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에서 출발한 중흥, 40년 만에 전국구 건설그룹으로
‘중흥S-클래스’로 전국 브랜드 성장 가속화… 세종 완판으로 중견 건설사 반열
남도일보·헤럴드 인수로 비건설 영역 확대
대우건설 인수로 ‘호남 재벌 1위’ 등극, 금호와 세대교체

[편집자주] 호남 재계는 금호의 몰락과 중흥의 부상 이후 새로운 변곡점을 맞고 있다. 호반그룹이 대한항공 지주사인 한진칼 지분을 꾸준히 매입하며 자산 70조원대 대기업으로의 도약을 모색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단순한 인수합병을 넘어, 지역 기반 기업이 한국 재계 판도와 국가 기간산업에 도전하는 상징적 사건으로 평가되고 있다. 본지는 금호에서 중흥, 그리고 호반으로 이어지는 호남 재벌 계보의 변천사를 살펴보고, 한진칼 인수가 현실화될 경우 호반이 맞이할 기회와 리스크를 짚어본다.
택시 2대에서 시작해 타이어·건설·항공·물류까지 아우르며 재계 7위, 자산 40조원 규모로 성장한 금호아시아나그룹. 호남을 대표하는 종합 대기업이자 지역민의 자부심이었던 이 그룹은 이제 대부분의 핵심 계열사를 매각한 채 과거의 영광만을 간직하고 있다. 이제 그 자리를 대신할 호남의 새로운 맹주들이 급부상하고 있다. 호남의 새 대표그룹 중에 하나가 바로 광주 지방 건설사에서 출발해 40년 만에 자산 26조원, 국내 20위 규모의 대기업 집단으로 도약한 중흥그룹이다.
◇광주를 지킨 40년, 중흥의 출발
금호아시아나가 무리한 확장과 내부 갈등으로 흔들리던 시기, 광주의 한 지방 건설사는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가며 성장을 이어왔다. 1943년생 정창선 회장이 지난 1983년 광주에서 설립한 합자회사 중흥주택, 이것이 바로 호남의 새 대표주자로 부상한 중흥그룹의 출발이었다.
1989년 금남주택건설(주)을 세우고 중흥건설로 상호를 변경한 당시만 해도 중흥은 소규모 민간주택을 짓는 지역 건설사 중 하나에 불과했다. 동향 건설사인 호반건설과 우미건설이 본사를 서울·수도권으로 옮기며 확장에 나서던 것과 달리, 중흥은 그때까지만 해도 여전히 광주에 본사를 둔 지역 연고 건설사였다.
그러나 중흥그룹은 1990년대 들어 중흥종합건설과 세흥건설을 세우며 건설업을 강화하는 동시에 중흥파이낸스, 중흥정보통신 설립 등 사업 다각화에 나섰다. 금호그룹이 타이어와 화학, 항공으로 전국구 재벌 이미지를 구축하던 시절, 중흥은 묵묵히 호남 건설사로 자리를 굳히면서 조심스럽게 사업확장에 나선 것이다.
◇S-클래스, 세종시 그리고 전국구 도약
2000년대 들어 중흥그룹은 광주 지역건설사에서 벗어나 수도권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며 주택·건설·토목 분야에 걸쳐 30여 개 계열사를 거느린 중견그룹으로 성장한다. 전국적 인지도를 높인 브랜드 '중흥S-클래스'는 2001년 전남 순천 금당지구 첫 분양에서 출발해 전국 각지로 확장됐다.
특히 중흥그룹이 전국 단위의 건설사로 올라선 결정적 전환점은 세종특별자치시 공공택지사업이었다. 많은 건설사들이 참여를 포기하던 상황에서 중흥그룹은 과감히 입찰에 뛰어들었고, 단일 브랜드로는 최대 규모인 12개 단지, 1만3000여 가구의 아파트를 공급했다. 모든 물량이 분양에 성공하며 중흥은 중견 건설사로 확고히 도약했다. 이를 발판으로 중흥건설은 2011년 시공능력평가 94위를 기록하며 100대 건설사 반열에 진입했다. 금호그룹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대우건설과 대한통운을 손절하며 휘청이던 바로 그 시기, 중흥은 전국 단위의 건설업체로 착실히 입지를 넓혀가기 시작한 것이다.

◇시공능력 5위 대우건설 인수…언론사·건설사까지 과감한 인수
중흥의 야심은 건설업에 그치지 않았다. 2017년 광주 지역 언론사 남도일보를 인수한 데 이어, 2019년에는 중앙 언론사 헤럴드미디어(헤럴드경제·코리아헤럴드)의 경영권까지 손에 넣었다. 지역 건설사가 중앙 언론사를 인수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었다.
그리고 2021년, 중흥그룹은 결정타를 날렸다. 국내 5대 건설사 중 하나인 대우건설을 인수한 것이다. 당시 대우건설은 시공능력평가 5위의 메이저 건설사인데 반해, 중흥그룹은 중흥토건 17위, 중흥건설 40위로 중견 건설사 딱지를 떼지 못하고 있었다. 말 그대로 '새우가 고래를 삼킨' 인수였다.
공교롭게도 대우건설은 같은 동향 기업인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인수했지만, 유동성 위기 속에 혹독한 수업료를 내고 다시 손절할 수 밖에 없었던 기업이었다. 금호가 2006년 6조4000억원을 들여 인수했다, 2010년 매각한 대우건설을, 이번에는 광주의 지방 건설사 중흥이 품은 것이다. 대우건설 인수로 중흥그룹의 자산 규모는 26조원대로 급증했다.
◇금호아시아나 저물고 중흥·호반 호남의 새 맹주 부상
대우건설을 인수한 중흥은 명실상부 호남 재계의 최 정점에 올라섰다. 금호아시아나가 무리한 확장과 과도한 차입, 내부 갈등으로 추락한 자리를, 중흥은 40년간 묵묵히 쌓아 올린 사업기반과 과감하면서도 계산된 인수합병으로 채웠다. 본사를 광주에 둔 채 지역에 뿌리를 내리면서도, 때를 기다려 과감한 기업확장으로 결단을 내리는 전략. 바로 이것이 호남의 새로운 맹주로 부상힌 중흥그룹이 걸어온 길이다.
금호-중흥으로 이어지는 호남 재계의 계보는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택시 2대로 시작해 하늘(아시아나)을 날았던 금호의 시대가 저물고, 광주의 작은 건설사에서 출발해 대우건설까지 품은 중흥의 시대가 새로 열렸다면, 이제는 또 다른 호남 출신 기업인 ‘호반’이 새로운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CEO스코어데일리 / 박소연 기자 / soyeon0601@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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