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서울 여의도서 ‘제32차 PECC 총회’ 개최
‘노벨상’ 로빈슨 교수, APEC ‘경제체’ 개념 주목
한국에 대해선 “경제적·문화적으로 창조적 사회”
본 세션서 통상 환경·AI·인구 변화 등 과제 논의

2024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제임스 로빈슨 시카고대 교수가 12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에서 열린 ‘제32차 PECC 총회’에 참석해 특별 대담을 하고 있다. <사진=한국경제인협회>
올해 10월 경북 경주에서 열리는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이 다자주의 쇠퇴, 보호주의 강화 등 현재의 글로벌 흐름을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은 12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에서 대외경제정책연구원과 함께 ‘제32차 PECC(태평양경제협력위원회) 총회’를 공동 개최했다고 이날 밝혔다.
PECC은 정부, 기업, 학계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국제 경제 협력체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주요 경제 현안에 대한 정책적 해법을 제시하는 APEC의 싱크탱크이자 공식 옵저버다. 이번 총회에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전문가 300여 명이 참석했다.
20년 만에 APEC 의장국을 맡게 된 한국을 지원하기 위해 열린 이번 총회는 ‘변화하는 국제질서 속 아시아태평양 협력의 재구상’이라는 주제로 △글로벌 통상 환경 변화 △AI(인공지능) 기술 혁신 △인구 구조 변화가 가져올 복합 도전 과제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했다.
이시욱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원장은 개회사를 통해 “1980년 창립 이후 1989년 APEC 출범을 주도하고, 역내 협력의 중요한 다리 역할을 했다”며 PECC의 오랜 역사와 역할을 재조명했다.
본 세션에 앞서 지난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제임스 로빈슨 시카고대 교수가 정철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 원장과 특별 대담을 가졌다. 로빈슨 교수는 미국 MIT의 대런 애쓰모글루 교수, 사이먼 존슨 교수와 함께 제도와 경제 성장 간의 관계를 분석한 제도 경제학의 권위자로, 한국의 경제 발전 역사에 대해서도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연구를 진행해 왔다.
로빈슨 교수는 현재 다자주의 위기에 대해 “기존 제도가 모든 국가와 국민에게 도움이 되지 못한 것이 근본 원인이다”고 진단하며 “자발성, 개방성, 비구속성, 합의 기반 협력이라는 APEC의 ‘열린 지역주의(Open Regionalism)’ 원칙은 ‘닫힌 지역주의’로 회귀하려는 글로벌 흐름을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이다”고 높이 평가했다.
특히 로빈슨 교수는 APEC이 ‘국가’ 대신 ‘경제체’ 개념을 사용하는 점에 주목하고, “더 유연한 정체성이 필요한 시대에 APEC의 접근법이 새로운 ‘글로벌 아키텍처’ 구축을 구상하는 데 EU(유럽연합)보다 더 적합한 플랫폼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에 대해선 매우 극찬했다, 그는 “휴대폰, 선박, 자동차뿐만 아니라 K-팝, 오징어게임, K-뷰티까지 경제적·문화적으로 놀랍도록 창조적인 사회다”며 “APEC 내에서 다양한 대화와 협력을 주도적으로 이끌어 갈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했다.
이어진 세션에서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이 직면한 공통 도전 과제들을 집중 조명했다. 글로벌 통상 환경 및 세계 경제를 주제로 한 첫 번째 세션은 로빈 하딩 FT(파이낸셜타임즈) 아시아담당 편집장이 기조 연설을 맡았다.
전문가 패널 토론도 함께 열렸다. 전문가들은 WTO(세계무역기구)로 대표되는 다자 간 무역 협정의 실효성이 저하되고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무역 규범의 ‘실험실’이자 ‘인큐베이터’로서 APEC이 갖는 역할의 중요성에 대해 논의했다.
AI를 주제로 한 두 번째 세션에서는 AI 윤리 및 안전 거버넌스 분야 전문가인 아투사 카시르자데 카네기멜론대학교 교수가 기조 연설을 했고, 이치훈 CJ그룹 최고인공지능책임자 등 전문가들이 토론에 참석했다. 전문가들은 AI가 갖는 폭발적 성장 잠재력을 인정하면서도 AI가 가져 올 회원 경제체 간 불평등 심화를 우려하며, ‘포용 성장’과 ‘공동 번영’을 포괄하는 ‘APEC AI 이니셔티브’ 추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세 번째 세션에는 인구 구조 변화를 주제로 차이팡 중국사회과학원 전임 부원장이 기조 연설에 나섰다. 전문가들은 저출생·고령화 등 인구 구조 변화로 인한 노동력 부족, 사회 복지 지출 증가 등 사회 경제적 리스크 증가는 정도의 차이일 뿐, APEC 회원 경제체 모두가 직면하고 있는 공통의 도전 과제라고 진단했다. 이들은 ‘미래번영기금’을 포함한 공동 대응 프레임워크 마련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마지막 네 번째 세션은 아시아태평양 지역 협력의 미래에 대한 토론으로 진행됐다. 나롱차이 아크라사니 태국 PECC 회장이 좌장을 맡은 토론에서는 전반적인 다자 협력 기조가 약화된 가운데 현재 APEC 협력 모델이 갖는 한계와 개선 방안을 모색하고, 역내 미래 인재 간 교류 확대 전략을 살폈다.
이렇게 마련된 PECC 총회의 결과물은 ‘여의도 선언문’으로 정리해 올 10월 APEC 정상회의에 제출될 예정이다. 여의도 선언문에는 △AI 활용 방향성 정립과 회원 경제체 역량 강화 △포용적 성장을 위한 새로운 무역 패러다임의 모색 △인구 구조 변화 대응을 위한 공동 전략에 대한 내용 등이 담긴다.
김민석 국무총리은 영상 축사에서 “PECC에서의 논의가 APEC 회원 경제체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구체적인 프로젝트로 발전되기를 희망한다”고 기대감을 표했다.
김창범 한경협 상근부회장은 “PECC이 앞으로도 APEC의 핵심 싱크탱크이자 다양한 이해관계자로부터 신뢰받는 정책 플랫폼이 될 수 있도록 한국의 대표 경제단체로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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