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반, 광주 건설사서 전국구 그룹으로 성장…레저·유통·에너지로 영역 확장
아시아나항공 인수한 한진칼 지분 매입…경영권 분쟁 점화
한진-LS 연합과 ‘맞대결’…LS와는 대한전선 놓고 각축전
다윗과 골리앗 대결…인수시 자산 75조·재계 11위 부상
항공경험 전무·무리한 사업확장, 리스크 커…“단순 투자목적” 선긋기

[편집자주] 호남을 기반으로 한 기업들은 금호의 몰락과 중흥의 부상 이후 새로운 변곡점을 맞고 있다. 금호에 이어 호남의 신흥 대표기업으로 부상한 호반그룹이 대한항공 지주사인 한진칼 지분을 꾸준히 매입하며 자산 70조원대 대기업으로 도약을 모색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개별 기업의 단순한 기업 인수합병을 넘어, 특정 지역을 기반으로 한 대표 기업이 한국 재계의 구도와 국가 기간산업의 판도를 바꾸는 상징적 사건으로 평가되고 있다. 본지에서는 금호에서 중흥, 그리고 호반으로 이어지는 호남 대표기업의 변천사를 살펴보고, 특히 한진칼 인수에 나서고 있는 호반의 기회와 리스크도 짚어 보고자 한다.
호남 재계의 판도가 다시 요동치고 있다. 특히 호남의 지역 건설사로 출발한 호반그룹이 과거 호남의 맹주이던 금호의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한 대한항공 지주사 한진칼 지분을 잇달아 매입하며 경영권 분쟁의 중심에 섰기 때문이다. 재계에서는 호반의 한진칼 인수 시도가 개별 기업의 단순한 투자 차원이 아니라, 호남 재벌가의 명맥을 잇는 ‘계승전’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 호반, 지역 건설사에서 전국구 그룹으로…레저·유통·전선 등 사업다각화
호반그룹의 출발은 과거 1989년 여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광주광역시의 한 건설회사에서 일하던 호반 창업주 김상열 회장은 그의 생일을 맞은 그해 7월, 자본금 1억 원으로 호반건설을 설립했다. 김 회장은 1961년 7월 전라남도 보성군에서 태어났다.
설립 초반 광주 지역 임대주택으로 주택 사업을 시작한 호반은 1990년대 지방 아파트 붐을 타고 급 성장했고, 2000년대 들어서는 수도권으로 사업을 확장하며 양적 성장을 거듭했다. 또한 2015년부터는 도시정비사업에 진출해 재건축 사업을 수주했고, 같은 해 본사를 기존 광주 쌍촌동에서 서울 강남구 역삼동으로 옮기면서 전국구 건설사 입지를 굳혔다.
호반은 주력인 건설·부동산 개발 뿐만 아니라 레저, 유통, 전선, 신재생에너지 등으로 사업을 다각화 하고 나섰다. 지난 2024년말 기준 자산총액은 약 17조 원으로 공정거래위원회 지정 대규모기업집단(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및 공시대상기업집단) 중 35위에 랭크돼 있다.
◇ 대한항공 지분 매입으로 불붙은 경영권 분쟁…한진칼, LS와 연대 ‘맞불’
최근 호반이 재계의 주목을 받는 이유는 대한항공의 최대주주인 한진칼 지분을 2022년부터 잇달아 매입해 2대 주주로 등극 하면서, 경영권 분쟁의 불씨를 지폈기 때문이다.
지난 5월 기준 호반, 호반건설, 호반호텔앤리조트 등 호반그룹 3개 계열사가 보유한 한진칼 지분은 18.46%(1232만1774주)에 달한다. 이는 조원태 한진 회장(지분율 5.78%)과 특수관계인(자사주포함)이 보유한 한진칼 지분율 20.62%와 2.16%p 차이에 불과하다. 한진 측 우호지분으로 분류되는 델타항공(14.90%)의 지분까지 합치면 30%를 넘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 회장 일가의 직접적인 보유 지분율이 낮은 것이 약점으로 꼽히면서, 호반그룹의 한진칼 인수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호반이 한진칼 지분을 확대하자 한진 측은 흑기사 역할을 하는 LS그룹과 곧바로 전략적 제휴를 체결하며, 강력한 방어망 구축에 나섰다. 한진과 LS그룹은 경영협력과 함께 지분교환을 통해 호반에 맞서 방어 전선을 구축한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호반과 한진칼의 흑기사로 나선 LS가 이미 케이블 사업자인 대한전선을 놓고 경쟁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호반은 앞서 지난 2021년 대한전선을 인수하면서, 전력·해저케이블 사업에 진출한 바 있다. 특히 대한전선은 LS그룹 계열사인 LS전선과 충돌하면서, 결국 특허 침해 소송까지 벌이기도 했다.

