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금된 한국인 ‘자진 출국’ 관련 행정 절차 진행
정부·산업계, 직원들 석방 위해 ‘원팀’으로 협력
이르면 금주 귀국…미국으로 인력 재파견 고민
미국 진출 다수 기업들 비자 문제 재점검 계기

미국 조지아주 서배너 브라이언 카운티에서 벌어진 한국 근로자 구금 사태가 일단락되는 분위기다. 우리나라는 미국과 조율을 통해 자진 출국 형태로 귀국하는 방안을 최우선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다만, 트럼프 1기보다 더 엄격해진 불법 체류자 고용 정책은 미국에 진출하거나, 진출한 기업의 고민거리로 남을 전망이다.
8일 미국의 이민세관단속국(ICE)에 의해 구금된 우리 국민 300여명을 귀국 시키기 위한 막판 조율이 끝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로서 불법 체류에 따른 강제 추방이 아닌 자진 출국 형태가 유력하다.
이번 사태가 조속히 마무리될 것이라는 기대감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에서도 감지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인 무더기 구금 사태로 한미 관계가 긴장될 거라고 생각하느냐는 질의에 “그렇지 않다. 우리는 한국과 매우 좋은 관계를 맺고 있다”고 답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우리나라 전문 인력의 미국 방문에도 활로가 열릴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 이 나라에 배터리에 대해 아는 인력이 없다면, 우리가 그들을 도와 일부 인력을 (미국에) 불러들여 우리 인력이 배터리 제조든 컴퓨터 제조든 선박 건조이든 복잡한 작업을 하도록 훈련시키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이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 단속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ICE홈페이지>
한국인 구금 사태는 지난 5일 미 이민당국이 LG에너지솔루션과 현대자동차의 합작 배터리 공장(HL-GA 배터리회사)에 대한 단속으로 촉발됐다. 미 이민당국이 현장에서 체포한 인원은 총 475명에 달했고, 이중 300명 이상이 한국인으로 파악됐다.
불법 고용 관행 및 중대한 연방 범죄를 명목으로 이뤄진 단속은 군사 작전을 방불케 한 것으로 전해진다. 공장 근처로 헬리콥터, 군용 차량과 다수의 차량들이 현장을 급습했고 수백대의 차량이 동원돼 합작공장을 수색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현지 공장으로 출장 간 LG에너지솔루션 회사 직원들도 함께 체포되면서 상황은 더욱 긴박하게 흘러 가기 시작했다. LG에너지솔루션 회사 직원은 총 47명으로, 한국 국적이 46명, 인도네시아 국적 인원이 1명으로 알려졌다.
LG에너지솔루션은 사건이 발생한 다음날(6일) 구금된 직원의 조속한 해제를 위해 전사적 노력에 나섰다. 우선 비상연락망을 통해 구금자 가족에게 정기복용 약품 등을 파악해 필요 의약품이 구금자에게 전달했다.
이후 김기수 CHO(최고인사책임자)를 현장으로 긴급 파견을 보내면서 사태 수습을 보냈다. 그리고 사태가 해소되기 전까지 추가적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고객 미팅 등을 제외한 미국 출장을 전면 중단했다. 현재 출장자는 업무 현황 등을 고려해 즉시 귀국 또는 숙소 대기를 지시한 상태다.

LG에너지솔루션 미시간 홀랜드 공장 전경. <사진=LG에너지솔루션>
우리 국민이 단속에 휘말리면서 외교부를 비롯한 우리 정부도 총력 지원에 나섰다. 외교부는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재외국민보호대책본부 본부-공관 합동대책회의를 열고 영사조력 방안 등 향후 대책을 논의했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미국의 법 집행 과정에서 우리 대미 투자 기업의 경제 활동과 우리 국민의 권익이 부당하게 침해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해당 회의는 외교부 1차관과 2차관, 재외국민보호·영사 정부대표 등 관련 실국장, 그리고 주미국대사관과 주애틀랜타총영사관 관계자가 참석했다.
이후 이들은 미 국무부 정무차관의 요청으로 통화를 진행했다. 해당 통화에서 미 당국에 의해 구금된 우리 국민 3백여 명 관련 상황을 상세 설명하고, 국무부의 각별한 협조를 당부했다.
박윤주 제1차관은 우리 국민의 체포 장면을 공개한 데 대해 유감을 표명하고 사안의 공정하고 신속한 해결을 위해 국무부 차원에서도 적극 나서줄 것을 거듭 강조했다.
이 과정에서 우리 정부와 LG에너지솔루션 등 산업계가 노력한 결과, 구금된 한국인의 석방 교섭이 마무리됐다. 미 이민당국에서 요구하는 적법한 비자를 갖추지 못한 현실적인 부분을 적극적으로 소명한 결과다. 이에 이르면 이번주 중으로 전세기를 통해 귀국할 예정이다.

LG에너지솔루션과 현대자동차의 인도네시아 합작 배터리 공장 HLI그린파워 전경. <사진=LG에너지솔루션>
이번 사태로 LG에너지솔루션 임직원들은 주말도 반납하고 구금 사태 수습에 나섰다. 이번주도 석방을 위한 행정 절차 지원에 역량을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근본적으로 구금 사태를 일으킨 비자 문제가 해소되지 않으면 사업 추진에도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단속이 이뤄진 현대자동차의 합작 배터리 공장은 외관 공사를 마치고, 배터리 생산 준비 단계에 접어든 상태다. 생산 준비 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수율(완성품 중 양품 비율)을 높이는 것이다. 배터리 수율을 잡는 것은 오랜 경험과 노하우 등이 축적되어야 하는 전문 인력의 영역으로 평가받는다.
문제는 이번 사태가 마무리되고 다시 전문 인력을 보내야 하는 LG에너지솔루션 입장에서 비자 문제가 다시 불거질 경우, 현지 공장 건설일정에 차질이 불가피 하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인도네시아에 건설한 현대차 합작법인 HLI그린파워를 가동 한 달만에 수율 90% 이상을 달성한 바 있다. 비자가 국가별로 차등 발급되면 LG에너지솔루션의 글로벌 인재를 적재적소에 활용하지 못하는 상황이 닥칠 수 있다.
이번 구금 사태로 자진 출국이 더욱 중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만약 추방 기록이 남으면 몇년간 미국 재입국에 불이익을 받는다. 이는 전문 인력을 적기에 보내지 못하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구금된 분들의 ‘조속한 석방’을 위해 전방위적 노력을 진행 중이다”며 “정부에서도 총력으로 대응해 주고 있는 만큼 신속하고 안전한 복귀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박대한 기자 / dayhan@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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