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사태가 ‘트리거’로 작용…민주당, 온플법 통합안 발의
신중론 폈던 공정위도 태세 전환…“사전 규제 필요성 인정”
소상공인들도 ‘갑질’ 규탄하며 폭발…“1월 중 법안 통과 시켜야”

<그래픽=사유진 기자>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로 촉발된 ‘쿠팡 사태’로 인해 ‘온라인 플랫폼 중개 거래 공정화 법안(온플법)’ 추진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그동안 정부가 고수해 온 ‘자율규제’ 원칙이 힘을 잃으면서, 국회와 정부 당국 모두 법적 규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선회하는 모양새다.
◆ 관리 부실·지위 남용 ‘쿠팡 사태’에 칼 빼 든 국회
플랫폼 규제 강화는 지난해 11월 발생한 쿠팡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촉매제가 됐다. 3370만명의 고객 정보가 유출된 이 사건은 단순한 보안 사고를 넘어, 거대 플랫폼 기업의 관리 부실과 독점적 지위 남용 문제를 수면위로 드러내는 계기가 됐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쿠팡 사태를 계기로 규제 입법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민주당 정책위원회는 지난달 8일 그동안 발의된 16개 관련 법안을 통합한 ‘온플법 단일안’을 마련하고 이정문·김남근 의원 대표 발의로 국회에 제출했다.
이번 단일안 중개·광고·결제 서비스 매출액이 100억원 이상이거나 연간 거래액이 1000억원 이상인 플랫폼 기업을 법 적용 대상으로 규정했다. 쿠팡을 비롯해 네이버, 카카오, 배달의민족 등 주요 빅테크 기업들이 대거 적용 대상에 포함됐다.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경영 간섭·구입 강제·차별 취급·보복 조치 금지 △수수료율 및 부과 기준의 투명한 공개 △검색 노출 순서와 형태에 관한 기준 명시 △판매대금 정산 기한을 구매 확정일로부터 20일 이내로 단축 △과징금 규모를 위반액 2배→매출액의 최대 10%로 상향하는 방안 등이 담겼다. 특히 정산 기한 단축과 판매대금 별도 예치 의무화 조항은 지난 2024년 벌어졌던 티몬·위메프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안전장치로 해석된다.
민주당은 이번 임시국회 내에 법안 처리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정부와 여당이 미온적인 태도를 보일 경우 해당 법안을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해서라도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왼쪽)이 지난달 30일 국회에서 열린 쿠팡 침해사고 및 개인정보 유출, 불공정 거래, 노동환경 실태 파악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위한 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 정부 기조 전환…공정위 “사후 처벌 한계, 사전 규제 필요”
주무 부처인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조 변화도 감지된다. 그동안 플랫폼 시장의 혁신 저해를 우려해 신중론을 펴왔던 공정위는 쿠팡 사태 이후 ‘사전 규제’ 도입 필요성을 인정했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열린 국회 청문회에 출석해 “현재의 사후 규제 시스템만으로는 독과점 플랫폼의 불공정 행위를 막는 데 한계가 있으며, 기업에 가해지는 경제적 제재 또한 미약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하루빨리 사후 규제를 강화해야 하는 것은 물론, 사전 규제 도입에 대해서도 의회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유럽연합(EU)이 시행 중인 디지털시장법(DMA)과 같이, 지배적 사업자를 사전에 지정해 집중적으로 감시하는 ‘사전 지정제’ 도입에 동의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미국 측의 통상 압력 우려에 대해서도 주 위원장은 “국내외 기업에 비차별적으로 법을 적용한다면 문제 될 것이 없다”며 선을 그었다.

지난 7일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자영업자 단체들이 쿠팡 규탄대회를 하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 “혁신 아닌 약탈”…소상공인 단체 규탄 확산
피해 당사자인 소상공인 단체의 목소리도 더 커지고 있다. 이들은 쿠팡 등 거대 플랫폼의 영업 방식이 ‘혁신’이라는 포장 아래 입점 업체의 생존권을 위협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한상총련) 등 소상공인 단체들은 지난 7일 국회 앞 기자회견을 통해 플랫폼 기업들의 ‘비용 전가’ 구조를 강하게 비판했다. 이들은 “플랫폼이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무료 배달 등의 혜택이 결과적으로는 입점 업체에 대한 과도한 중개 수수료와 배달비 인상으로 전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쿠팡이 자사 자체브랜드(PB) 상품의 판매를 늘리기 위해 검색 알고리즘을 조작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심판이 선수로 뛰면서 경기 규칙까지 조작하는 격”이라며 “이는 기울어진 운동장을 넘어선 명백한 시장 교란 행위”라고 성토했다.
소상공인연합회(소공연)도 성명을 내고 “쿠팡의 영업 방식은 혁신이 아니라 명백한 ‘약탈’”이라고 비판하며 불공정한 시스템의 즉각적인 중단과 입점 소상공인들의 피해 보상을 촉구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동일 기자 / same91@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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