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쟁부·상무부와 사업 파트너십 구축
내년 착공 시작으로 2029년 美 제련소 가동
현지 거점 마련·자원순환 사업 경쟁력 확보
제3자 배정 시 크루서블 JV ‘캐스팅보트’

고려아연 온산제련소 야간 전경. <사진=고려아연>
고려아연이 미국 정부와 협력해 제련 사업을 확대한다. 이번 대규모 투자를 통해 한국과 미국 간 경제안보를 잇는 가교 역할을 맡게 됐다. 고려아연의 입지가 민간 기업을 넘어 글로벌 공급망을 책임지는 전략기업으로 격상되면서, 수익성을 바탕으로 엑시트(Exit)를 모색해야 하는 MBK파트너스의 셈법도 한층 복잡해졌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미국 전쟁부(국방부) 및 상무부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면서 미국 제련소 구축이라는 초대형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이번 투자는 약 10조원 규모로 운용자금과 금융비용까지 더하면 총 11조원에 달한다. 미국 제련소는 고려아연의 미국 내 종속회사인 ‘크루서블 메탈즈’를 통해 추진할 예정이다.
투자금은 고려아연이 약 8600억원을, 고려아연과 미국 정부 및 미국 내 전략투자자가 출자한 합작법인인 ‘크루서블 JV’를 통해 약 2조8600억원을 조달한다.
나머지 투자금은 미국 정부의 정책금융 지원 및 보조금 프로그램, 재무 투자자 대출 등으로 확보한다. 고려아연은 사업 운영 주체인 크루서블 메탈즈가 미국의 정책금융 지원 대출 및 재무 투자자 대출을 통해 최대 6조9210억원을 확보해 미국 제련소 설립을 추진할 것으로 보고 있다.

고려아연 온산제련소 내부 모습. <사진=고려아연>
고려아연의 미국 제련소는 한미 경제안보 협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글로벌 공급망 다변화에 일조할 것으로 평가받는다.
미국 제련소 건설은 내년 테네시주 클락스빌(Clarksville) 내 부지 조성을 시작으로 건설에 착수한다. 오는 2029년부터 단계적으로 가동·상업 생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고려아연은 미국 제련소가 연간 약 110만톤의 원료를 처리해 54만톤 규모의 최종 제품을 생산할 계획이다. 생산 품목은 총 13개 제품으로 아연·연·동 등 산업용 기초금속을 비롯해 금·은 등 귀금속, 그리고 안티모니, 인듐, 비스무트, 텔루륨, 카드뮴, 팔라듐, 갈륨, 게르마늄 등 핵심 전략광물과 반도체 황산도 생산된다.
고려아연이 생산할 13개 제품 중에서 금, 카드뮴을 제외한 나머지 11종이 미국 지질조사국(USGS)을 통해 발표된 미 내무부(Department of the Interior)의 ‘2025년 최종 핵심광물 목록(2025 Final List of Critical Minerals)’에 포함돼 있다.
미국은 고려아연의 제련소를 통해 국가안보 및 경제안보에 필수적이면서 공급 차질 위험이 높은 광물을 확보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고려아연과 록히드마틴이 미국 현지시간으로 지난 8월 25일 게르마늄 공급·구매와 핵심광물 공급망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왼쪽부터)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최윤범 고려아연 회장·마이클 윌리엄슨 록히드마틴 인터내셔널 사장·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 <사진=고려아연>
고려아연 입장에서도 미국 정부와의 파트너십 구축은 현지 사업 경쟁력을 키우는 동력이 된다.
현재 고려아연 미국 자회사인 페달포인트는 PCB 스크랩, 유휴 IT 자산 등 전자폐기물 처리 사업을 수행하고 이차원료를 조달하는 사업도 확대했다.
은과 동을 함유한 태양광 폐패널·웨이퍼, 연, 니켈 등을 포함한 폐배터리를 수급하고 있으며, 비철금속 트레이딩을 수행하는 자회사 캐터맨(Kataman)을 통해 다양한 동 스크랩 원료를 확보하는 등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여기에 미국 제련소가 더해지면 연, 은, 동, 안티모니 등을 안정적으로 생산하는 데 일조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투자와 규제, 정책 예측성이 높은 미국에서 생산 거점을 구축하게 되면 지정학적 변동성과 수출 규제, 물류 차질 등 글로벌 리스크를 사실상 기회로 전환하는 효과가 기대된다.
나아가 고려아연은 미국 현지에서의 원료·스크랩 소싱을 통해 글로벌 공급망을 다변화함으로써 기업 차원의 탄력적인 대응에 나설 방침이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미국 제련소는 자원순환 사업 거점인 페달포인트와 시너지를 발휘해 수익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며 “미국 정부가 공급망 다변화를 선도하는 핵심기업으로 고려아연을 사실상 인정한 만큼 고려아연은 한미 양국의 경제안보, 대한민국의 국익 증진에 기여하는 중추 기업으로 도약할 것이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장형진 영풍그룹 고문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사진=각사>
고려아연과 미국 정부간 파트너십이 공고해질수록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영풍·MBK 입장에서는 부담이 커지는 모습이다.
앞서 영풍·MBK는 미국 제련소 프로젝트와 관련한 가처분 신청에 나섰다. 그러나 외신에 이같은 내용이 보도되자 사업 자체를 비판하던 기존 입장에서 제련소 프로젝트에는 찬성한다고 입장을 표명했다.
업계에서는 영풍·MBK의 입장 변화가 MBK 창업주인 김병주 회장이 한국계 미국인이라는 점에서 자국 정부와의 대립이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MBK가 중국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해온 상황에서 미국의 대중 핵심 광물 독립 기조에 반하는 행보로 비칠 경우 압박이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또 고려아연이 미국 제련소 투자를 위해 미국 정부와의 합작법인인 크루서블 JV에 고려아연 지분을 제3자 배정하는 것도 영풍·MBK 입장에서는 지분을 희석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고려아연은 제3자 배정을 통해 고려아연 지분 10.59%를 취득한다. 이 과정에서 고려아연은 크루서블 JV 지분 9.99%를 취득할 예정이다. 이는 상호출자 제한선인 10%를 넘지 않는 수준까지 확보한 상황이다.
현재는 영풍·MBK의 고려아연 지분이 44%를 넘고,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과 우군을 포함해도 고려아연 지분이 30% 수준이라는 점에서 영풍·MBK가 우위에 있지만, 크루서블 JV가 최 회장의 우군으로 지원에 나선다면 판도가 달라질 가능성도 있다.
이와 관련, 영풍·MBK 관계자는 “영풍이 문제 삼는 것은 미국과의 협력 그 자체가 아니라, 그러한 협력을 빙자해 특정 개인이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삼고자 하는 시도다”면서 “영풍이 신청한 가처분의 취지는 미국과의 협력을 막기 위한 것이 아니고, 절차적 정당성과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최소한의 법적 조치”라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박대한 기자 / dayhan@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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