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 발행주식 7.98% 약 2.2조원 규모 자사주 공개매수 추진
산은·해진공 참여 시 ‘공적자금 회수 수단’ 전락 논란 불가피
공개매수 특성상 안분비례·세금 부담… 소액주주 불리 지적
HMM이 2조2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공개매수를 추진한다. 표면적으로는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밸류업 정책 차원이지만, 최대주주인 한국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가 참여할 경우 이번 공개매수가 사실상 공적자금 회수 수단으로 변질될 수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HMM은 발행주식 총수의 7.98%에 해당하는 8180만1526주를 주당 2만6200원에 매입해 모두 소각할 예정이다. 총 매입 규모만 2조1432억원에 달한다. 매입 단가는 지난 19일 종가(2만3000원) 대비 14% 높은 수준이다.
HMM이 추진하는 이번 자사주 소각은 밸류업 정책의 일환이다. HMM은 지난 1월 기업가치제고(밸류업) 계획을 공시하고 향후 1년 내 배당 및 자사주 매입·소각을 포함해 2조5000억원 이상을 환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결산배당으로는 이미 5286억원을 지급했다.
문제는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지분 36.0%)과 한국해양진흥공사(35.7%)가 청약에 참여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100% 청약에 참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해양진흥공사 관계자는 “청약 여부는 내부 검토 중이며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 내부 의사결정에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HMM(구 현대상선)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해운 시황 급락과 2016년 한진해운 파산 여파로 유동성 위기에 빠진 바 있다.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는 당시 자금 지원과 채무 재조정에 나섰고, 현재까지 최대 주주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이번 공개매수는 안분비례 방식으로 진행된다. 목표 수량보다 많은 주식이 청약될 경우 주주들은 제출한 주식을 비례 배정받는다. 예컨대 소액주주가 100주를 청약해도 실제로는 10~20주만 매각되는 식이다. 두 기관이 워낙 많은 지분을 제출할 경우, 개인주주 매각 물량은 극히 제한적일 가능성이 크다.
산업은행이 공개매수 참여를 서두르는 배경에는 BIS(국제결제은행) 자기자본비율 규제가 있다. BIS 비율은 자기자본을 위험가중자산으로 나눈 비율인데, 특정 기업 지분이 BIS 자기자본의 15%를 넘어서면 위험가중치가 1250%까지 치솟는다. 주식은 위험자산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산은이 HMM 주식을 대량으로 들고 있을 경우 BIS 비율이 급격히 악화한다.
HMM 지분 3억6920만주를 보유 중인 산업은행이 BIS 규제를 충족하기 위해선 이 비중을 줄여야 한다. 공개매수는 산업은행이 시장 충격 없이 지분을 축소할 수 있는 최적의 출구인 셈이다.
일부 주주들은 자사주 매입 방식이 공개매수라는 점도 문제 삼는다. 장내매수와 달리 공개매수는 회사가 정한 고정가격에 맞춰 일정 비율만큼 매수하기 때문에 대주주가 안정적으로 출구를 확보할 수 있다.
반대로 장내매수였다면 개인주주는 원하는 시점·가격에 자유롭게 매도할 수 있다. 또 공개매수에 응하면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이 되지만, 장내에서 매도하는 소액주주는 세금 부담이 없다.
한 애널리스트는 “기업들이 자사주 매입을 할 때는 두 세달 가량 기간을 두고 장내매수를 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라며 “다만 HMM은 유통 물량이 30%에 불과하기 때문에 장내매수에 나설 경우 주가가 4~5만원까지 치솟는 등 수급이 왜곡될 수 있다. 경영진 입장에선 리스크가 너무 큰 방법”이라고 말했다.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의 공적자금 회수는 이미 상당 부분 진행됐다. 양 기관이 자본 형식으로 투자한 금액 4조2000억원 중 현재까지 배당 및 이자 등으로 회수한 금액은 1조6000억원으로 파악된다.
특히 지난해 전환사채(CB)를 주식으로 바꾼 과정에서 막대한 시세차익을 거뒀다. 전환가 5000원에 취득한 주식은 당시 주가가 1만9000원대에 거래돼, 전환 물량 1억4400만주만으로 약 2조원 이상의 차익이 발생했다. 전환 직후 주가가 급락해 개인주주 피해가 불가피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HMM 관계자는 “주주에게 공평하게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공개매수 방식으로 자사주 매입을 진행하게 됐다”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박소연 기자 / soyeon0601@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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