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직접환급 세액공제, 2년째 ‘제자리’…정부 “배터리 경쟁력 강화방안, 이르면 이달 발표”

시간 입력 2025-09-23 16:31:35 시간 수정 2025-09-23 16:3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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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환급 세액공제 등 배터리 지원 정책 토론회 개최
국가 간 경쟁으로 격화한 배터리 산업…“마중물 절실”
통상 우려 최소화 위해 직접환급 설계 단계 점검해야
산업부·기재부 “배터리 산업 경쟁력 확보 지원할 것”

김세호 LG경영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이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글로벌 배터리 시장 변화와 K배터리 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한 국회토론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박대한 기자>

국내 배터리 업계의 직접환급 문제가 2년이 지나도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그 사이 세계 1위를 기록했던 국내 배터리 점유율은 중국과 일본 등에게 빼앗기고 있는 양상이다. 미래 성장 산업으로 꼽히는 배터리 산업이 기업 간 경쟁에서 국가 간 경쟁으로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 차원에서 적기에 지원정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글로벌 배터리 시장 변화와 K배터리 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한 국회토론회’가 개최됐다.

이날 토론회는 한국판 인플레이션감축법(IRA)로 불리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발의한 이연희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한국배터리산업협회가 주최했다. 업계에서도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배터리 제조사부터 에코프로, WCP 등 배터리 소재사까지 국내 배터리 밸류체인을 맡고 있는 기업들이 대거 참석했다.

토론회에서는 관·산·학·연으로부터 필요성을 인정받고 있는 직접환급 제도의 필요성과 정책 설계를 중점적으로 이야기했다.

김세호 LG경영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주제발표를 통해 “지난 2010년대 초반까지는 한국과 일본이 평평한 운동장에서 기업들이 각자의 개인기로 경쟁했지만 지금은 국가의 개입 등으로 판도가 바뀐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 수석연구원은 중국이 제조업 부흥을 위해 추진한 ‘중국제조 2025’를 선언한 지난 2015년을 전환점으로 꼽았다. 당시 중국은 국가 전략 수립을 통해 ‘NEW 보조금’, ‘산업제한 및 우대 목록’ 등대규모 정부 보조금과 세제혜택, 금융 지원을 단행했다.

이후 한국 배터리 기업의 시장 점유율은 지난 2011년 44%에서 2024년 19%로 큰 폭으로 하락했고, 지난 2011년 순위에도 없었던 중국 배터리 기업 점유율은 지난 2024년 시장 점유율 50%를 웃도는 수준으로 치솟았다.

김 수석연구원은 “지금 중국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로봇, AI 기업들 대부분이 2014~2016년 중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원에 나선 업체들이다”며 “당시 중국 정부가 쏟아부은 막대한 보조금이 기업 뿐만 아니라 관련 산업 생태계를 구축해 낸 것이다”고 분석했다.

우리나라가 중국과 같이 막대한 자금을 쏟을 수 없지만 최소한 기업의 투자가 원활하게 이뤄진 마중물은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온다. 그것이 바로 직접환급 세액공제다.

직접환급 세액공제는 기업이 납부할 세액보다 세액공제액이 더 큰 경우 초과분을 정부가 현금으로 지급하는 것을 뜻한다. 일례로 100만원을 세액공제 받았고 20만원이 남았다면 기업은 20만원에 대해서 바로 현금으로 환급받는 것이다.

김 수석연구원은 “초기 투자 비용이 큰 배터리 산업 특성상 이미 국내 배터리 업체들은 채무 부담이 큰 상황 속에서 현금 부족을 호소하고 있다”며 “대기업은 시장에서 추가적으로 자금을 조달하기에 수월할지 몰라도 소부장, 중소기업 등에게는 직접환급이 현금 유동성 차원에서 절실하다”고 말했다.

