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그룹 산하 공익재단 한진칼 지분 2.99% 보유
정석물류학술재단 자산 80%가 계열사 주식
일우재단·정석인하학원도 수천억대 주식 보유
2022년 경영권 분쟁시 의결권 행사…경영권 방어 성공
호반과 지분격차 미미…조 회장 방패막 역할 전망
공익사업 지출 2% 안팎…총수일가 경영권방어 수단 활용 지적

호반그룹의 한진칼 지분 매집으로 한진그룹의 경영권 분쟁 가능성이 고조되는 가운데,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특수관계인으로 분류되는 공익재단들이 주목받고 있다. 통상 일반 기업의 공익재단은 사회환원의 의미가 큰데, 한진그룹의 경우 총수 일가의 지배력 유지 장치로 작용한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1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진그룹 소속 3대 공익재단인 정석인하학원(1.90%), 정석물류학술재단(0.95%), 일우재단(0.14%)이 보유한 한진칼 지분은 올 상반기 기준으로 약 2.99%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진그룹은 지난 2013년 대한항공을 투자사업 부문(한진칼)과 항공운송사업 부문(대한항공)으로 인적분할 했다. 이과정에서 대한항공 주식을 보유중이던 이들 공익재단은 인적분할 비율에 따라 한진칼 주식을 배정 받았다. 당시 5%였던 지분율은 2%까지 줄었다 최근 5년간 3%대의 지분율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이들 3개 공익재단 중 한진 계열사 보유 지분이 가장 큰 곳은 정석물류학술재단이다. 정석물류학술재단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대한항공·한진칼·정석기업 등 세 곳의 주식을 526억399만원 가량 보유중인데, 이는 총 자산(660억8581만원)의 80%에 달한다. 당초 재단 설립의 목적이 사회환원 보다는 계열사 지분 관리 및 운용에 맞춰졌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정석물류학술재단은 앞서 지난 4월, 한진칼 주식 6만1865주를 장내매수 한다고 공시하기도 했다. 해당 주식을 취득한 후 정석물류학술재단의 한진칼 지분율은 1.04%에 달할 전망이다. 정석물류학술재단은 당시 주식 취득 목적을 ‘자금의 운용 및 자산확대를 통한 공익사업 활성화’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경영권 분쟁 경쟁자인 호반그룹이 한진칼 지분을 늘리고 있는 상황에서, 공익재단의 한진칼 지분 확대를 단순히 자금운용 및 공익사업 목적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또한 정석인하학원은 한진·대한항공·한국공항·한진칼 등 그룹내 4개 계열사 주식을 1761억1303만원 가량 보유중으로, 이는 총자산(1조2596억원) 대비 비중이14%에 달한다. 일우재단도 대한항공과 한진칼 지분 30억9053만원을 보유중인데, 이는 총자산(376억2252만원)의 약 8%에 해당한다.
특히 한진그룹내 이들 공익재단들은 공익사업 지출 비중이 2% 남짓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업비용은 공익법인이 장학·복지·교육 등 목적사업을 수행하기 위해 지출하는 모든 비용을 뜻하고, 분배비용은 장학금·후원금·지원금 처럼 수혜자에게 직접 전달되는 금액을 말한다. 결국 분배비용이 실제 공익사업 지출의 성격을 가장 잘 보여주는 지표로 평가된다.
정석물류학술재단은 지난해 △학술연구비 △학술토론회 개최 △장학사업 등에 공익사업비를 집행했다. 구체적으로는 물류 관련 연구과제를 공모해 우수 과제를 선발·연구비를 지원하고, 물류산업 발전을 도모하는 정책 토론회(포럼)를 개최·후원했다. 또한 서울시 교육청 교육협력사업에 참여해 저소득층 학생에 장학금을 지급했으며, 인하대학교 장학기금을 마련해 성적 우수자와 저소득층을 지원하기도 했다.
이 재단의 지난해 공익사업 지출액은 13억5207만원으로, 전년 대비 121.2% 증가하기는 했지만 총자산 대비 공익사업 지출 비중은 여전히 2.05%에 그쳤다.
