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실손 독립손해사정사 선임 ‘사실상 제로’…“손해율 낮추는 제도로 변질 안돼”

시간 입력 2025-11-21 17:13:49 시간 수정 2025-11-21 17: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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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백내장 부지급 사례로 본 실손보험 현실과 개선방향’ 국회토론회
민병진 전 부회장 “의료자문의 실명 공개해 투명성 높여야…기울어진 운동장”

21일 국회 도서관에서 열린 ‘백내장 부지급 사례로 본 실손보험 현실과 개선방향’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사진=백종훈 기자>

실손의료보험(이하 실손)과 관련한 손해사정의 현실과 어려움에 대한 견해가 제시됐다. 손해사정은 ‘보험사고에 따른 손해액 및 보험금'을 산정하는 일련의 과정이다. 보험사와 보험계약자, 소비자 등에게 산정된 보험금 구조를 설명하고 조정하는 게 본연의 역할이다.

민병진 한국손해사정사회 전 부회장은 21일 국회 도서관에서 열린 ‘백내장 부지급 사례로 본 실손 현실과 개선방향' 토론회에서 “실손 손해사정업무의 처리유형은 소비자의 손해사정사 선임권, 선임권과 관련없이 독립손해사정사를 선임하는 방법, 보험사 자회사나 위탁손해사정사에 의해 처리하는 방법 등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소비자의 손해사정사 선임에 의해 독립손해사정사가 손해사정을 한다고 해도 그 범위가 조사업무로 상당히 제한돼 있다”며 “실질적으로는 보험사가 보험금 지급 결정권한을 갖고 있는데 소비자에게 선임의 우선권이 있음에도 제대로 홍보가 되지 않아 선임 우선권 활용율을 지난해 기준 0.00001%에 불과하다”고 부연했다.

민 전 부회장은 “선임권과 관련없이 독립손해사정사를 선임해도 실손 처리에 대해 독립손해사정들은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어 수임을 꺼려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손해사정서에 주치의 소견이나 기존 판례, 손해사정 의견을 제시해도 보험사는 해당 처리절차를 무시하거나 의료자문 내부통제기준에 의한 의료자문을 시행해 보험금 지급거절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는 경우가 다반사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보험사 자회사나 위탁손해사정사에 의해 처리하는 방법을 택한다고 해도 보험금 지급은 결국 보험사 결정에 의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위탁손해사정사는 보험사와 보험계약자, 소비자 사이에서 균형을 잡기 어렵다”며 “보험사는 제출된 손해사정서가 부당하다는 명백한 반증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지체없이 보험금을 심사하고 지급해야 하지만 보험사는 위 절차에 따라 제대로 이행을 하고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민 전 부회장은 실손 손해사정에 있어서의 주된 문제점을 △손해사정업무처리절차의 문제 △의료자문 남용과 제도의 문제 △독립손해사정사를 활용한 선임비율이 너무 낮은 문제 △보험사기 예방 모범규준 및 보험사기방지특별법의 문제 등으로 나눴다.

21일 국회 도서관에서 열린 ‘백내장 부지급 사례로 본 실손보험 현실과 개선방향’ 토론회에서 민병진 한국손해사정사회 전 부회장이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백종훈 기자>

그에 따르면 실손 손해사정업무처리절차에 있어 보험업감독규정에 명시된 ‘지체없이 보험금을 심사 및 지급해야 한다'는 문구가 추상적인 데다가 절차 위반에 따른 처벌기준이 없어 보험사 입장에서 실효성이나 구속력이 전혀 없다. 이에 따라 보험금 지급에 있어서 손해사정사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고 있다.

보험사는 보험금 지급 단계에서 의학적 판단을 이유로 의료자문을 무조건 요청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모두 보험사 주도로 이뤄진다는 점이며 보험사에 유리한 판단이 반복돼 보험금 지급거절 사유로 활용되는 사례가 빈번하다는 것이다. 주치의가 소견을 거부해 의료자문을 시행하는 경우에도 의료자문 의사명이 비공개로 돼 있어 신뢰성에 문제가 많다. 그는 현재의 의료자문 형태를 ‘보험사에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봤다.

보험사에 고용돼 있지 않고 보험금 및 손해액을 중립적이고 객관적으로 산정하는 독립손해사정사를 활용하는 비율이 너무 낮다는 것은 그만큼 소비자 보호와는 거리가 멀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다. 이는 보험사의 독립손해사정사에 대한 불신, 선임비용의 비현실화 등에 기반한다.

보험사기 예방 모범규준에 의해 보험사기로 의심되는 경우 실손 조사대상 선정으로 규정해 소비자가 보험사에 조금이라도 강하게 어필이라도 한다면 보험사는 이를 의심해서 보험사기방지특별법에 의해 수사당국에 수사의뢰해 소비자를 보험사기범으로 내몰고 있는 실정이다. 그럼에도 소비자를 보호할 방안이나 조치는 전무한 상황이다.

이에 민 전 부회장은 “손해사정업무처리기간을 최대 30일 이내라 처리기한 및 절차를 강화하고 이를 위반, 허위, 과장 청구시 보험사와 손해사정사에 대한 제재 및 벌칙규정을 신설해야 할 것”이라며 “의료자문 절차의 투명성을 위해 의료자문의 실명을 공개하고 자문서 원문과 질의사 사본을 소비자에게 공개해야 한다”고 방향을 제시했다.

여기에 “보험계약자가 부담하는 보험료의 일부분인 손해사정비용을 제3 전담기구가 관리하게 함으로써 보험사나 소비자 간섭없이 중립적 위치에서 객관적 손해사정을 가능하게 해 독립성과 객관성, 중립성을 담보해야 할 것”이라며 “소비자 무혐의가 소명된 경우에는 충분한 근거없이 고소와 고발을 남발한 보험사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제정해야 한다”고 더했다.

민 전 부회장은 “보험의 주된 의무는 보험금 지급이다. 보험금이 정당하게 지급되지 않는다면 보험을 가입할 이유가 전혀 없고 실익이 없는 것”이라며 “손해사정사는 소비자의 권익 보호라는 공익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자로서 소비자의 권리 침해를 방어하기 위한 노력이 더욱 중요해지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손해사정이 보험사에서 손해율을 낮추는 제도로 변질되서는 안된다는 측면에서 문제점에 대한 개선방안이 제대로 시행될 때 올바른 손해사정의 기반이 마련될 수 있다”며 “올바른 손해사정의 기반이 마련되면 소비자의 권익을 바로세울 수 있어 보험민원이 감소하게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을 끝맺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서 이윤석 전주대학교 교수는 ‘실손보험 상품(1~2세대)의 문제점과 해소 방안’을 주제로 발표했다. 이태연 대한의사협회 부회장은 ‘실손보험에서의 의료, 현실은?’을 주제로 발료했다. 이후 진행된 토론과 질의응답은 박병언 법무법인 위공 대표변호사가 좌장으로 나서 진행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백종훈 기자 / jhbaek@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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