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오너家 ‘대출 재테크’] “엄마가 딸 회사에서 3200억 차입”…총수일가, ‘가족기업’ 대출 6000억 ‘급전’

시간 입력 2025-09-15 07:00:00 시간 수정 2025-09-12 18:4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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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곳 그룹 내 50개 계열사, 총수일가에 자금대여…‘상속세’ 납부용도, 넥슨 대여액 1위
자금대여한 50개 계열사 중 총수일가가 지분 20% 이상 보유한 곳 30개
법인 통한 자금 대여, 은행 대출 대비 절차 간편…한도액 높고 기간 연장도 척척
부모·자녀·친척 등 소유 ‘친족기업’ 통해 거액 자금 융통
대기업집단 중 총수가 있는 집단 81곳 총수일가 자금대여 현황 조사  

국내 대기업 총수 일가가 내부 계열사를 통해 대출받은 차입금 규모가 연간 6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들 총수 일가에 자금을 대출해준 계열사 대부분이 총수일가 지분율이 높은 곳으로, 사실상 ‘가족기업’으로 부터 필요한 자금을 조달 받는 경우가 많았다.

총수일가가 내부 계열사로 부터 대출을 받는 이유는,  외부 금융기관 등에서 주식담보 등의 대출을 받을때와 비교해 절차가 간편하고,  대출 한도나 기간설정, 금리책정 등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기 때문이다.  실제 일반기업의 법인 자금대여는 은행 등 금융권 대출보다 절차가 간편하고, 한도규모도 크다. 여기에 대여 기간도 계약내용에 따라 길게 연장이 가능하고, 중도상환 수수료 부담도 없다.

특히 이같은 이점 때문에, 기업 총수 일가가 경영하는 이른바 가족기업 간에 막대한 규모의 대출을 주고받는 편법도 횡행하고 있다.

15일 본지가  금융감독원 공시를 토대로 올해 지정된 대기업집단 92곳 중 동일인(총수)이 있는 집단 81곳의 지난해 1년 간 총수일가에 대한 자금대여 현황을 조사한 결과, 대기업집단 18곳,  50개 계열사가 지난해 총수일가(동일인, 배우자, 혈족 1촌, 친족)에 대여한 금액은 총 5995억22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중 총수일가에 자금을 대여한 50개 계열사 중 총수일가 지분율이 20% 이상인 기업이 30개로 60%를 차지했다.  특히 총수일가 지분율이 높은 기업이 총수일가에 빌려준 금액이 전체 대기업집단이 총수일가에 빌려준 금액(5995억원)의 85.6%에 달했다.

이번 조사에서, 가장 많은 금액을 내부 총수일가에 빌려준 그룹은 3200억원을 대여한 넥슨으로 나타났다. 

넥슨 자회사인 와이즈키즈는 넥슨 창업자인 고(故) 김정주 회장의 부인 유정현 NXC 의장에 지난해 이자율 4.6%로 3200억원을 대출했다. 유 의장은 본인이 보유한 NXC 보통주를 담보로 자금을 빌렸다. 와이즈키즈는 고 김정주 넥슨 창업주의 두 딸인 김정민, 김정연씨가 각각 50%의 지분을 보유한 곳으로, 유 의장은 사실상 두 자매가 대주주로 있는 가족기업으로부터 수천억원의 자금을 차입한 것이다.      

와이즈키즈가 유정현 씨에 제공한 대출은 상속세 납부를 위한 것으로 보인다. 유 의장 일가는 김정주 창업주가 지난 2022년 2월 갑작스럽게 별세하면서 5조원대의 상속세를 부과 받았다. 이에 유 의장 일가는 먼저 NXC 주식으로 정부에 상속세를 납부하는 물납 방식으로 약 4조7000억원을 납부하고, 이어 NXC 지분 처분, 와이즈키즈를 통한 대여 등을 통해 지난해 9월 상속세 납부를 완료했다.