일우재단도 지난해 △몽골·캄보디아 장학사업 △서울대 로스쿨 장학사업 △사진문화사업 등을 진행했다. 몽골·캄보디아에서는 대학 진학 대상 장학생을 선발해 국내 대학에 입학시킨 뒤 졸업까지 학비와 생활비를 전반적으로 지원했다. 서울대 로스쿨에서는 성적은 우수하지만 경제적 여건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등록금과 생활비를 제공했다. 또한 매년 일우미술상을 개최해 우수 작가에게 작품 활동비를 지원하고, 일우스페이스에서 전시 기회를 부여하는 문화사업도 이어갔다.
그러나 일우재단 역시 지난해 공익사업 지출액이 6억1290만원으로, 전년 대비 42.7% 증가하기는 했지만, 총자산 대비 비중은 1.63%에 불과했다.

▲ⓒ <사진=한진칼>
정석인하학원은 인하대학교, 한국항공대학교, 인하공업전문대학 등을 직접 운영하는 학교법인이다. 이 때문에 대학운영비가 사업비용으로 반영돼 일반 공익재단 보다는 사업비 비중이 높게 나타나는 구조적 특성이 있다.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특히 더 관심이 모아지는 것은, 이들 3개 재단이 보유한 한진그룹 계열사 주식이 모두 의결권을 갖고 있고, 또 실제로 꾸준히 의결권을 행사해 왔다는 점이다.
정석인하학원은 2021년과 2022년에 한진·대한항공·한진칼 정기주주총회에서 모두 의결권을 행사했다. 정석물류학술재단은 2020년과 2021년 정석기업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했다. 특히 2022년 한진칼 정기주주총회에서는 당시 경영권 분쟁 중이던 사모펀드 KCGI의 주주제안이 모두 부결 처리되면서 한진그룹은 경영권 방어에 성공한 바 있다.
공정거래법 제25조 제2항에 따르면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내 공익법인은 보유하고 있는 국내 계열회사 주식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 다만, 단서에 따라 예외적으로 의결권 행사가 가능하다. 소속 공익법인이 가진 계열 상장사 주식의 경우, 단서 2호에 따라 임원임면, 정관변경 등의 일부 안건에 대해 특수관계인 합산 지분율 한도(15%) 내에서 의결권 행사가 가능하다. 한진그룹 산하 정석인하학원의 경우, 이같은 예외규정 하에서 허용된 범위 내에서 한진칼 주주총회에서 임원선임 안건에 대한 의결권을 행사했다.
업계에서는 호반그룹발 경영분쟁에서도, 지난 2022년의 경우처럼 한진그룹 산하 공익재단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호반그룹은 지난 2022년 KCGI 지분을 인수하며 한진칼 지분을 본격 매집하기 시작했고, 올 상반기 기준으로 18.46%의 지분을 확보하며 1대 주주인 조원태 회장을 위협하고 있다. 조 회장 진영(20.50%)과의 지분 격차는 1.5%포인트에 불과하다.
지분격차가 미미한 상황에서, 한진그룹내 3개 공익재단이 보유한 2.99%의 지분이 경영권을 결정하는 표 대결에서 조 회장의 든든한 방패막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들 재단들이 총 자산의 2%대에 불과한 낮은 공익사업비를 지출하면서도, 각종 세재혜택과 함께 총수 일가의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점에서 비난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높다.
이와 관련, 한진그룹 관계자는 “일우재단과 정석물류학술재단은 상증법상 ‘공익법인 운영 시 지켜야할 의무(전년도 운용소득의 80% 또는 수익사업용 자산가액의 1% 중 높은 금액)’에 해당하는 연도별 의무사용 금액을 매년 초과지출하고 있다”면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소속 공익법인은 원칙적으로 국내 계열사 주식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지만, 예외규정 하에 허용된 범위 내에서 한진칼 주주총회에서 임원선임 안건에 대한 의결권을 행사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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