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섬유 자존심 한일합섬…유경선 유진 회장 대출창구 ‘오명’

시간 입력 2026-02-23 07:00:00 시간 수정 2026-02-20 22: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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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합섬, 1980년대 한일그룹 주력 계열사…IMF 후 해체, 2016년 유진 품으로
유진한일합섬 새 출발, 2018년 유형자산 18%·재고자산 31%…전형적 제조 구조
유경선 유진그룹 회장, 2020년 이후 매년 유진한일합섬에서 자금 대여  
유진한일합섬 대여금, 자산의 35% 차지…유형자산은 8%로 축소

1980년대 재계 10위권까지 이름을 올렸던 한일그룹의 주력 계열사 한일합섬(현 유진한일합섬)이 이제는 과거의 영광을 뒤로 한 채 유진그룹 회장 총수의 대출 창구로 변질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일합섬은 과거 국내 섬유업계를 대표하는 기업으로, 그동안 여러 차례 주인을 바꾼 끝에 현재는 유진그룹 계열사로, 본업인 제조업 보다 그룹 총수를 비롯한 특수관계인 대여로 더 주목받는 회사로 변했다.

◇1980년대, 한일합섬으로 재계 10위 위업…IMF로 막 내린 한일그룹

한일그룹은 1956년 고(故) 김한수 창업주가 설립했다. 창업 후 경남모직을 통해 옷감을 생산하기 시작해 1964년에는 한일합성섬유를 설립하며 국내 최대 섬유회사로 성장했다. 특히 1973년엔 한일합성섬유가 국내 단일 품목 최초로 ‘1억 불 수출의 탑’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후 1980년대 초까지 한일그룹은 재계 10위권을 고수한 대기업 이었다. 1982년 김한수 창업주 사후 장남인 故 김중원 사장이 그룹을 이끌기 시작했다.

김중원 사장 주도 하에 국제상사와 우성건설 인수에 나섰던 한일그룹은 IMF 외환위기 직전까지도 국내 대기업 30위권을 유지했지만, 무리한 인수와 주력이던 섬유사업의 쇠퇴로 1998년 부도를 맞았다. 이후 한일합섬은 2007년 동양에 인수됐다, 2016년 유진그룹이 동양그룹을 인수하며 유진그룹으로 합류했다.

◇ 유진한일합섬으로 새출발, 2020년이 분기점…유경선 회장 대출창구 ‘오명’

한일합성은 유진그룹으로 편입된 이후 유진한일합섬으로 새출발한 이후 2018년 까지만 해도 유형자산과 재고자산 비중이 높은 전형적인 제조업 행태를 보여왔다. 2018년 말 기준 유진한일합섬의 자산총계는 1174억 원으로, 이중 유형자산이 18.3%(214억 원), 재고자산이 30.9%(363억 원)를 기록했다. 총자산의 절반이 생산설비, 토지 등 유형자산과 기업이 판매를 목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재고자산이 대부분이었다. 특히 당시 총수일가에 대한 대여금은 전무했다.

그러나 유진한일합섬은 2020년 감사보고서상 재무상태표에 장기대여금(141억 원) 항목이 처음으로 등재된 이후, 그룹 총수의 대출창구 역할을 해 왔다. 유진한일합섬은 같은 해 6월, 유경선 회장에 110억 원을 연 4.60% 금리로 대여한 사실이 공시됐다. 2020년을 기점으로 회사의 자금 흐름도 이전과 큰 차이를 보였다.

무엇보다, 2020년 이후 유경선 회장에 대한 대여가 반복됐다. 유 회장에 대한 대여금은 2022년 110억 원, 2023년에는 312억 원으로 급증하며 총 잔액이 453억 원까지 확대됐다. 특히 2024년에는 두 차례에 걸쳐 210억 원이 추가로 유 회장에 대여됐다. 또한 2025년 7월에도 54억 원을 추가로 대여 받았으나, 기존 대여금 일부 상환이 이뤄지면서 공시 기준 총 대여 잔액은 184억 원에 달했다. 유 회장은 2020년부터 2025년까지 모두 ‘사업수행관련 자금대여’의 이유로 유진한일합섬에서 자금을 대출했다.

◇ 잦은 대출, 자산구조에도 큰 변화…유형·재고 비중 줄고, 대여금만 35% 차지

이렇듯 빈번한 자금 대출로 유진한일합섬의 재무구조에도 큰 변화가 생겼다. 2024년 말 기준 유진한일합섬의 자산총계는 1231억 원을 기록했다. 2018년 말 기준 자산총계(1174억 원) 대비 4.8% 증가했다. 하지만 자산 구성을 보면, 2024년 말 전체 자산총계 중 유형자산 비중은 8.2%(101억 원)으로 2018년 말과 비교해 10%p 줄었다. 같은 기간 재고자산 비중은 11.0%(135억 원)로 2018년 말 대비 19.9%p 하락했다.

반면, 2024년 말 기준 단기대여금 242억 원, 장기대여금 100억 원, 유동성장기대여금 93억 원을 합친 대여금 항목이 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5.4%(435억 원)를 차지했다.

◇ 유진, 총수일가 계열사 대여금 3위…유진한일합섬, 적자전환에도 총수일가 자금창구 역할

유진그룹 총수일가가 계열사로부터 빌린 대여금은 다른 대기업집단과 비교해도 높은 수준이다.

본지 부설 기업연구소인 CEO스코어가 금융감독원 공시를 토대로 대기업집단 92곳 중 동일인(총수)이 있는 집단 81곳의 지난 2024년 기준 총수일가에 대한 자금대여 현황을 조사한 결과, 대기업집단 18곳 50개 계열사가 총수일가에게 돈을 대출했다.  이중 1위가 넥슨(3200억 원),  글로벌세아(1058억 원)가 2위, 3위가 유진(329억 원) 이었다.

특히 대기업 총수·배우자·혈족 1촌·친족 등 유진그룹 총수일가가 2024년 계열사로부터 빌린 전체 자금 392억 원 중 63.5%(249억 원)가 유진한일합섬에서 나갔다. 2024년 유진한일합섬 전체 매출의 절반에 가까운 자금이 그룹 총수 일가에 대출로 제공된 셈이다.

문제는 유진한일합섬의 실적이 과거와 비교해 전혀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2018년 유진한일합섬의 매출액은 850억 원, 영업이익은 34억 원을 기록했다. 그리고 6년이 지난 2024년 기준 유진한일합섬의 매출액은 566억 원, 영업손실은 18억 원으로 적자전환 했다. 2018년과 비교해 실적은 줄어들고, 적자전환 하면서 역성장한 것이다.

과거 국내 섬유산업을 이끌던 대표기업이 최근 수년간 역성장 하는 위기 상황에서도, 그룹 총수일가의 자금줄 역할을 해 왔다는 점은 많은 시사점을 제공한다. 향후 대여금 규모와 상환 추이가 일시적 현상이었는지, 아니면 그룹내 장기적인  구조개편의 결과물인지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윤선 기자 / yskk@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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