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적 인하→인하 여부 결정…1년 만에 ‘유보적’ 입장
원화 약세·집값 상승 계속…한은, 금리 인하 재료 없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가 당분간 현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수도권 주택가격 상승세 등 부동산 경기 과열이 이어지는 데다 원화 약세까지 겹치며 물가의 상방 압력이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한국은행 역시 기준금리 인하에 유보적인 입장을 유지하며 금융안정 측면의 리스크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29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6년 통화신용정책 운영방향’에 따르면,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는 향후 물가와 성장 흐름 및 전망 경로상의 불확실성, 금융안정 측면의 리스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서 추가 인하 여부와 시기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운영방향에는 ‘금리 인상’이라는 표현은 포함되지 않았지만, 1년 전과 달리 금리 인하 여부 자체를 신중하게 검토하겠다는 뉘앙스가 담겼다는 점이 눈에 띈다. 앞서 지난해 말 발표된 ‘2025년 통화신용정책 운영방향’에서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는 물가상승률이 안정세를 지속하고 성장의 하방 압력이 완화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금융안정 리스크에도 유의하면서 경제 상황 변화에 맞춰 추가적으로 인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금리 인하 속도는 대내외 리스크 요인의 전개 양상과 이에 따른 물가·성장 흐름, 금융안정 상황의 변화, 정책 변수 간 상충관계를 면밀히 점검하며 유연하게 결정하겠다”고 언급한 것과 비교하면, 1년 만에 보다 신중하고 유보적인 입장으로 선회한 셈이다.
이 같은 기조에 따라 한국은행은 당분간 현 수준의 기준금리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앞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11월 27일 올해 마지막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2.50%로 동결했다.
한국은행은 지난 5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한 이후 네 차례 연속 동결을 선택했다. 반도체 경기 회복과 소비 개선으로 성장 전망은 상향됐지만, 원·달러 환율 급등과 부동산 가격 상승 기대, 가계부채 확대 등 금융안정 리스크가 여전히 크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이처럼 한국은행이 1년 만에 뚜렷한 금리 인하 기조에서 벗어난 배경에는 원화 약세와 주택가격 상승이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한국은행은 “물가상승률이 목표 수준(2%) 근방에서 등락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높아진 환율과 내수 회복세 등으로 상방 압력이 예상보다 확대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금융안정 측면에서는 수도권 주택가격과 가계부채 리스크의 전개 상황, 환율 변동성 확대의 영향 등에 지속적으로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올해 3분기 1300원대에서 비교적 안정적이던 원·달러 환율은 내국인의 해외 투자 확대, 외국인 포트폴리오 자금 이탈, 한미 투자 협상 관련 불확실성 등이 겹치며 1500원에 육박하는 수준까지 상승했다.
지난 12월 24일 외환당국의 구두 개입과 정책 대응 이후 원·달러 환율은 1440원대 초반까지 하락했으나, 이는 원화 약세의 속도와 변동성을 완화하는 데 초점을 맞춘 결과로 해석된다.
단기적인 환율 안정세는 나타났지만, 부동산 경기 과열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증권가에서도 한국은행의 내년 금리 인하 가능성을 낮게 보는 시각이 확산되고 있다.
김찬희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10·15 대책 이후 서울 아파트 가격의 급등세는 다소 진정됐지만, 여전히 주간 0.20% 내외의 상승률을 유지하고 있다”며 “정부가 목표로 삼는 안정 수준인 0.05~0.08%와는 상당한 격차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서울에서 수도권, 비수도권으로 확산되기 시작한 전세가격 상승은 내년 부동산 시장의 열기가 예상보다 넓은 범위로 번질 가능성을 경계하게 한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또 “금융불균형의 두 축 가운데 환율은 정책 효과로 점진적 안정이 기대되지만, 환율에 시선이 쏠린 사이 부동산 경기가 다시 과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며 “금융불균형 완화를 전제로 내년 상반기 한 차례 추가 금리 인하를 예상했으나, 부동산 경기 흐름에 따라 기대를 낮춰야 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김성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한국은행은 내년 1월은 물론, 연말까지도 기준금리를 인하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으며 현 수준인 2.50%의 기준금리가 상당 기간 유지될 것”이라며 “물가와 금융안정, 성장 등 통화정책 판단 요인 어디에서도 금리 인하의 명분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이지원 기자 / easy910@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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