이와 관련, 넥슨 지주사 NXC 관계자는 “해당 대여는 상속인 일가의 상속세 조기 완납을 위한 것”이라며 “대여기간은 2029년 9월2일까지”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대여금 상환계획과 관련해서는 “개인에 귀속되는 사항으로 당사가 구체적인 언급을 하긴 어렵다”고 덧붙였다.

넥슨에 이어 글로벌세아그룹이 총수일가에 1058억원을 대여하며 2위를 기록했다. 총 5곳의 계열사가 총수일가에 자금을 대여했으며, 계열사별 대여금은 △세아상역(617억원) △태림페이퍼(209억원) △태범(195억원) △에스엔에이시스템(30억원) △글로벌세아(8억원) 순이다. 

3위는 총수일가에 392억원을 빌려준 유진그룹이 차지했다. 총수일가에 자금을 대여한 계열사와 대여금액은 △유진한일합섬(249억원) △동화기업(117억원) △유진레저(21억원) △유진투자증권(3억원) △이순산업(2억원) 등이다. 이중 이순산업은 유경선 유진그룹 회장의 남동생인 유순태 유진홈센터 대표가 지분 100%를 보유한 총수일가 소유 기업이다. 이순산업은 유순태 대표의 형인 유문선 전 유진기업 사장에 2억원을 대여했다.

4위는 총수일가에 331억원을 대여한 셀트리온이 차지했다. 이는 대부분 셀트리온스킨큐어가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이 빌린 것이다. 지난해 6월20일 셀트리온스킨큐어는 서정진 회장에 135억원을 이자율 5.29%에 대여했다. 기존 자금대여의 만기연장으로, 서정진 회장이 셀트리온스킨큐어로부터 빌린 대여금의 총 잔액은 지난해 6월20일 기준 343억원에 달한다. 서정진 회장이 지분 69.12%를 보유한 셀트리온스킨큐어는 오랜 기간동안 그룹 내 ‘오너일가 자금줄’로 평가 받아왔다. 서정진 회장에게 자금을 대여한 기간이 10년이 넘는다.

또한 총수일가 자금대여 5위는 SM그룹이 차지했다. SM그룹은 △삼라마이다스(130억원) △우방(72억원) △삼라(40억원) △삼환기업(25억원) △에스엠스틸(3억원) △에이치엔이앤씨(3억원) △에스엠중공업(2억원) 등 7개 계열사에서 총 276억원을 총수일가에 대여했다. 이중 총수일가가 지분 20% 이상을 보유하며 최대주주인 기업이 삼라마이다스, 삼라, 삼환기업, 에스엠스틸, 에이치엔이앤씨 등 5곳이나 됐다. 여기서 다시 삼환기업, 에이치엔이앤씨 등 2곳은 오너 2세 소유 기업이었다. 삼환기업은 우오현 SM 회장의 장녀인 우연아 삼라농원 대표가 지분 32.56%를 보유하고 있으며, 에이치엔이앤씨는 우오현 회장의 차녀인 우지영 전 에이치엔이앤씨 대표가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다.

최근 몇 년 째 매출이 전혀 없는 계열사로부터 돈을 빌리는 사례도 있었다. 

반도홀딩스는 지난해 총수일가에 165억원을 대여했다. 계열사별 대여금액은 △반도건설(60억원) △반도홀딩스(52억원) △퍼시픽산업(48억원) △반도종합건설(3억원) △퍼시픽개발(2억원) 등이다. 특히 이중 사위가 소유한 퍼시픽산업과 퍼시픽개발은 최근 몇 년 째 매출이 전혀 없었다. 퍼시픽산업은 권홍사 회장의 장녀 권보라 씨의 남편인 신동철 반도홀딩스 이사가 지분 98.86%, 권보라 씨가 지분 0.14%를 보유하고 있다.

또한 이번 조사에서 가장 많은 계열사가 총수일가에 돈을 빌려준 곳은 BS로 나타났다. 

