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기업 부실 확대…4대 은행 모두 무수익여신 증가
기업부문이 전체 증가 견인…경기악화 장기화 영향
생산적 금융 확대 요구 vs 건전성 관리 ‘줄타기’ 요구

국내 4대 시중은행의 무수익여신 잔액이 1년 새 1조원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와 기업 부문 모두 부실이 동반 확대되면서 은행들의 건전성 부담이 커졌고, 정부가 올해 핵심 정책 기조로 강조하는 ‘생산적 금융’ 확대에도 단기적 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은행의 무수익여신 잔액은 올해 3분기 말 기준 총 4조1994억원으로 전년 동기 보다 32.2%(1조226억원) 증가했다.
은행별로 보면 국민은행의 무수익여신은 1조266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1.6% 증가했다. 같은 기간 신한은행은 7145억원에서 9832억원으로 37.6% 늘었고, 하나은행은 9289억원에서 1조1305억원으로 21.7% 증가했다. 우리은행은 43.4% 늘어난 8189억원으로 증가율이 가장 컸다.
금리 인하기에 접어들었음에도 시작됐음에도 부실이 확대됐다는 점은 우려 사항이다. 가계 부문은 자영업자와 다중채무자 등 취약 차주의 상환 여력이 악화했고, 기업부문은 중소·중견기업의 업황 부진이 장기간 누적된 영향이 지속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기업 무수익여신이 전체 증가세를 주도했다. 관련 사항을 공시하지 않은 신한은행을 제외한 은행 3곳의 기업 무수익여신 규모는 2조2237억원으로 전년 대비 32.5% 증가했다. 가계 무수익여신도 7841억원에서 9924억원으로 26.6% 증가해 개선 흐름으로 돌아서지 못했다.
무수익여신 비율도 동시에 상승했다. KB국민은행은 0.24%에서 0.31%로 0.07%포인트, 신한은행은 0.20%에서 0.26%로 0.06%포인트 상승했다.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은 0.31%, 0.25%로 0.04%포인트, 0.08%포인트 각각 올랐다. 이는 은행들이 대출 규모를 일정 수준 확대했음에도 무수익여신이 더 빠르게 쌓이면서 건전성 부담이 점차 커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 같은 흐름은 정부가 강조하는 생산적 금융 확대 기조와도 맞물리며 새로운 과제를 던진다. 정부는 올해 기술·중소기업 지원과 수익 구조 대전환을 은행권의 핵심 역할로 규정했으며, 은행들 역시 중소기업 대출을 중심으로 공급 확대 의지를 보여왔다.
실제로 한국은행 대출행태서베이에서 은행들은 올해 4분기 기업대출 태도 전망치를 대기업 +6, 중소기업 +3으로 응답하며 완화 흐름을 예고했다. 대출수요 전망 역시 대기업 +11, 중소기업 +19로 증가세가 이어질 것으로 나타나 정책 방향과 시장 수요 모두 기업대출 확대로 향하고 있다.
그러나 무수익여신 증가로 자산건전성 부담이 커지며 은행들의 완화 기조가 실제 대출 집행으로 이어지는 데 제약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기업·가계의 신용위험이 모두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연체가 더 확대될 경우 대손비용 증가 압력이 커지면서 은행의 리스크 관리 여력이 빠르게 소진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대출행태서베이에서도 신용위험 전망이 대기업 +11, 중소기업 +28 등으로 나타나 전 부문에서 경계감이 지속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부실채권 확대는 은행의 리스크 기준을 보수적으로 만들 수밖에 없기 때문에, 정책 방향과 달리 업종별 심사 강화, 취약업종 신규 취급 조정 등 ‘선별적 완화’ 양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생산적 금융은 올해 은행권의 가장 중요한 정책 과제지만, 건전성이 약화하는 구간에서는 동일한 속도로 기업대출을 확대하기 어렵다”며 “정책적 요구와 리스크 관리라는 두 과제를 동시에 충족해야 하는 상황이 은행들에게 딜레마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기율 기자 / hkps099@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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