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필립 회장, 2024년 파라다이스 사내이사 사임 후 미등기 임원 고수
배우자 최윤정 부회장, 계열사 대표이사 맡아…재단에선 이사장으로 활동
처남 최종환 사장, 핵심 계열사 5곳 대표이사 겸직
대기업집단 미등기임원 총수 21명…“권한은 막강, 책임 회피” 지적
국내 호텔 대표기업인 파라다이스그룹의 지배구조를 살펴보면, 그룹 총수인 전필립 회장 본인 보다는 배우자와 처남 등 처가의 존재감이 더 두드러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룹을 실질적으로 총괄 하고 있는 전필립(64) 회장은 현재 계열사 이사회에 이름을 올리지 않고 있는 반면, 배우자인 최윤정(54) 씨와 처남 최종환(52) 씨는 파라다이스 그룹의 핵심 계열사와 재단 이사회에 다수 이름을 올리고 있다. 국내 주요 대기업 대부분이 총수와 그 직계가족들이 지주사와 핵심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며 지배구조의 최정점에 있는데 반해, 파라다이스그룹은 총수 직계가족과 함께 그 배우자와 처남 등 처가 쪽도 중요 역할을 하는 독특한 구조를 취하고 있다.
◇ 전필립 회장, 그룹 지배력 공고…자녀들도 지분 구조에 ‘편입’
현재 파라다이스 지배구조 최상단에는 지주사인 파라다이스글로벌이 있다. 전필립 회장은 이 회사 지분 67.3%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이를 통해 파라다이스, 비노파라다이스, 파라다이스에이치앤알, 파라다이스플래닝, 파라다이스세가사미, 파라다이스호텔 부산 등 주요 계열사를 지배하고 있다.
전 회장의 자녀들 역시 이미 지주사인 파라다이스글로벌 지분 구조에 편입돼 있다. 전 회장의 장녀 전우경 씨와 장남인 전동혁 씨, 차남인 전동인 씨 등 삼남매는 파라다이스글로벌 지분 6.7%를 각각 보유중이다. 특히 장남인 전동혁 씨는 이와 함께 파라다이스플래닝 지분 20%도 보유 하고 있다.
전 회장의 삼남매가 보유한 파라다이스글로벌 지분은 약 20%로, 이를 전필립 회장 지분, 파라다이스그룹 재단이 보유한 지분과 합산하면 지주사 지분 100%가 오너일가에 집중되는 구조다.
◇ 총수 일가, 경영 전면에 배치…전 회장 대신, 배우자와 처남에 ‘집중’
파라다이스그룹 오너일가는 지분 확보를 통해 지배력을 공고히 하는 한편, 경영권도 적극적으로 행사하고 있다. 파라다이스 오너일가는 현재 계열사와 재단 전반에 걸쳐 핵심 직책을 맡고 있다. 특히, 전필립 회장 보다 배우자 최윤정 부회장과 처남인 최종환 사장의 겸직이 더 두드러져 보인다.
최윤정 부회장은 현재 △파라다이스 부회장(미등기) △비노파라다이스 대표이사 △학교법인 계원학원 이사 △파라다이스문화재단 이사장 △파라다이스복지재단 이사장 등 그룹내 핵심 계열사 및 문화재단 임원을 겸직하고 있다.
특히 계열사 이사진은 물론 그룹내 주요 문화재단까지 총괄하는 구조다. 실제 이화여대 섬유예술학과를 졸업한 최 부회장은 현재 그룹내 문화·예술 및 사회공헌 영역 전반을 담당하고 있다.
◇ 처남 최종환 사장, 경영 실무 중심에…5개 계열사 대표이사 맡아
전 회장의 처남인 최종환 사장도 그룹 경영 실무의 핵심 축이다. 최 사장은 1999년 연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스탠퍼드대 최고경영자과정을 수료했으며, SK㈜ 금융팀 과장 출신의 재무·회계 전문가로 평가 받고 있다.
