장협)과 함께 역대 상사법학회 회장 등 전문가 초청 상법 개정 관련 긴급 좌담회를 열었다고 이날 밝혔다.

김창범 한경협 상근부회장은 개회사에서 “경제 단체들은 그동안 상법 개정에 신중할 것을 수차례 호소했으나 경제계의 절실한 목소리는 외면 받고 있다”며 “만약 이 법안이 국회를 통과한다면 이사들은 불만을 가진 주주로부터 소송과 고발에 시달릴 뿐 아니라 주요 기업의 경영권이 국내외 투기 자본에 노출되고, 투자와 일자리 창출에 쓰일 소중한 자금이 경영권 방어 등을 위한 지분 매입에 소진될 가능성이 크다”고 토로했다.

좌담회 좌장을 맡은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일각에서 주주권 보호와 증시 활성화를 위해 이사의 충실 의무를 확대하는 것이 무슨 문제냐고 쉽게 말하지만, 이는 이사의 역할이나 이사회 기능을 전혀 모르는 주장이다”고 지적했다.

이사들은 이사회에서 수없이 많은 결의를 하는데, 매 이사회에서 모든 주주 이익을 보호하도록 강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라는 것이다.

이사의 충실 의무를 주주로 확대하는 것이 글로벌 스탠더드라는 일부 주장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신현윤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이사가 개별 주주와 직접 거래하거나 별도의 추가 계약이 있거나 고의로 허위 정보를 유포하는 등 사기 행위를 하는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주주 일반에 대한 이사의 충실 의무를 부정하는 것이 세계적으로 확립된 판례이자 입법이다”고 강조했다.

상법을 주가를 부양하기 위한 방책으로 보는 데 대해서도 크게 경계했다. 김선정 동국대 법학과 특임교수는 “최근 한국 증시 부진의 원인을 상법에서 찾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상법 개정은 주가를 끌어올리는 수단이 아니며, 오히려 주주 가치 제고를 위한 기업들의 노력을 분산시키고 투자를 위축해 결국 기업 가치만 깎아내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석훈 연세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주가는 기본적으로 기업의 성장 가능성, 영업이익, 매출 등의 펀더멘털과 이에 대한 예측에 연동하여 결정되는 것이다”며 ”명확한 근거도 없이 코리아 디스카운트 현상을 기업 지배구조에서 찾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자산 2조원 이상 대규모 상장사에 집중 투표제를 의무화하는 것 또한 문제로 지적됐다. 최준선 교수는 “멕시코·칠레를 제외한 OECD 회원국 중 집중 투표제를 의무화한 나라는 없다”며 “일본도 과거 집중 투표제를 의무화했다가 주주 간 파벌 싸움이 사회 문제가 되면서 1974년 회사 자율에 맡겼다”고 했다.

감사위원 분리 선임 인원을 현행 1명에서 2명 이상으로 확대하는 것과 관련해선 이사회의 효율성과 신속한 의사결정, 나아가 기업 밸류업과 주주 보호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짚었다.

상법 개정으로 국내 주요 기업이 경영권 위협에 더 많이 노출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한석훈 교수는 “경영권 분쟁은 지배구조가 취약한 중소·중견기업에서 주로 발생한다”며 “상법 개정으로 경영권 공격 수단이 더 늘어나게 되면 지배구조가 안정된 대규모 상장사도 헤지펀드나 행동주의펀드의 공격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최준선 교수는 좌담회를 마무리하며 “상법 개정 이슈를 소수 주주권 강화나 지배 주주-소액 주주 간 갈등으로 보는 시각이 많은데, 현실은 악성 펀드들의 ‘단기 차익 거두기용’ 수단으로 상법을 변질시킬 가능성이 크다”며 “소수 주주 보호라는 법 개정의 취지를 살리기 어려운 만큼 국회는 상법 개정을 지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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