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대마진 시대 저물까…시중은행, 성장축 ‘가계 대신 기업으로’

시간 입력 2026-01-28 17:21:24 시간 수정 2026-01-28 17: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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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신한·우리, 기업금융·고객경험 강화로 성장 공식 재편
외형보다는 내실 강화…시중은행장, 올해 목표로 ‘고객 신뢰’
가계대출 규제에 방향 틀었다…시중銀, ‘생산적 금융’ 강조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 우리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들이 신년을 맞아 잇따라 경영전략회의를 열고 ‘생산적 금융’과 ‘고객 경험 혁신’을 핵심 키워드로 제시했다. 고금리·고물가 장기화와 가계대출 성장 둔화 속에서 은행권 전반이 기존 성장 공식을 수정하며 기업금융을 통한 새로운 경쟁 구도를 모색하는 모습이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진완 우리은행장은 최근 2026년 경영전략회의를 개최하고, 경쟁은행과의 격차를 빠르게 좁히겠다는 목표 아래 △고객 확대 △수익 강화 △미래 성장 △책임 경영 등 네 가지 전략 방향을 공유했다.

특히 정 행장은 지난해 은행 체질개선 성과를 바탕으로 올해 ‘영업 방식의 변화’를 도모하고, 고객 접점 강화와 운영 정교화를 추진해 나갈 것을 주문했다. 이를 위해 기업금융과 자산관리(WM) 부문 특화채널을 고도화하고, 생산적 금융을 통해 우량기업을 유치해 거래 범위를 확대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정 행장은 고객 기반 확대의 목적이 실질적인 수익성 강화에 있음을 강조했다. 늘어난 고객 접점을 여·수신, 결제성 계좌, 퇴직연금 유치 등 실질적인 영업 성과로 연결해 지속 성장의 토대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정 행장은 “고객이 있어야 거래가 생기고, 거래가 쌓여야 수익이 만들어진다”며 “우리가 가야 할 방향을 분명히 하고 현장의 변화가 함께 한다면 경쟁은행과의 격차는 반드시 줄어들고 시장의 판도도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KB국민은행은 지난 17일 ‘KB국민은행 전략회의 2026’를 개최하고, 생산적·포용적 금융을 바탕으로 고객·사회·직원과의 동반성장을 핵심 지향점으로 제시했다.

이환주 KB국민은행장은 2026년 전략 목표로 ‘리테일 금융 1위를 넘어, 기업금융 리더십 확립과 고객경험 혁신을 통한 No.1 은행 위상 공고화’를 제시했다. 이를 위해 비즈니스와 영업 방식의 발전적 전환, 고객 및 새로운 시장으로의 확장을 전략 실행의 핵심 테마로 꼽았다.

이번 회의에서는 지난 한 해의 성과를 점검하고, 생산적·포용적 금융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성장 전략이 논의됐다. KB국민은행은 리테일 금융 1위의 위상을 공고히하는 동시에, 기업금융 리더십 확립과 고객경험 혁신을 통해 은행 전반의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특히 이 행장은 전략 실행의 전제에는 ‘고객 신뢰’가 밑바탕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행장은 “소비자 권익과 고객 신뢰를 최우선 가치로 두고 경영 전략을 실행해 나가겠다”며 “KB의 금융으로 기업을 다시 뛰게 하고 산업을 일으켜 세우는 동시에, 고객과 사회, 직원이 함께 성장하는 ‘Grow with KB’를 실현하자”고 말했다.

앞서 정상혁 신한은행장은 지난 5일 상반기 전략회의를 개최하고 △생산적 금융 활성화 △고객 중심 솔루션 체계 완성 △실효적 AX·DX 추진 △전사적 혁신 모멘텀 강화 △지속 가능한 신뢰 확립 등 다섯 가지 전략 방향을 제시했다. 특히 지난해 신한금융그룹이 발표한 110조원 규모의 생산적·포용적 금융 투자 계획을 언급하며, 은행 본연의 역할인 자금의 ‘생산적 흐름’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행장은 “은행은 가계와 기업에 자금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동시에, 자금이 생산적으로 흘러 들어가도록 하는 본질적인 사명을 가지고 있다”며 “기업의 혁신과 투자, 지역사회의 성장, 미래 산업 육성을 뒷받침하는 생산적 금융 활성화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객 중심의 영업 방향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먼저 신한은행은 영업 현장을 창구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자산관리와 기업금융 노하우가 결합된 ‘고객 솔루션’ 중심으로 개편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정 행장은 “금융보안 시스템과 고객 데이터 보호 체계 등 시스템과 제도를 강화하는 것은 물론, 고객 정보를 다루는 임직원들의 인식 또한 한층 더 엄격해져야 한다”며 “금융업의 기본인 ‘신뢰’를 최우선 가치로 두고 고객정보보호를 더욱 강화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세 은행의 전략은 세부 방향에서 차이를 보였지만, 공통적으로 자금이 실물 경제와 미래 산업으로 흘러가도록 하는 생산적 금융을 전면에 내세웠다. 이는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강조돼 온 정책 기조의 연장선이자, 기존 성장 공식이 한계에 봉착한 은행권의 현실적 선택으로 풀이된다.

가계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가계대출 중심의 외형 확대는 사실상 한계에 이르렀고, 예대마진에 의존한 성장 전략 역시 지속 가능성이 낮아진 상황이다. 이에 은행권은 올해를 공격적인 외형 확장보다는 신뢰 회복과 내부 역량 강화, 기업금융과 산업 기반 투자로 성장 축을 전환하는 분기점으로 인식하는 분위기다.

[CEO스코어데일리 / 이지원 기자 / easy910@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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