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광산업, 누적적자 2311억 신성장동력 통해 위기 타개
올 연말까지 1조 집행…내년까지 총 1조5000억
미래 먹거리 중심 사업 재편…재무 건전성 제고 속도
금감원, EB 발행 제동…“중요 누락 있어 정정명령 부과”

태광그룹의 핵심인 태광산업이 사업 구조 개편에 속도를 낸다. 지난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수백~수천억원의 적자를 거둔 태광산업은 당장 미래 생존마저 위협 받는 지경에 처한 실정이다. 태광은 조 단위의 대규모 자금을 투입해 화장품·에너지·부동산 개발 등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고, 실적부진을 조속히 타개해 나간다는 구상이다.
다만 투자 재원 마련은 큰 숙제다. 태광산업은 교환 사채(EB)를 통해 외부 자금을 조달한다는 입장이지만, 금융 당국이 제동을 걸고 나서면서 급제동이 걸렸다.
태광산업은 화장품·에너지·부동산 개발 등 신사업 육성에 조 단위 자금을 투입할 예정이라고 1일 밝혔다.
태광이 천문학적인 규모의 자금을 쏟아 부어 신성장동력을 키우기로 결정한 것은 최악의 재무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함이다.
주력인 석유화학과 섬유 업황의 부진이 날로 심화하면서 태광산업의 실적은 연일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2021년만 해도 3539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며 흑자 잔치를 벌였던 태광산업은 이듬해인 2022년 영업익 -1045억원으로 곤두박질치며 적자전환했다. 이후 2023년 -994억원, 지난해 -272억원 등 3년 연속 적자 기조를 유지했다.
2022년 이후 누적 적자 2000억원을 돌파하며 재무 건전성에 비상등이 켜진 태광은 당장 타개책 마련에 나섰다. 유태호 태광산업 대표이사 사장은 신사업 위주의 사업 재편을 통해 눈앞에 닥친 경영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구체적으로 태광산업은 올해와 내년에 1조5000억원가량 투입하는 투자 로드맵을 마련했다. 이 중 올 연말까지 약 1조원을 집행키로 했다.
투자 자금의 대부분은 신규 진입을 모색하는 화장품·에너지·부동산 개발 관련 기업 인수에 집중 투입된다.
특히 화장품 분야에 대한 관심이 지대하다. 이미 태광은 투자 자회사를 설립해 뷰티 관련 기업 등에 대한 투자를 추진하고 있다. 실제로 태광그룹은 최근 애경그룹의 애경산업 인수 예비 입찰에서 적격 인수 예비후보(숏리스트)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관심 업종의 신규 법인 설립도 진행 중이다.

태광산업 울산공장. <사진=태광>
다만 투자재원 마련에 비상이 걸렸다. 실제 태광은 현재 유보금만으로 투자 자금을 충당할 수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태광산업에 따르면 올해 5월 말 기준 보유하고 있는 현금성 자금은 1조9000억원 수준이다. 그러나 실제 신사업에 투자할 수 있는 자금은 1조원도 채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록 업황이 매우 부진하지만 기존 사업에 대한 투자도 집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태광은 석유화학 및 섬유 사업에 5000억원 이상의 투자가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업황 악화에 대비해 3.5개월치 예비 운영 자금 5600억원도 따로 챙겨놔야 한다.
또한 석화2공장과 저융점섬유(LMF)공장이 가동을 중단함에 따라 시설 철거와 인력 재배치에도 상당한 자금이 소요될 전망이다. 여기에 일부 나일론 생산 공장과 중국 스판덱스공장도 조만간 멈춰설 것으로 보여 추가 예비 운영 자금 확보가 절실하다.
태광은 외부 자금을 적극 조달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태광은 앞서 지난달 27일 이사회를 열고, 자사주 전량(지분율 24.41%)을 교환 대상으로 하는 3186억원 규모의 EB 발행을 의결했다. 당시 EB 발행을 두고 주주 가치 훼손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자사주를 교환 대상으로 하는 EB 발행은 교환권 행사 시 사실상 3자 배정 유상증자와 동일한 효과가 있어 기존 주주들의 이익을 심각하게 침해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태광산업 관계자는 “EB 발행을 통한 투자 자금 확보는 회사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다”고 강조했다.
태광산업은 다음달 EB를 발행해 조달하는 자금을 사업 구조 재편에 모조리 투입한다는 방침이다. 태광산업 관계자는 “정부 정책을 반영해 자사주를 소각하고, 이를 통해 주식 가치를 높이는 일도 중요하지만, 지금은 적극적인 투자와 사업 구조 개편을 통해 생존 방안을 마련해야 할 때다”고 설명했다.

서울 광화문 흥국생명빌딩. <사진=태광>
그러나 태광의 뜻대로 사업 재편이 이뤄질 지는 미지수다. 금융감독원(금감원)이 태광산업의 EB 발행과 관련해 정정 명령을 부과한 것이다. 금감원은 이날 “태광산업이 제출한 교환사채권 발행 결정에 대한 심사 결과, 신고서의 내용 중 발행 상대방 등에 대한 중요한 누락이 있어 정정 명령을 부과한다”고 공시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자본시장법상 상장사는 자사주 처분 시 처분 상대방을 이사회에서 결의해야 함에도 태광산업은 처분 상대방을 공시하지 않았다”며 “실제 이사회에서 처분 상대방을 결의하지 않았다면 EB 발행 및 자사주 처분 절차 관련 법적 리스크도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그 외 조달 자금의 사용 목적도 불분명하다”며 “회사가 관련 사항을 명확히 검토할 필요가 있어 정정 명령을 부과했다”고 덧붙였다.
앞서 하루 전인 지난달 30일엔 태광산업의 2대 주주인 트러스톤자산운용이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태광산업 이사회의 위법 행위 중지를 요청하는 가처분을 신청하기도 했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은 “상법 시행령 제22조에 따르면, 주주 외의 자에게 EB를 발행할 때는 이사회가 거래 상대방과 발행 조건 등을 명확히 결정해야 한다”며 “그러나 이사회에서는 이러한 절차 없이 발행을 의결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만약 EB 발행이 강행될 경우 태광산업은 자사주 헐값 매각에 따른 막대한 재산상 손실뿐 아니라 투명성과 책임성을 중시하는 기업 지배구조의 훼손, 자본 시장에서의 평판 저하 등 회복할 수 없는 손해를 입게 될 것이다”고 꼬집었다.
한편 태광산업은 신사업 진출을 위한 사전 준비 작업도 차질 없이 추진하고 있다. 태광은 오는 31일 임시 주주 총회(주총)을 열고 정관을 개정, 사업 목적을 대폭 확대할 예정이다. 이번에 추가되는 사업 목적은 △화장품 제조·매매 △에너지 관련 사업 △부동산 개발 △호텔·리조트 등 숙박 시설 개발·운영 △리츠와 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PFV) 등에 대한 투자 △블록체인 기반 금융 연관 산업 등 13개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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