◇ 호반, LS 지분 매입으로 견제 나서…전북 기반 ‘하림’도 동참
호반은 올해 초부터는 LS 지분 매입에도 나서, 최근 LS 지분보유 비율이 3%를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호반 측은 이에 대해 ‘단순 투자 목적’이라고 밝혔지만, 시장에서는 한진과 그 흑기사인 LS를 동시에 견제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시각도 있다. 특히, 상법상 발행주식총수의 3% 이상을 확보하면 임시 주주총회 소집권과 회계장부 열람권 등이 주어지는 만큼 호반의 LS 지분 3% 매입은 더 주목을 받고 있다.
여기에 전북 익산에 본사를 둔 하림그룹 팬오션이 LS 지분 인수에 나서면서, 호남 지역을 기반으로 한 호반과 하림 진영과 한진칼·LS 진영간 경영권 분쟁으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팬오션은 지난 5월 LS 지분 0.24%(보통주 7만6184주)를 123억 원에 취득하며, 사실상 호반을 지원하는 모양새다. 하림그룹은 전북 익산 출신인 김홍국 회장이 설립한 곳이다.
◇ “다윗과 골리앗 싸움”… 호반, 한진칼 인수시 자산 75조 원, 재계 11위 부상
시장에서는 호반이 자산규모가 더 큰 한진칼과의 경영권 분쟁 대결을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만약 호반이 골리앗인 한진칼의 최대주주가 될 경우, 그 파급력은 엄청날 전망이다.
2024년 결산 기준 호반의 자산총액은 17조 원, 한진은 58조 원으로 이를 단순 합산하면 총 75조 원으로 불어난다. 결국 호반으로서는 한진의 경영권확보시, 자산총액이 약 4.4배 늘어나며, 현재 재계 순위 35위에서 재계 10위인 GS(자산규모 79조원)에 이어 11위로 올라서게 된다.
과거 호남을 대표해 온 금호아시아나에 이어 신흥 호남 재벌인 호반이 10여년 만에 국내 재계 중심 무대로 복귀하는 사건이 될 수 있다. 과거 호남 1위 재벌이던 금호아시아나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지정일 기준 2007년부터 2010년까지 자산총액에서 한진을 앞섰지만, 이후 대우건설·대한통운 등 무리한 인수합병으로 쇠퇴하면서 한진에게 밀린 바 있다.
◇ 항공업 경험 전무, 재무 건전성 큰 과제… 호반측 “지분인수 단순 투자목적” 선긋기
재계에서는 호반이 대한항공을 품게 된다면 주력인 건설업에서 글로벌 운송, 물류 시장으로 사업확장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호반이 보유한 건설·부동산 자산과 항공 인프라가 결합되면서 공항 복합단지 개발, 항공물류 도시, 관광 인프라 확장 등 다양한 시너지도 기대된다. 이는 호반의 기존 주택 중심 모델을 넘어선 ‘도시형 인프라 그룹’으로의 전환점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같은 시너지 뿐만 아니라 자산규모가 몇 배에 달하는 골리앗을 인수하는 데 따르는 리스크도 커 보인다.
무엇보다 항공 산업 경영 경험이 전무하다는 것이 가장 큰 약점이다. 항공업은 유가, 환율, 노사관계 등 외부 변수에 민감한 고위험 산업으로, 전문 경영 노하우가 필수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자산가치가 갑자기 70조 원 이상으로 급팽창할 경우, 그룹의 재무 건전성과 인수 이후의 지배구조 개편도 큰 과제다. 자칫 무리한 차입경영이나 외부 자금 운용 실패는 그룹 전체의 치명적인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호반 측은 한진칼 지분인수에 대해, 경영권 확보를 위한 것이 아니라 단순 투자목적 이라고 선을 그었다. 호반 관계자는 “2021년도에 KCGI로부터 한진칼 지분 인수할 때는 한진 측에 우호적인 '백기사'로서 들어갔던 것”이라 면서 “이후 지분을 인수한 것도 인수가 목적이 아닌 단순 투자 목적”이라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윤선 기자 / yskk@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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