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캐즘 장기화로 K-배터리 3사 실적 먹구름
ESS 수요 ‘우상향’…미 현지 생산라인 확보 본격화
로봇 시장도 큰 관심…한국산 삼원계 배터리 주목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 여파로 적자 기조를 이어가고 있는 국내 배터리 업체들이 포트폴리오를 다각화 하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전기차 성장 속도가 더딜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에너지저장장치(ESS)를 포함해 로봇, 도심항공교통(UAM)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확대해 ‘상저하고’ 를 이룬다는 구상이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배터리 업체 3사는 지난해 4분기 모두 적자를 기록했다.
SK온은 지난해 4분기 영업손실 4414억원을 기록하면서 지난 2024년 2분기 이후 가장 큰 적자를 냈다. LG에너지솔루션은 4분기 영업손실 1220억원으로, 1년 새 적자 폭을 줄이는 데 그쳤다. 다음달 2일 실적 발표를 앞둔 삼성SDI도 4분기 3000억원대 영업손실이 예고되고 있다.
K-배터리의 실적 부진은 전기차 업황 악화 때문으로 보인다. 전기차 판매량이 감소하면서 배터리 판매량이 줄었고, 이에 수익성에 큰 타격을 입었다.
다행스럽게도 올해 전기차 시장은 유럽을 중심으로 반등할 것으로 점쳐진다. 다만 미국 정부의 전기차 구매 보조금 폐지와 같은 악재가 지속되면서 전반적인 성장세는 낮은 수준에 머물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유럽, 북미 등의 시장을 종합했을 때, 10%대의 완만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 국내 사업장 전경. <사진=각사>
상황이 이렇다보니 배터리 업계는 ESS 시장에 주목하고 있다. 전 산업의 전동화, 기후 변화에 따른 냉난방 수요 증가, AI(인공지능) 관련 데이터센터 확대 등으로 ESS 수요가 크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ESS 시장은 구조적 성장 국면에 진입했다”며 “올해 ESS 설치량은 전년 대비 40% 이상 빠르게 늘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LG엔솔은 ESS 시장의 성장 속도에 맞춰 생산 능력을 확대하고 있다. LG는 미 미시간주 홀랜드공장을 북미 ESS 생산 거점으로 삼고, 북미 합작 법인(JV) 유휴 라인을 ESS 생산으로 전환하는 등 생산라인 활용도를 높였다. 유럽에선 폴란드공장 내 일부 라인을 ESS용으로 전환해 현지 생산 역량을 강화했다.
LG엔솔은 올해 ESS 사업을 통해 90GWh 이상의 신규 수주를 확보할 방침이다. 미 홀랜드·랜싱 단독 공장을 비롯해 JV 공장의 일부를 활용해 올 연말까지 60GWh 이상의 ESS용 배터리 생산 능력을 확보한다.
SK온도 ESS 사업 역량 강화 기조에 발맞춰 신규 수주 확보에 나선다. 올해 20GWh 규모의 글로벌 프로젝트 수주를 확보할 계획이다.
SK온은 미국 재생에너지 기업 플랫에너지와 1GWh 규모의 ESS용 프로젝트를 지원한다. 이를 위해 미 조지아주 배터리공장의 전기차용 배터리 라인 일부를 ESS 라인으로 전환했다. 또 충남 서산공장에는 국내 최대 규모인 3GWh의 ESS용 배터리 생산라인을 갖출 예정이다.
삼성SDI도 ESS용 배터리 케미스트리를 다각화하고 있다. ESS용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 배터리를 주력으로 생산하고 있는 삼성SDI는 ESS용 LFP(리튬·인산·철) 배터리 생산라인 확보에 나섰다. 안전성 측면에서 우위를 갖춘 기존 LFP 소재의 강점을 극대화하는 동시에, 차별화된 소재와 극판 공정 기술을 통해 에너지 밀도를 보완한 것이 특징이다.
여기에 컨테이너 박스 형태인 일체형 ESS 배터리 솔루션 ‘SBB’와 No TP(열 전파 차단) 기술과 같은 화재 안전 장치를 접목해 시장을 공략키로 했다.
현재 미국에서 스텔란티스와 합작 공장을 운영 중인 삼성SDI는 유휴 라인을 ESS용으로 전환 중이다. 올해 말까지 미국 내 ESS용 배터리 생산 능력을 연간 30GWh 수준까지 확대하는 것이 목표다.

현대자동차그룹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 <사진=연합뉴스>
국내 배터리 3사는 ESS 뿐만 아니라 성장잠재력이 큰 로봇 시장에도 주목하고 있다. 로봇은 전기차보다 더 고용량, 고출력, 경량화 배터리를 요구한다. 특히 휴머노이드 로봇은 무게가 늘어날 수록 에너지 효율이 크게 떨어져 더 우수한 성능의 배터리가 필요하다.
특히 미래형 휴머노이드 로봇 시대에는 K-배터리가 주력으로 하는 삼원계 배터리가 더 각광받을 전망이다. 중국이 우위를 점한 LFP 배터리에 비해 삼원계 배터리는 같은 무게 대비 에너지 밀도가 더 높기 때문이다.
전 세계적으로 로봇 시장이 빠른 속도로 성장할 것으로 주목을 받으면서, 기술적으로 우수한 K-배터리가 더 각광을 받을 전망이다. 국제로봇연맹(IFR) ‘월드 로보틱스 2025’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24년 전 세계 산업용 로봇 설치 대수는 54만2000대에 달했다. 연간 설치량은 4년 연속으로 50만대를 넘겼다.
LG엔솔은 신사업으로 로봇 시장을 낙점하고 적극적으로 고객사를 발굴하고 있다. LG는 지름이 46mm인 원통형 배터리를 앞세워 글로벌 선도 기술을 보유한 6개 업체에 제품을 공급할 뿐만 아니라 양산 시점도 협의 중에 있다.
삼성SDI는 현대자동차와 협력하고 있다. 삼성SDI는 지난해 ‘인터배터리 2025’에서 삼성의 원통형 배터리를 탑재한 현대차·기아 로보틱스랩의 서비스 로봇 달이(DAL-e)를 선보인 바 있다.
SK온도 최근 현대위아 물류 로봇 배터리 공급에 나섰다. 업계에 따르면 SK온은 현대위아의 물류 로봇과 주차 로봇 등에 탑재되는 파우치형 배터리를 공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CEO스코어데일리 / 박대한 기자 / dayhan@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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