안정혜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가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글로벌 배터리 시장 변화와 K배터리 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한 국회토론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박대한 기자>

배터리 산업에 대한 정부 지원이 통상 마찰로 확대될 가능성도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안정혜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직접환급 세액공제 필요성 및 해외 사례’를 통해 “직접환급 세액공제는 원칙적으로 허용되는 방법이다”며 “우리나라에서 직접환급 세액공제를 추진한다면 우려 사항을 최소화해 설계한다면 통상 마찰 우려가 제한적일 것이다”고 말했다.

미국, 캐나다, 중국, EU 등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보조금, 세액공제를 지급하고 있는 만큼, 우리나라가 직접환급 세액공제를 시행한다고 해서 통상 문제로 번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설명이다.

대신 직접환급 세액공제를 설계하는 단계에서 특정 기업이나 산업에 편중돼 있거나 수출 조건부로 지급되면 WTO 보조금 및 상계조치에 따라 금지보조금, 조치가능보조금으로 분류될 수 있다.

안 변호사는 “금지보조금이나 조치가능보조금으로 지정되면 제재를 받을 수 있지만 직접환급 세액공제 설계 단계에서 주의한다면 통상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며 “글로벌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 속 단순 보조금 지원보다 직접환급 세액공제는 투자 유인 및 공급망 확보 등 정책적 효과가 높은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글로벌 배터리 시장 변화와 K배터리 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한 국회토론회’에서 패널 토론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안정혜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김동현 SK온 팀장, 노명호 삼성SDI 그룹장, 김우섭 LG에너지솔루션 전무, 박재정 산업통상자원부 배터리과 과장, 김우철 서울시립대학교 교수, 현원석 기획재정부 조세특례제도과 사무관, 김병현 WCP 부사장, 최우영 에코프로 실장, 김세호 LG경영연구원 수석연구위원. <사진=박대한 기자>

업계에서도 지지부진한 직접환급 세액공제에 대한 구체적인 방향을 요청했고, 정부도 이번달이나 다음달 중으로 가시적인 내용을 발표할 예정이다.

대규모 투자를 이어온 배터리 3사는 투자를 지속하기 위한 정부 마중물이 절박하다고 촉구했다.

김우섭 LG에너지솔루션 전무는 “다른 산업과의 균형을 유지해야 하는 재정당국 입장에서 어려운 문제일수 있지만, 실제로 직접환급 세액공제 규모가 크지 않을 수 있다”며 “세계 각국에서 배터리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정부 주도로 투자에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세계 최고 수준인 우리나라 배터리 기술 경쟁력을 유지하는 비용이 구체적으로 얼마나 소모되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동현 SK온 팀장도 “지난 2023년 투자세액공제 환급 아젠다를 이야기하고 2년이 지났지만 변화가 없다”며 “현금 유동화 차원에서 몇 백억원도 큰 도움이 되는 상황인 만큼, 직접환급, 제3자 양도 등 다양한 정책적 도움을 고민해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양극재, 분리막 등 배터리 소재를 생산하고 있는 기업들도 생산 세액공제에 대한 시행을 호소했다.

최우영 에코프로 실장은 “기업마다 환경은 다를 수 있지만 이미 대규모 투자를 한 소재 기업을 위해서는 생산 세액공제가 필요하다”며 “여러 정부 부처가 배터리 산업의 성장을 위해 정책을 한방향으로 이끌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병헌 WCP 부사장은 “오창과 충주에 1조2000억원을 투자했고 최근 몇 년 사이에 투자가 크게 늘었다”며 “투자한 금액이 영업이익으로 실현되기까지 몇 년이 걸린는데 생산 세액공제를 통한 직접환금이 이뤄지면 캐시플로우 확보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부도 최대한 지원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박재정 산업통상자원부 배터리과 과장은 “직접환급금과 보조금 중 어떤 게 우리 산업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인지 검토하고 있다”며 “배터리 산업 경쟁력 강화 차원의 발표가 이번달이나 다음달 중으로 계획 중이다”고 말했다. 기획재정부는 한국판 IRA 도입을 위한 ‘국내 생산 기반 확보를 위한 세제 지원 방안 검토’ 정책 용역을 진행 중이다.

[CEO스코어데일리 / 박대한 기자 / dayhan@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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