BS는 11개 계열사가 지난해 총수일가에 158억원을 빌려줬다. 계열사별 자금대여 액은 △코리아디앤아이(60억원) △비에스한양(40억원) △파인자산관리(28억원) △아이월드(14억원) △청봉산업(7억원) △라데빵스(5억원) △와이즈앤트(1억원) △동화기술(1억원) △한양글로벌디앤이(6400만원) △서울카멜(6400만원) △유토션(4300만원) 등이다. 이중 총수일가 회사는 코리아디앤아이, 와이즈앤트, 유토션, 한양글로벌디앤이, 동화기술, 청봉산업 등 6곳이다. 코리아디앤아이는 이기승 보성그룹 회장의 장남인 이현섭 비에스산업 이사가 지분 70%를 보유한 오너 2세 회사다. 와이즈앤트, 유토션, 한양글로벌디앤이는 이기승 회장의 동생인 이점식 씨가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다. 청봉산업, 동화기술은 이기승 회장 인척인 김진희 씨가 각각 지분 30.04%, 24.96%를 보유하고 있다.

이외에도 △아이에스지주(145억원) △소노인터내셔널(134억원) △파라다이스(50억원) △사조(45억원) △엠디엠(26억원) △대방건설(5억원) △대광(4억원) △농심(1억6400만원) △중흥건설(1억5000만원) △대신(7500만원) △카카오(300만원) 등이 오너 일가에 자금을 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 진단을 대상으로 한 이번 조사에서 두드러진 특징은 가족법인 간 거래내역이 많다는 점이었다. 

가족법인은 자금 출처 소명과 조달·상환 용이성 등으로 주목 받고 있다. 한 예로 가족법인을 활용하면 자녀에게 개인 간 거래보다 높은 한도로 증여세 없이 무상 대여할 수 있다. 

부모와 자녀가 개인 간 거래로 돈을 빌려주면 이자가 연 1000만원(이자율 4.6%)이 넘어가면 증여세가 부과되기 때문에, 약 2억1700만원까지 증여세 없이 빌려줄 수 있다. 반면, 법인은 연 이자 1억원까지 증여세를 부과하지 않기 때문에, 실제 21억7000만원까지 증여세 없이 무상 대여가 가능하다. 자녀들은 부모가 법인에 대여한 자금을 다시 대출 받을 수 있고 이를 통해 부동산 등에 투자할 수 있다.

또한 가족법인의 지분을 보유한 자녀가 투자 시 필요한 개인 대출 한도가 부족할 경우 가족법인으로부터 자금을 빌려 자금 출처를 쉽게 마련할 수 있다. 가족법인을 통해 자금을 빌리면 금액의 한도가 없고, 상환 기간을 법인과의 계약에 따라 잡으면 되기 때문에 장기간 빌릴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권오현 숭의여대 세무회계과 교수는 “가족법인으로부터 돈을 빌리면 번거로운 절차가 많이 생략된다”며 “한도도 없고 개인 신용도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며 대출기간도 길게 연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재우 세무법인 다은 대표 세무사는 “가족법인으로부터 자금을 빌리면 은행 대출과 비교해 절차가 쉽다”며 “담보 제공을 안 해도 되고 상환도 쉽고 중도상환수수료도 붙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자금을 대여한 회사 입장에서 보면 세무적으로 불이익이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특수관계자가 빌려간 금액이 가지급금으로 처리되는 경우 법인세 부담이 증가하는 문제가 있다. 가지급금은 법인에서 현금 지출이 있었지만 거래 내용이 불분명한 경우 발생한다. 차입금이 있는 법인이라면 차입금에 대한 지급이자 중 가지급금의 비율만큼 비용 처리할 수 없어서 법인세가 추가된다. 또 누적된 가지급금에 대해 인정 이자율 4.6%를 부담시키고, 이를 실제로 받은 것으로 보아 이자수익으로 처리하기 때문에 법인세가 늘어날 수 있다. 이밖에 가지급금은 기업 신용평가 시 감점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윤선 기자 / yskk@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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