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15년 뒤 잠재성장률 0%대…금융 자원 재분배 돼야”

시간 입력 2025-12-09 17:24:29 시간 수정 2025-12-09 17:2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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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는 자본시장 신뢰도가 중요
생산 부문 기업신용 확대는 국내 장기 성장의 관건
성장·혁신성 높은 중소기업 선별해 집중 지원 필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잠재성장률 제고를 위한 금융의 역할’ 심포지엄에서 축사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한국은행은 ‘잠재성장률 제고를 위한 금융의 역할’을 제시하기 위해 한국금융학회와 공동 정책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 심포지엄은 한정된 금융 자원을 효율적인 곳으로 재분배해 국내 기업의 혁신과 생산성 향상을 도모한다.

9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은 2000년대 초반 5% 수준에서 최근에는 2%를 약간 밑도는 수준까지 떨어진 것으로 보이고, 현재의 추세대로면 2040년대에는 0%대까지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이어 “성장잠재력이 약화되고 있는 것은 급속한 저출생·고령화로 노동 인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이를 완충할 기업의 투자와 생산성 혁신은 미진했기 때문”이라며 “여기에는 자원이 생산성이 높은 부문으로 효율적으로 배분되지 못한 영향도 컸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성장잠재력을 높이기 위한 금융의 방향과 과제를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한다”고 말했다.

조성욱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는 ‘기업의 성장과 혁신을 위한 자본시장 신뢰 제고와 역할 강화’에 대해 발표했다. 조 교수는 미국의 경우 주식 투자시 무위험 자산대비 수익률 프리미엄이 6~8%로 매우 크고 지속적인 반면 한국 주식시장은 장기간 낮은 밸류에이션과 수익률을 보이며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조 교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이유로는 대표적으로 한국 기업의 생산성과 지배구조도 약화를 꼽는다”며 “이는 국내 자본시장이 투자자에게 충분한 신뢰와 투자 매력을 제공하지 않아 국내 투자자들은 부동산이나 해외 자산으로 눈을 돌리게 만드는 요인이 됐고, 결국 코리아 디스크카운트를 야기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투자자들은 가계 자산의 70.5%가 부동산, 18%가 저축, 6.8%가 전월세 보증금이다. 금융자산 운용 시에는 87.3%가 예금, 개인연금 1.7%, 주식 9.8%로 분배된다. 현재는 국내 증시가 활황인데도 개인 투자자들은 미국 주식 투자를 더 활발히 한다. 올해에만 국내 개인 투자자는 289억 달러를 해외 주식에 투자했다.

조 교수는 이 문제가 투자자들이 한국의 자본시장을 신뢰하지 못하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와 맥락상통하는 것이 한국 투자자들은 간접 투자보다 직접 투자가 많다. 조 교수는 “분산 투자와 리스크 관리의 전문가인 펀드 매니저들이나 자산운용사를 투자자들이 믿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조 교수는 한국의 현재 잠재성장률 하락과 저출산·고령화·인구감소 등 인구구조 변화를 겪고 있는 반면 국내 자본시장 약화까지 겹치면 기업의 혁신 투자와 경제 전반의 성장잠재력이 더욱 악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조성욱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는 ‘기업의 성장과 혁신을 위한 자본시장 신뢰 제고와 역할 강화’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조 교수는 “기업 회계·공시의 투명성 제고, 소액투자자 보호 강화, 금융회사 내부통제 및 공정한 감독 집행을 통해 자본시장에 대한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며 “기관투자자·벤처캐피탈과 함께 연기금의 스튜어드십 강화를 포함한 책임 있는 의결권 행사를 통해 혁신·성장 기업에 대한 자본공급과 지배구조 개선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황인도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금융통화연구실장의 발표가 이어졌다. 황 실장은 ‘생산 부문으로의 자금 흐름 전환과 성장 활력’에 대해 제언했다.

황 실장은 1975년부터 2024년까지 43개국 자료를 활용해 분석한 결과, 생산 부문인 기업으로 배분된 신용의 비중이 높을수록 장기 성장률이 뚜렷하게 개선되는 것을 알아냈다고 밝혔다. 특히 중소기업과 고생산성 기업으로 신용이 배분되는 경우에는 성장 효과가 확대됐다.

이 분석 결과를 토대로 시뮬레이션을 실시한 결과, 민간신용(가계+기업신용) 규모가 동일한 상태에서도 가계신용을 GDP 대비 10%포인트 축소하고 이를 기업부문으로 전환할 경우 장기 성장률이 연평균 0.2%포인트 제고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황 실장은 “가계 신용은 가계의 차입 제약을 완화해주고 미래의 소득을 이용해 소비를 할 수 있게 하고 후생을 증대시키는 긍정적인 역할도 있다”면서도 “장기 성장의 관점에서 43개국의 경험에 비추어 평가 시 이런 결과가 나타난다는 점을 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황 실장은 이와 같은 자금 흐름 전환을 통해 경제성장률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비생산-생산 부문 간 금융기관의 대출 인센티브 조정 △중소기업 특화 신용평가 기관 설립 등 객관적 평가 인프라의 구축 △자본 투자를 통한 자금 공급기능 강화 등 정책적 노력 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최기산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우리나라 중소기업 현황과 지원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최 부연구위원은 “우리 경제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고 성장잠재력을 높이기 위해서 중소기업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며 “이에 따라 성장성과 혁신성이 높은 중소기업을 선별해 집중 지원하고, 부실기업은 적시에 퇴출해 경제의 역동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지원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성장을 위한 벤처캐피탈의 과제’를 발제한 김진영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장기 모험자본을 공급하는 벤처캐피탈의 인내자본 기능을 강화해 우리 경제의 혁신역량과 잠재성장률을 높일 수 있도록 제도·시장 환경을 정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CEO스코어데일리 / 이수영 기자 / swim@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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