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은행으로 한정” vs 금융당국 “비은행도 발행 자격 부여”
좁혀지지 않는 발행 주체 의견차…카드사, 관련 논의 ‘일시정지’
“지급결제 주도해 온 카드업계에 가장 먼저 발행 자격 부여해야”
본업인 신용판매 부문의 악화와 대출 규제, 대손비용 부담 등 악화일로의 길을 걷고 있는 카드업계가 수익성을 끌어올릴 새 활로로 스테이블 코인을 주시하고 있다.
여신금융협회 차원에서도 카드업계가 스테이블 코인 발행의 주체가 되기 위해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한국은행과 금융당국 사이 발행 주체에 따른 이견이 계속되고 있어 카드사 차원에서도 본격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7개 전업 카드사(신한·삼성·현대·KB국민·롯데·우리·하나카드)의 올해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총 1조7977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2조1216억원)보다 15.27% 감소한 수준이다.
카드사의 수익성은 나날이 줄어들고 있다. 2012년부터 적용된 적격비용 재산정제도에 따라 본업인 신용판매에서 힘을 잃고, 고금리 장기화에 따라 이자비용 및 대손비용 부담까지 커진 영향이다. 여기에 최근 들어서는 카드론 등 대출 영역 규제까지 이뤄지며 카드사의 수익성은 박스권에 갇혀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신사업 발굴이 절실한 상황에서 카드사의 새로운 활로로 떠오른 것이 스테이블 코인이다. 스테이블 코인이 결제를 대체할 수 있는 수단으로 논의되고 있는 만큼, 이미 지급결제 시장에서 가장 규모와 기술이 앞서 있는 카드사가 주도권을 잡아야 한다는 것이 카드업계의 시선이다.
스테이블 코인 도입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인 만큼, 페이먼트 시장에서 가장 규모가 큰 카드사 차원에서는 주도권을 밀려 버리면 안 된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는 것이 골자다. 특히 수수료 등 수익성 문제보다는 누가 먼저 헤게모니를 가져가느냐의 경쟁 분위기가 더 큰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로 지난 20일 열린 여신전문금융업권 CEO 간담회에서 카드업계는 그간 지급결제시스템을 안정적으로 운영해 온 카드사가 스테이블 코인 등 디지털 자산 생태계에서도 주요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이억원 금융위원장에게 요청하기도 했다.
또 여신금융협회는 지난달 하반기께 9개 카드사와 ‘스테이블코인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지난 8월에는 원화 스테이블코인 상표권을 공동 출원하기도 했다. 스테이블 코인 제도 도입이 본격화되고 있는 만큼, 협회 차원에서 국내 스테이이블코인 시장 인프라 구축 마련에 시동을 건 것이다.
하지만 해당 회의는 한 달여 만에 중지된 것으로 전해진다. 한국은행과 금융당국의 발행 주체에 따른 입장 차이에 따라 관련 제도화가 지지부진하게 이뤄지며 카드업계 차원에서 속도를 낼 수 없다는 것이 골자다.
먼저 한국은행은 △가격 불안정성(디페깅) △빠른 뱅크런 가능성 △예금자보호 부재 △금산분리 원칙 훼손 △자본유출 촉진 △통화정책 효과 약화 △금융중개 기능 저해 등을 원화스테이블코인의 7대 리스크로 제시했다. 이와 함께 소비자 보호 공백 등을 이유로 들며 발행 주체를 은행으로 한정해야 할 것을 고수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은행은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주요 이슈와 대응방안’ 보고서를 통해 “은행이 담당하던 기능이 비은행 부문으로 이전하게 될 경우 시스템 리스크에 대한 취약성이 심화될 가능성이 있다”며 “비은행의 스테이블코인 발행은 비은행에 사실상 지급결제 전문 은행업을 허용해 금융산업 구조 개편에 관한 충분한 논의 없이 금산분리 원칙이 훼손되는 결과가 초래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만약 비은행도 스테이블코인 발행에 참여한다면 단독으로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기보다는 은행권 중심의 컨소시엄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발행하는 방안이 보다 바람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반해 금융당국은 비은행권에도 발행 자격을 부여하는 개방형 구조를 검토 중이다. 한은과 금융당국의 이견이 계속되며 ‘가상자산 2단계 입법안’은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 심의에서 제외되며 연내 법제화가 불가능해진 것은 물론, 카드사 차원에서도 적극적인 움직임이 어려워진 실정이다.
이 가운데 전문가들은 지급결제 시장의 중심에 있는 카드사가 가장 먼저 스테이블 코인을 발행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김상봉 한성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지난 21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한국신용카드학회 컨퍼런스에서 “원화 스테이블 코인의 지급결제 측면에서 지급결제 시장을 주도해 온 카드사가 먼저 참여할 기회를 주고, 카드망에 탑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지급결제 시장의 경쟁구도 변화에 대응한 제도를 설계해야 하며, 가장 기술이 발달해 있고 결제를 관여하는 카드업권이 먼저 원화 스테이블 코인을 발행토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기존의 결제 시스템은 정산 과정이 복잡하고, 그 과정 속에서 1% 이상의 수수료까지 부과됐다”며 “하지만 스테이블 코인의 경우에는 거래 단계가 간단해지기 때문에 수수료가 낮아질 가능성이 있고, 정산이 빠르게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부연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이지원 기자 / easy910@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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