최 사장은 2008년 파라다이스 부장으로 그룹에 합류한 이후, 2009년에 파라다이스 상무보에서 전무로 승진한 후 2010년엔 부사장, 2015년 사장으로 초고속 승진했다. 이후 2016년 파라다이스를 떠나 지주사인 파라다이스글로벌과 파라다이스 자회사인 파라다이스세가사미 대표를 담당하다 2024년에는 파라다이스 대표이사로 복귀했다.
현재 최 사장은 △파라다이스글로벌 △파라다이스 △파라다이스세가사미 △파라다이스호텔 부산 △파라다이스에이치앤알 등 계열사 5곳에서 대표이사를 겸하고 있다.
◇2024년 이후 미등기임원 고수…회사측 “장충동 호텔 집중·이사회 독립성 강화”
또한 파라다이스그룹의 지배구조가 여타 기업군과 특히 비교되는 것은, 그룹 총수인 전 회장이 현재 전 계열사를 통틀어 등기임원을 전혀 맡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전 회장은 지난 2024년 3월 파라다이스 사내이사직에서 사임한 후 현재까지 등기임원에 복귀하지 않고 있다.
상법상 사내이사는 이사회 구성원으로서 경영 의사결정에 참여하고, 회사에 손해가 발생할 경우 상법 등에 따라 법적 책임을 지게 된다. 전 회장은 그룹내 계열사의 사내 이사직을 내려 놓으면서 책임을 벗은 이후, 회장직만 유지한 채 그룹을 이끌고 있다.
그룹측은 전 회장이 사내이사 자리를 내려놓은 것이 그룹의 숙원사업에 더 집중하고, 이사회의 독립성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하고 있다.
파라다이스 관계자는 전 회장이 사내이사에서 사임한 배경과 관련해 “그룹의 숙원 사업이자 미래 성장동력인 장충동 호텔 건립 사업(2028년 완공 목표)에 집중하기 위한 결정이었다”면서 “아울러 이사회 의사결정 권한을 전문경영인에게 위임함으로써 이사회 독립성이 강화되는 등 ESG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부분이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파라다이스그룹은 서울 장충동 일대에 대규모 호텔 개발을 추진 중으로, 해당 프로젝트는 그룹의 중장기 성장 전략의 핵심으로 꼽힌다. 그룹의 최고경영자인 전 회장은 그룹내 대형 투자 프로젝트에 집중하고 이사회는 전문 경영인이 역할을 분담하기 위한 조치라는 분석이 가능하다.
다만, 그룹 총수가 사내이사직에서 물러 서면서, 대신 처남에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넘긴 것이 과연 ‘이사회 독립성 강화’라는 명분에 얼마나 부합하는지는 별도의 설명이 필요해 보인다.
◇ “권한은 막강, 책임은 안져”…대기업 집단 미등기임원 총수 21명
국내 대기업 총수가 미등기임원인 사례는 파라다이스 뿐만이 아니다.
CEO스코어데일리 부설 기업연구소인 CEO스코어가 지난 2025년 5월 1일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한 공시대상기업집단(대기업집단) 92곳 중 총수가 있는 집단 81곳을 대상으로 총수의 등기임원 여부를 조사한 결과, 전 계열사를 통틀어 등기임원을 한 곳도 맡지 않은 미등기임원은 21명(25.9%) 으로 집계됐다.
미등기 임원 총수는 △삼성 이재용 △한화 김승연 △HD현대 정몽준 △신세계 이명희 △CJ 이재현 △DL 이해욱 △미래에셋 박현주 △한국앤컴퍼니그룹 조양래 △코오롱 이웅열 △DB 김준기 △이랜드 박성수 △대방건설 구교운 △삼천리 이만득 △에코프로 이동채 △태광 이호진 △글로벌세아 김웅기 △LIG 구본상 △유진 유경선 △BGF 홍석조 △하이트진로 박문덕 △파라다이스 전필립 등이다.
그룹 총수이면서 이사회에 참여하지 않는 임원의 경우, 그룹 경영과 관련한 막강한 권한은 행사하면서 정작 책임은 회피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최근 상법 개정으로 이사 충실 의무가 강조되고 있지만, 정작 미등기 임원에 대해서는 이를 적용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윤선 기자 / yskk@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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